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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가 알베르게는 환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마침 매직아워라 하늘은 파랗고, 어제 우리가 걸어 왔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지난 밤은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4명이 자는 방인데 그 중 한 사람이 밤 새 코를 골아 한숨도 자지 못하였다.

배낭을 정리하여 식당으로 내려갔다. 따뜻한 커피와 빵, 과일로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옹늘 라바날 델 카미노까지 20Km를 걸을 계획이다. 계속 오르막길이어서 거리는 짧지만 힘든 길이 될 것 같다. 내일은 1500m 고지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걷고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알베르게를 나서면 바로 앞에 성당이 있다. 같은 성당인데 어제 저녁에 보는 것과 아침에 보는 것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조금 더 걸으니 또 다른 성당이 나온다. 이곳 스페인의 마을과 도시에는 한 곳에 여러 개의 성당이 있는 곳이 많다. 

한국의 도시에서 한 곳에 여러 개의 교회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도시를 벗어나니 노란꽃이 핀 나무들이 있는 숲길이다. 완만하게 올라가는 길이지만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 힘들지 않다.

아스트로가 알베르게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
 아스트로가 알베르게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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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가 시내 풍경
 아스트로가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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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가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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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가 시내 풍경
 아스트로가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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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꽃이 핀 순례길
 노란꽃이 핀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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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걸어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에 도착한다.
 꽃길을 걸어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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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걸을 때 스틱은 필수품이다

순례길은 걷기 시작한 지 22일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례길을 걷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를 찾기 위해서' 였다. 나도 이 카미노를 걸으며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알지 못하고 그저 열심히 살아왔다.

카미노를 걸으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이 길을 걷는지 의미도 모르면서 마치 걷는 기계처럼 아침이 되면 배낭을 메고 열심히 걸어왔다. 내가 왜 사는지, 왜 이 길을 걷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 길을 다 걷고 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얼마를 걷다 보니 산 위에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작은 성당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바르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쉬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걷는다. 길가에 지팡이와 여러가지 소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순례길을 걸을 때 지팡이(스틱)는 필수품이다. 국내에서 등산을 할 때는 스틱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물론 하산 때 스틱이 있어야 무릎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카메라를 손에 들고 다닐 때가 많아 스틱을 가지고 다니는 게 귀찮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이번 순례길을 걸을 때도 스틱을 가지고 올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걷는 것도 아니고 한 달 이상 걸어야 되니 스틱이 필요하겠다 했는데, 참 잘 가지고 왔다. 스틱이 없었다면 이 길을 완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완만하게 오르는 길을 걸을 때 스틱을 사용하면 정말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의 바르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의 바르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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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아카시아꽃이 핀 나무
 붉은색 아카시아꽃이 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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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와 소품을 파는 가게
 지팡이와 소품을 파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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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꽃이 핀 순례길
 노란꽃이 핀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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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카탈리나 데 소모사
 산타 카탈리나 데 소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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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마을을 지나 한 시간 정도 걸으니 산타 카탈리나 소모사 마을에 도착한다. 시골 마을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폐가가 가끔씩 보인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사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모양이다.

이곳에는 알베르게가 세 곳이나 있다. 다시 노란꽃, 하얀꽃이 핀 숲길을 걷는다. 순례자들은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도 무심코 길을 걷는 것 같다. 뜨거운 태양 아래 아무 생각도 없이 길을 걷는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길을 걷고 있는데 오르막길 입구에 할아버지와 손주 두 명이 순례자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있다. 전통 복장을 하고 길들인 매를 가지고 간단한 공연을 한다. 원하는 순례자는 장갑을 끼고 매를 손 위에 앉게 할 수 있다. 아무 보수도 없이 이 일을 하는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고맙다.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힘든 오르막길을 땀을 흘리며 올라간다. 몇 번을 쉬다가 고개를 넘어 조금 내려가니 오늘의 목적지 라바날 델 카미노 마을이 보인다.

아름다운꽃이 핀 순례길
 아름다운꽃이 핀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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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숲, 구름이 아름답다.
 꽃과 숲, 구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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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들과 함께 순례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할아버지
 손자들과 함께 순례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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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인 매를 가지고 순례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할아버지
 길들인 매를 가지고 순례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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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의 다육식물
 돌담의 다육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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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넬 델 카미노 알바르게
 라바넬 델 카미노 알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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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날 델 카미노 마을 풍경
 라바날 델 카미노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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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날 델 카미노 마을 풍경
 라바날 델 카미노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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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나 사이를 '게이'로 의심 받다

드디어 라바날 델 카미노 마을에 도착하였다. 우린 카미노 앱을 이용해 우리가 묵을 지자체 지원 알베르게를 찾았다. 지자체 지원 알베르게 바로 앞에 사설 알베르게도 있다. 대부분의 순례객들은 바로 눈에 띄는 사설 알베르게로 들어간다. 

우리가 묵는 알베르게는 모두 1층 침대만 있어 좋다. 샤워하고 빨래까지 널은 후 마을 산책에 나섰다. 산책을 하다가 한국인 여성 두 명을 만났다. 그들은 우리가 묵은 바로 앞의 사설 알베르게에 묵고 있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알베르게 시설을 알고는 다음부터는 지자체 지원 알베르게에 묵어야겠다고 한다. 마을의 작은 슈퍼에서 저녁에 먹을 것들을 샀다.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어 밥을 해 먹을 것이다.

알베르게에서 브라질 순례객들을 다시 만났다. 한 명은 어젯밤 코를 골아 잠을 설치게 한 사람인데, 그는 다행히 1층에서 묵고 우린 2층에서 잔다. 다른 2명은 40대와 60대 남자이다. 그들은 사위와 장인 관계란다. 사위와 장인이 함께 카미노를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데 이들이 우리 둘의 관계를 묻는다. "우리는 40년을 사귄 오랜 친구다"고 이야기 하니 친구 사이를 의심하는지, 자꾸 우리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묻는다. 순간 이들이 우릴 게이로 의심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구 사람들은 남자들끼리 가깝게 지내는 것을 게이로 아는 경우가 많으니까. 더구나 우린 같이 걷고, 음식도 같이 해 먹으니 이런 오해를 받는 듯하다.

식당에서 요리를 해 먹는 사람이 우리 밖에 없다. 여유 있게 삼겹살을 굽고 밥을 해서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마을 산책에 나섰다. 오래 된 돌담에는 다육이 식물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사설 호스텔에도 많은 순례객들이 묵고 있다. 그 앞에는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순례객들에게 팔고 있는 곳이 있다. 내일은 높은 산을 넘어야 되니 일찍 쉬어야겠다.


태그:#산티아고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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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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