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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자리에서 김해성 목사 성추문 관련 논의는 없는 상태다.
  • 기장 신임총회장이 '사죄'는 했으나 공식 사과는 아니었다. 자성이 없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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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8일, 기장 서울남노회 정기회의가 있어 김해성 목사 징계가 이뤄질 수도 있다.
"(김 목사 성추문으로) 기장 교단에 대한 실망감을 드렸다면, 교단 대표로서 사죄드립니다. 저도 똑같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 문제는 교회의 권징에 따라 적절히 처리될 것입니다. (…) 다만 조선족교회, 이주민센터 등 김 목사가 해온 사역은 우리 교단의 정체성과 합한 일이기 때문에 중단되지 않도록 해나갈 계획입니다."

'사죄'라는 단어는 있었지만, 공식 사과는 없었다. 전반적으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한국기독교장로회(아래 기장) 교단의 '얼굴'이라고 불려온 김해성 목사, 그의 성추문을 대하는 신임 총회장(권오륜 목사)의 말에서 교단 전체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 27일부터 경기 화성시 라비돌리조트에서 제101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열리고 있다. 매년 진행되는 총회는 교단 소속 목회자·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임 지도부를 선출하고, 교단 관련 현안을 의제로 올려 의사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자리다. 그러나 총회 개회예배는 물론, 총회 진행 중에도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은 제101회 총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꾸렸다. 신임 권오륜 총회장(사진 왼쪽)은 기자 간담회에서 '사죄' 등을 말했지만, 교단 차원의 공식사과는 없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은 제101회 총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꾸렸다. 신임 권오륜 총회장(사진 왼쪽)은 기자 간담회에서 '사죄' 등을 말했지만, 교단 차원의 공식사과는 없었다. ⓒ 지유석

자부심 강한 '기독교장로회'... 김해성 목사 성추문 논의는 언급 피해

사실 기독교계에 있어, '이주노동자의 대부'로 알려진 김해성 목사(56·남·중국동포교회)의 성추문은 대형 악재와도 같았다. 특히, 김 목사가 소속된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김 목사 추문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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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교단이 어떤 교단인가?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1972년 유신체제 선포,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 1980년대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인 진보 성향 교단이다. 교회 일치와 사회 선교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래서 기장 교단 소속 목사들은 자부심이 남다르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기장 교단이 소속 목사의 성추문엔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총회를 앞두고 김 목사의 성추문이 불거졌으니, 총회가 이 문제에 대해 교단 차원에서의 사과 등 관련해 공식 견해를 밝히리라는 예상도 가능했다.

불행히도 이 예상은 빗나갔다. 총회에 김 목사 성 추문 관련한 안건 자체도 상정되지 않았다. 물론 9월에 열리는 총회를 앞두고 여기 상정될 안건을 심의·채택하는 작업이 8월 중 끝나는 탓에 시기상 의제화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즉석 안건 등으로라도 올려 논의할 수도 있었다.

 기장 제101회 총회 개회예배 모습. 기장 총회 공식 석상에서 김해성 목사 관련 언급은 일체 없었다.
기장 제101회 총회 개회예배 모습. 기장 총회 공식 석상에서 김해성 목사 관련 언급은 일체 없었다. ⓒ 지유석

가장 큰 문제는 이 사건을 대하는 목사들의 태도였다. 교단 목사들은 관련해 공개 언급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총회에 참석한 기장 소속 목사 20여 명을 만나 '김 목사 성추문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으나 이들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답변은 약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됐다.

첫째,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둘째, "마음 아픈 일이지만 본인이 인정했고, 목사직을 내려놓지 않았나? 그만하면 됐다."
셋째, "목사 면직 권한은 노회에 있으니 노회 처리에 맡겨야 한다."

전반적으로 김 목사 성추문과 관련한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기장 교단은 다른 보수 장로교단보다 교세가 크지 않다. 따라서 김 목사 성추행이 여론에 부각되면 교단의 위신 실추는 물론 교인수 감소도 걱정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다들 공개 언급을 꺼리는 것이다."

