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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갤러리 입구에 걸린 커다란 천에 김묵원(49)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찰나에 피어난 색색의 꽃을. 거기에 '타악궤범'의 대표인 설호종의 타악연주, 그리고 이번 공연을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건너온 Werner Puntigam의 소라고동과 트럼본 연주가 가세했다.
모인 관객들이 그림과 연주에 집중하는 동안 무용가 유선후가 펄럭이듯 그림 앞으로 날아들었다. 그림과 연주, 무용이 함께하는 예술 간의 '융합'된 공연인 것이다. 관객들은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즉석에서 그려지는 작품에 집중할지 악기연주자를 보아야할지 아니면 무용가에게 눈을 두어야 할지.
즉석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퍼포먼스
이것은 김묵원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 아트(Live Drawing Art)'다. 김묵원 작가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공연으로 유명하다. '라이브 드로잉 아트'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관객들 앞에서 작품을 그리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음악과 무용이 함께 한다. 일종의 종합예술이라고 해야할까.
김묵원 작가는 이런 공연을 그동안 수도 없이 펼쳐왔다. 국내에서 만이 아니라 프랑스, 브라질, 아랍에미레이트 등 여러 나라에서 초청받아 공연을 해왔다. 쉽게 말해서 세계적인 드로잉 아티스트인 것이다.
이 공연이 지난 8월 31일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갤러리 앨리스'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에는 <Blue Bird>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파랑새'는 갖고 싶어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어떤 것, 그러면서도 계속 갈망하는 것을 상징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랑과 평화도 마찬가지 아닐까.
공연이 있던 날 갤러리에서 김묵원 작가를 만나보았다. 우선 '라이브 드로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관객들 앞에서 그림을 그릴 때 더욱 집중이 돼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관객들과 현장에서 교감을 얻을 수 있고요. 보통 관객들은 갤러리에 오면 완성된 작품만을 보게 되잖아요. 저의 경우에는, 관객들이 작품의 시작부터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관객들과 교감을 이루어가려고 하는 겁니다."누드가 보여주는 원초적 아름다움
동시에 김묵원 작가는 '누드 드로잉'으로도 유명하다. 갤러리에는 김 작가의 누드 작품 수십점이 하얀 벽면에 걸려있다.
"누드가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잖아요. 벗었다, 야하다 이런 생각이 아니라, 원래의 이야기잖아요. 그 다음에 사람들이 옷을 입고 문화가 생기고 음식도 다양해지고 했던거 잖아요. 가장 원초적인 기원을 찾는 거죠. 그림의 뿌리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작업을 할 거예요."김 작가는 평소에 모델과 함께 작업하지만 단순히 인체의 형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모델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를 묘사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라이브 드로잉 아트'를 위한 필력을 유지한다고. 전시장을 찾아서 누드작품을 감상할 관객들에게 말한다.
"그냥 편안하게 보시면 되죠. 야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테고 예술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을 테고 민망해서 못 보는 사람들은 또 그런거고. 슬픈 날에는 슬픈 마음으로 볼 테고, 기분 좋은 날에는 기분 좋게 볼 수 있을 거고요."김 작가는 그것이 예술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이 '이 그림은 이런 거야'라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 관객에 따라서 새로운 것이 창조될 수도 있다고 한다. 작가가 예측하지 못한 부분을 관객이 찾아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날 김 작가의 공연은 약 30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관객들은 그 시간동안 조용히 공연을 바라보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림과 연주, 무용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았던, 어찌보면 즐거우면서도 신기한 경험을 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는 9월 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