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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사진전 '한강의 재발견'이 열리고 있는 한강 뚝섬 유원지의 이채로운 건축물 자벌레.
 도시 사진전 '한강의 재발견'이 열리고 있는 한강 뚝섬 유원지의 이채로운 건축물 자벌레.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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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관 혹은 갤러리들이 서울엔 참 많지만,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한강가에 있다. 뚝섬유원지에 있는 자벌레(서울 광진구 자양동 97-5)라는 곳이다. 이곳에서 도시 사진전 순회 전시의 하나인 '한강의 재발견'이라는 사진전이 9월 18일까지 열리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자벌레 전시관은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다보니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은 오후에 갈 수 있어 더욱 좋다. 자벌레 전망대에서 보이는 한강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전철을 이용하는 대중교통편도 빼놓을 수 없다. 한강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 가운데 하나인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서면 자벌레 몸통 속으로 바로 이어진다.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을 쐬며 한강 북단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보면, 잊기 힘든 SF 영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에 나오는 우주선을 닮은 이채로운 건축물이 나타난다. 배고플 땐 순대로도 보이는 이 건축물의 이름이 자벌레로, 자나방의 애벌레라고 한다.

갤러리 외에 미니 도서관, 실내 정원 등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공간이자 쉼터로 '뚝섬전망문화콤플렉스'라는 긴 명칭도 있다. 전체는 3층으로 1층은 문화, 편의시설 2층은 한강이 보이는 전망 좋은 도서관이 있고 3층엔 공중 정원 등 각종 놀이시설이 있다.

올해로 3회째 열리는 도시 사진전 '한강의 재발견'
 올해로 3회째 열리는 도시 사진전 '한강의 재발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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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명의 시민작가가 사진에 담은 한강의 다채로운 풍경.
 40여 명의 시민작가가 사진에 담은 한강의 다채로운 풍경.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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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한강 풍경을 바라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벌레 몸통 속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이 바로 나온다. 도시 사진전의 일환인 '한강의 재발견' 사진전은 40명의 시민작가들이 멘토 역할을 하는 사진작가와 함께 한강 둘레길을 걸으며 촬영하여 얻은 결과 발표 전시회다. 한강의 사계절이 담겨있다. 이번이 3회째로 100여 점의 사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강서습지공원·잠두봉(혹은 절두산)·서래섬·선유도 같은 내게 익숙한 곳의 사진이 반갑고, 밤섬이나 강하류의 습지처럼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잘 몰랐던 곳의 풍경은 새롭고 신비스럽다. 다양한 한강 사진작품들 아래 구체적인 장소가 기재되어 있어 미처 몰랐던 곳엔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전시된 한강 사진작품들엔 남녀노소 다양한 시민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어떤 사람에게 한강은 쾌적한 공원이고, 어떤 이에겐 흐르고 순환하지 못해 답답하고 막막한 물길로 비춰지기도 한다. 내 아버지가 1960~1970년대 백사장에서 피서를 즐기고, 겨울엔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탔던 한강은 도시의 공원이 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군사전략적인 목적으로 지어졌던 잠수교, 이젠 강남북을 가장 쉽게 이어주는 다리가 됐다.
 처음엔 군사전략적인 목적으로 지어졌던 잠수교, 이젠 강남북을 가장 쉽게 이어주는 다리가 됐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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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의 아름다운 봉우리였던 잠두봉, 비극적인 역사를 거치면서 절두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강변의 아름다운 봉우리였던 잠두봉, 비극적인 역사를 거치면서 절두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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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천주교 신자들을 사형시킨 후 절벽 밑 한강으로 떨어트렸던 강가의 아름다운 잠두봉은 그 후 절두산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었다. 1968년 여의도 개발을 위한 골재를 얻기 위해 폭파 해체 당한 밤섬은 놀랍게도 옛 모습을 되찾으며 다양한 새들이 찾아오고 새살이 돋고 있다. 강남북을 쉽게 오갈 수 있어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잠수교, 1976년 처음 지을 땐 군사전략적 목적에서 만든 다리다.

일제 강점기인 1917년 10월 한강에 처음 건설됐다가 1925년 악명 높은 을축년 대홍수 때 무너진 후 다시 복구, 한국전쟁 때인 1950년 6월 28일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폭파당하고, 전쟁 후에 다시 세워진 사연 많은 한강의 제1한강교 한강대교 등 한강의 역사 또한 인간의 역사 못지않게 희노애락이 담겨있지 싶었다.  

자벌레 2층에 있는 강이 바라 보이는 전망좋고 아담한 도서관.
 자벌레 2층에 있는 강이 바라 보이는 전망좋고 아담한 도서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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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면 한강과 어울려 색다르게 변신하는 뚝섬 자벌레.
 해가 저물면 한강과 어울려 색다르게 변신하는 뚝섬 자벌레.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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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감상하다가 야외수영장, 유원지와 자벌레가 있는 한강의 명소 뚝섬은 이름과 달리 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뚝섬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의 땅으로, 한강변으로 툭 튀어나온 지형이었다. 그 덕에 여름철 장마비가 내릴 때마다 지대가 낮은 쪽에 물길이 생겨 일시적으로 섬이 되는 바람에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 때 한강을 직강화(直江化)하면서 많은 부분이 잘려 나갔고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자벌레 몸통 속이자 전시관 곳곳에 뚫린 전망창이 있어 답답하지 않고 한강 사진들과 잘 어울렸다. 낮이나 밤이나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 주는 자벌레 또한 좋은 사진거리이기도 하다. 밤에는 조명을 받아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서다. 한강 사진들을 감상한 후 자벌레 도서관에서 책과 잡지를 읽으며 해저물녘까지 있다 보면, 어느새 창문 밖으로 자벌레와 어우러진 한강가의 멋진 야경이 사진작품처럼 펼쳐진다.   

덧붙이는 글 | * 전시회 운영일시 : 9월 18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 자정)
* 전시회 문의 : 02-739-5812
* 자벌레 안내 누리집 : http://www.j-bug.co.kr
* 서울시 '내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한강의재발견, #도시사진전, #뚝섬자벌레, #한강의역사, #뚝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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