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인 안양청소년 육성재단(아래 육성재단)이 석연찮은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한 데 이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까지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육성재단은 안양시 산하기관이다. 이필운 안양시장(새누리당)이 이사장이고, 정홍자 전 도의원이 대표이사다.
육성재단은 지난 8월 31일 계약 미체결, 재단 명예훼손, 근태 불량을 이유로 방과후 지도자 2명을 해임했고, 며칠 뒤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고소는 이들이 해고된 다음 날인 지난 9월 1일, 밤늦은 시간에 사무실에 무단침입해 문서를 폐기하는 등 고의로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육성재단, 무단침입 주장... 그러나 근거나 증거는 없어
해고에 이어 고소까지 당한 김아무개씨(40대, 여)와 이아무개씨(20대, 여)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씨와 이씨는 지난 13일 오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형사한테, 고소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은 날부터 분하고 떨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해고 당일인 31일, 짐 정리를 미처 못 했다고 하자, 동료 직원인 손아무개씨 등이 내일 (만안 문화의집) 소장이 없을 때 편한 시간에 와서 사물함 등을 정리하라'고 해서 밤늦은 시간에 갔을 뿐"이라며 "'무단침입'이라는 육성재단 측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동료 직원 손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 주며 무단침입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문자메시지를 보면, 실제로 손씨는 김씨가 "(나)올라가도 되는 거야?"라고 묻자 "모(뭐) 상관 있을까요(있을까요)"라고 답변했다. 사무실로 들어와도 괜찮다는 신호다. 또한, 손씨는 "지금 갔는대(데), 가써요(갔어요)"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소장이 퇴근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김씨는 업무방해를 했다는 육성재단 측 주장을 "2015년에 (내가) 만들어 놓은 자체평가 보고서를 (손씨가) 그대로 2016년 평가 보고서로 만들려고 해서, '이건 허위'라고 이야기하자 그가 화를 내며 작성하던 문서를 (컴퓨터) 휴지통에 넣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육성재단 측은 김씨 등이 무단침입을 했고, 직원들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단침입을 했다는 증거나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육성재단 관계자 A씨는 13일 오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밤 11시경에 들어왔으니,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원들이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들이 밀고 들어왔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직원들이) 말했다"라고 대답하며 "서류도 지웠고 양식도 폐기하고"라고 덧붙였다.
다른 직원 답변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원인 손씨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해고된 김씨와 지난 1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손씨는 19일 오후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저 (인터뷰) 안 할래요"라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씨가 일하던 만안 문화의 집 소장 박아무개씨는 "(김씨 등이) 밤 11시 경에 온 거로 안다, 상식적으로 밤 11시에 오는 경우가..."라고 말했다.
해고 위한 계약 강요, 거부하자 징계위 열어 해고
해고 사유도 석연치 않다. 육성재단은 마음대로 해고를 하기 위한 계약을 강요하다가 김씨와 이씨가 끝까지 계약 체결을 거부하자 인사위원회를 열어 강제로 해임을 시켰다. 그래서 해임 사유가 '계약 미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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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위한 계약 강요, 거부하자 징계위 열어 해고 해고된 김씨는 11년간 육성재단 산하 만안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방과후 지도자로 일한, 무기 계약직이었다. 이씨는 2년 근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예비 무기계약직이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면, '기간제(비정규직)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로 본다'로 되어 있다.
김씨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작성한 근로계약서와는 다른 '불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7일 오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올해 말이 계약 만료라는 내용 등이 있어, 이미 무기계약직인 내겐 무척 불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씨도 "저를 해고하겠다는 계약서라서 서명을 할 수 없었다"고 8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