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산군농민회 회원들이 서울 대학로에서 나락을 손에 쥐고 쌀값 폭락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산군농민회 회원들이 서울 대학로에서 나락을 손에 쥐고 쌀값 폭락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예산군농민회

관련사진보기


전국적인 쌀값 대란이 엄습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공공비축미 우선 지급금을 지난해보다 7000원이나 낮은 4만5000원(조곡 40㎏, 1등급)으로 결정, 쌀값 폭락의 도화선이 됐다. 4년 연속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던 쌀값이 올해는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농촌민심은 흉흉하다.

쌀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농정당국의 재고미 관리부실이 꼽힌다. 더욱이 그 재고미 속에 수입쌀까지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쌀생산량은 432만 톤이다. 그런데 지난달 말까지 남아있는 재고량은 200만 톤(정부 양곡 175만 톤, 농협 및 민간양곡 25만 톤)으로 생산량의 절반이나 된다.

농정당국은 쌀값 폭락의 원인을  쌀 소비 감소와 생산량 증가로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대책으로 쌀소비촉진행사를 벌이고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해 쌀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대책을 내놓아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예산군은 충남에서도 대표적인 농업군이다. 아직도 수도작은 농업소득의 중심이며 쌀값대란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징조다.

지난해 예산군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2015년산 추곡수매값이 조곡 40㎏ 1포대당 4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19%(2014년산 5만3400원) 이상 떨어졌을 때 농민들은 "사상 최악의 수준"이라며 "쌀값이 20년 전과 같으니 살 수가 없다"며 절망했다.

"올해는 얼마나 더 떨어지려고..."

싯누렇게 여물어 가는 벼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전라도 곡창지대에서는 수매가 폭락은 그만두고 RPC들이 수매량도 줄였고, 민간정미소에서도 조곡매입을 꺼리고 있어 쌀대란은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김충국 예산군쌀전업농회 회장은 "홍성 등 우리 인근지역 통합RPC에서도 야적을 않겠다(탱크용량이 차면 더 이상 수매를 않겠다)는 말이 나온다. 일반 방앗간들도 쌀값이 불안한데 벼를 사서 쌓아놓을 이유가 없지 않겠냐, 이런 현상은 농민들의 마음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투매현상이 일어나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쌀값이 끝없이 폭락하는지에 대해서는 농정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FTA에서 약속한 물량만 들여왔어도 이렇지는 않다, 그 외적으로 수입을 하니까 문제가 일어났는데 소비가 줄고 생산이 늘어서 그렇다고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많은 집단급식소에는 이미 외국쌀이 밥상을 차리고 있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매가격에 대해서는 "최소한 지난해 수준(4만3000원)은 돼야 한다, 4만 원으로 떨어지면 농사짓지 말라는 얘기다"고 목청을 높였다.

봉산에서 5만여 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조광남씨는 22일 쌀값 폭락을 규탄하는 전국농민대회에 참여코자 상경하는 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농민 중에 소농비율이 80%이고 그들이 우리나라 농업을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소농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돼 있다. 만약 수매가가 4만 원으로 떨어진다고 치면 한마지기(200평)에 13가마(조곡 40㎏) 보고(생산하니) 52만 원이다. 인건비를 뺀 비료값 등 영농비 20만 원 제하면 32만 원인데, 논 30마지기(6000평) 농사 지으면 1년 소득이 960만 원이라는 얘기다. 도지농사면 임차료도 줘야 하는데 이건 최저인건비 조차도 안 된다. 이 돈 갖고 살 수 있겠나?"

이어 "정부가 쌀 재고 관리를 전혀 안 했다, 재고가 200만톤으로 1년 생산량의 절반이 재고로 쌓여 있다"라며 "그런데도 수입쌀 41만 톤에 밥쌀용쌀까지 수입하고 있다, 정책도 없고 관심도 없고, 이건 농민 보고 죽으란 얘기다"고 분개했다.

그는 특히 정부대책이 더 절망스럽다고 한다.

"쌀 재고를 털 생각은 하지 않고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통해 농지면적을 줄이겠다고 한다. 수입하려고 농지면적 줄이는 나라는 세상에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식량자급률이 20% 밖에 안되는 나라가 일시적인 쌀생산량이 증가했다고 농지부터 없애겠다고 하니 누가 정부를 믿겠나. 정부는 우선 물난리를 겪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쌀을 원조해 재고량을 줄여야 한다. 동물사료로 쓰느니 굶고 있는 동포들에게 지원하는 게 낫지 않나?"

예산군에서 생산되는 벼(조곡)는 약 8만5000여 톤(2015년 기준)이다. 이 가운데 예산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농협통합RPC)이 약 2만6000여톤을 사들인다. 전체 생산량의 30.6%나 되니 농민들의 시선이 그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22일 농협통합RPC 김경수 대표는 "오는 4일부터 삼광벼를 수매하고 11일부터는 일반벼를 받는다"고 수매계획을 밝힌 뒤 수매량에 대해서는 "계약재배량은 2만4000톤인데 추가분이 문제다, 지난해에는 3000톤을 더 받았다. 지금 있는 시설탱크에 보관할 수 있는 양은 1만8000톤 이어서 나머지는 야적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가장 민감한 수매가격에 대해서는 "다음주 중으로 이사회를 열고 수매가격 우선지급금과 수매량 등 구체적인 결정을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쌀값대란 사태에 대해 예산군농업인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예산군농민회 박형 회장은 "지난 20일 농단협 등 단체장들과 함께 오는 10월 5일 비상농민총회를 열기로 했다, 쌀농사 뿐만 아니라 LG 등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반대하는 시설재배농민 단체들까지 참여할 것이다, 이번에는 논의에 그치지 않고 농민행동을 결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쌀값대란, #쌀값폭락, #농민회, #밥쌀용쌀, #예산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