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어느 날. 가끔 옷을 사곤 하는 쇼핑몰 몇 곳에 접속, 눈에 띄는 옷들을 클릭하는 것으로 30분 가량 아이쇼핑을 했다. 그런 후 자주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고, 중요한 메일을 확인한 후 우선 눈에 띄는 기사를 클릭했다.
몇 줄 읽다가 눈에 띄는 광고가 있어서 클릭했다. 그동안 거의 X를 선택하거나 무시했던 것과 달리 팝업 광고를 클릭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광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옷 몇 개를 클릭해 구경할 때까지 몰랐다. 뉴스를 클릭하기 전에 이미 봤던 같은 옷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기사를 읽는 중에도 머릿속에선 조금 전에 봤던 옷들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살까? 말까? 망설이던 터였다.
이랬는데 다시 보게 되니, 그것도 내가 믿는 사이트의 뉴스 지면을 통해서라 그 쇼핑몰에 대한 일종의 믿음까지 생겼고, 결국 옷들을 주문하고 말았다.
최근 이와 같은 광고가 많이 늘었다. 내 주변엔 "광고가 너무 많아 뉴스 읽기 짜증난다", "OO뉴스가 옛날엔 안 그랬는데 요즘 광고를 너무 많이 해 보기 싫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최근 인터넷으로 뉴스를 볼 때 만나게 되는 광고 중 일부는 뉴스 사이트와 전혀 상관없는, 수집된 내 정보를 바탕으로 나만 볼 수 있도록 띄우는 맞춤형 광고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들만 쏙쏙 골라 추천해줄 수 있을까? 마음에 들었지만 미처 사지 못했던 물건, 그런데 어디서 봤는지 몰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물건을 며칠이 지난 지금 컴퓨터가 보여주다니! 소비자 입장에서 이와 같은 광고나 추천이 편리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정보 수집은 대개 우리가 물건을 사거나 정보를 검색할 목적으로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소셜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면서 시작된다. 이때 웹사이트들은 사용자의 웹브라우저에 쿠키라는 파일을 자동으로 설치한다. 쿠키는 우리의 웹브라우저에 고유번호를 매긴다. 나중에 웹브라우저로 그 사이트에 다시 방문할 경우 웹사이트는 이 고유번호를 사용해 로그인정보, 취향, 과거 활동내역 등을 알아낸다. 웹사이트들이 우리의 웹브라우저에 설치하는 추적 장치는 쿠키 외에도 더 있다. 그중 하나인 비콘은 우리의 마우스 커서 위치를 기록하고 웹사이트에 올린 글과 댓글을 캡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웹사이트는 우리가 사이트를 이용할 때 광고주, 마케터, 데이터 전문 기업 등 서드파티 기업들도 우리의 웹브라우저에 쿠키나 비콘 같은 추적파일을 설치하도록 허락하고 있다. 서드파티 기업들이 설치한 파일은 우리가 다른 웹사이트로 이동해도 따라온다. 웹사이트 한곳만 방문해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드파티 기업들이 만든 수백 가지 추적파일이 웹브라우저에 설치된다. 앵귄은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서 무료 온라인 사진 서비스인 딕셔너리닷컴을 방문한 다음 웹브라우저에 234가지 추적 프로그램이 설치됐던 경험을 풀어놓았다.
인터넷 기술 덕분에 우리는 편리한 생활을 한다. 검색 몇 번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손쉽게 쇼핑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도 다양해졌다. 어플을 설치하는 것으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내 생활 일부를 관리해주는 세심한 서비스까지 무료로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정말 무료일까? <클릭! 비밀은 없다>(다른 출판사 펴냄)는 현대인들의 생활, 그 많은 부분에 관련되어 있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디지털 감시의 실체와 실태, 수집된 개인정보 때문에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책을 통해 이와 같은 광고의 속성을 알게 되니 새삼 인터넷 이용이 조심스럽다. 무섭기까지 하다.
여기까지 읽는 동안에도 쇼핑몰이나 웹사이트 등에 회원가입하지 않으면, 그리하여 기본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그리고 또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내 정보는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책에 의하면 무엇을 하지 않고 누구나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단 한 번 클릭만으로도 내 정보가 통째로 빠져나가는 디지털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이미 방문한 쇼핑몰 사이트를 이후 방문하는 웹 공간마다 띄워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은 가장 기본적인 수법으로 보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클릭 하는 순간, 또는 글을 쓰는 순간 수집된 내 정보들은 누구에 의해 수집되었는가에 따라 다양한 용도에 이용되거나, 몇 번이고, 셀 수조차 없는 사용자들에게 팔려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오죽하면 개인의 정보를 석유 또는 화폐로 정의하는 전문가까지 생겨났을까.
책을 통해 알게 된 끔찍한 사실 하나는 웹브라우저에 설치된 추적 프로그램으로 누군가 주고받은 메일 내용까지 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빌미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더더욱 끔찍한 것은 '사용자가 삭제하더라도 몰래 자동으로 되살아나는 추적 프로그램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책은 6장에 걸쳐 데이터회사들과 광고회사, 기업들의 무차별적이며 다양한 개인정보 수집 방법과 다양한 쓰임 실태, 국가의 디지털 감시와 시민들의 저항,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지 않는 검색 브라우저나 추적 프로그램들을 차단하거나 감시하는 부가 서비스 설치와 같은 대안 등을 들려준다.
게다가 호기심으로 자신의 사진을 남자 친구에게 보내준 것 때문에 어떤 곳에서도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어느 소녀, 절전 모드에서도 사용자의 낱낱을 촬영하는 정보 수집 프로그램 때문에 마약범으로 몰린 소년, 웹사이트에 가입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팔아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유명한 사이트 등, 우리와 직접 연관이 있는 실례를 풍성하게 풀어가며 설명하고 있어 피부로 실감하며 읽은 책이다.
구글 글라스는 웨어러블 기기의 한 예다. 구글 글라스는 사용자의 눈앞에 인터넷 화면을 띄운다. 스마트폰처럼 구글 글라스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소리를 녹음하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 수 있다. (…)구글 글라스는 많은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구글 글라스로 몰래 사진과 영상을 찍거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손에 들고 있어야하니 티가 난다. 하지만 구글 글라스를 쓰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리거나 조용히 명령어를 읊조리기만 해도 이런 짓을 할 수 있다. 여러 기업이 영업장 내에서 소비자가 구글 글라스를 쓰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은행은 구글 글라스를 쓰고 다른 고객의 뒤를 밟아 계좌 정보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있을까 구글 글라스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얼마 전 "스마트폰 구입 시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련법이 고쳐져야 한다"는 내용의 뉴스가 보도된 적 있다. 책에 의하면 스마트폰은 노트북과 같은 PC보다 개인정보 수집자들에게 훨씬 많은 개인정보들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노트북 등과 달리 개인의 훨씬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속성 때문이다.
지인이 내게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낱낱이 벗겨져 알몸이 된 채 구경당하는 느낌이었다"며 권한 책이다.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동감하리라. 한 마디로 책을 통해 알게 된 디지털 세계는 너무 무섭다. 이 책을 덮은 지난 며칠 동안 클릭이 멈칫 멈칫할 정도로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법은 아직 기술의 발달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 사생활에 대해 명확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고. 그렇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위험천만한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군가에게 내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어떻게 악용되는지 그 실체와 실태부터 대안까지 담은 이 책을 대안으로 권한다.
덧붙이는 글 | <클릭! 비밀은 없다>(브렌던 재뉴어리 씀. 이가영 옮김) | 다른 | 2016-05-20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