신임 총회장 "김 목사 관련, 책임감 느껴... 관련 사역은 계속할 것"

총회를 알리는 개회 예배 후에는 신임 지도부 선출을 위한 투표가 진행됐다. 새 지도부의 신임 총회장으로는 권오륜 목사가 당선됐다. 그는 이후 준비한 회견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으나, 여기서도 김 목사 성추문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기자의 질문에서야 신임 총회장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김 목사 성추문으로) 기장 교단에 대한 실망감을 드렸다면, 교단 대표로서 사죄드립니다. 저도 똑같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분(김해성 목사)이 사임서를 냈고, 또 담당 노회에서 권징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 문제는 교회의 권징에 따라 적절히 처리될 것입니다. 다만 조선족교회, 이주민센터, 무료병원 등 김 목사가 해온 사역은 우리 교단의 정체성과 합한 일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중단되지 않도록 해나갈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사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사과 표명은 아니었다.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더구나 내용을 자세히 보면, 김 목사 사건보다도 기장 교단의 대외적 위상 실추를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총회 이틀째인 9월 28일에도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단, 전날 저녁 여성 총회 대의원(투표권을 가진 목사·장로 등)이 모여 교단 내 '성(性)정의'를 주제로 한 안건 설명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김 목사 성추문을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장 교단에서는, 이미 상정된 의제 외에 다른 의제를 상정하려면 현장에 참석한 총대의원의 즉석 서명을 받으면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ㄱ목사는 "여성 목사들 사이에도 입장 차가 있다"라고 전했다. 즉, 내부에서도 김 목사 사건을 공론화하자는 입장과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 뒤섞여 있다는 의미다.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자료사진).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사뭇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성으로서, 또 목회자로서 남성 목회자가 여성도를 성추행했다면 심각성을 느끼고 공론화를 주도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ㄱ목사는 "교회와 교단 내부에 남성 중심적인 경향이 강하다 보니, (목사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에 젖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는 공식 상정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다. 총대 의원들의 뜻이 모이면 총회 마지막 날인 9월 30일께 안건으로 상정되리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그러나 공식 상정된다고 해도 교단 차원의 징계가 이뤄지리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

목회자에 대한 처벌 권한은 노회에 속해 있고, 김 목사 고발장은 담당 노회(서울남노회)에 접수된 상태다. 따라서 총회는 이를 존중해 노회에 징계 권고 수준 정도의 결의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권징 절차를 맡을 서울남노회는 어떤 입장일까? 노회장인 김창환 목사는 이와 관련해 "다음 달 18일 정기노회가 열리는데, 김 목사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다"라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이니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라고만 답변했다.

"남다르다" 자긍심 있는 교단, 자정 의지 있는 걸까

과연 기장 교단이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김 목사에 적절한 징계를 가할 수 있을까? 기자가 총회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바로는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지난 22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교단 총무인 배태진 목사는 김 목사 성추행 사건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김해성 목사 성추문을 인지하고도 김 목사를 감쌌다는 비난을 받은 배태진 총무는 이임사에서 허물을 덮어달라고 호소했다.
김해성 목사 성추문을 인지하고도 김 목사를 감쌌다는 비난을 받은 배태진 총무는 이임사에서 허물을 덮어달라고 호소했다. ⓒ 지유석

이에 기장 소속 여성연대와 생명연대 등이 각각 성명을 내고 배 총무를 거세게 성토했다. 특히 생명연대는 배 총무에게 "피해자 고통을 헤아리지 않은 채 김해성 목사를 두둔하고, 여기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줬다, 기장 총회에 속한 모든 교회·목회자·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줬다"라면서 이번 총회 석상에서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배 총무는 총회에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배 총무는 이번 총회를 끝으로 총무직에서 물러난다. 입장 표명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임식에서 전반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했지만, 이임사 내용은 되레 책임 회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그의 이임사 중 핵심 대목은 이렇다.

"여러 사회 쟁점현안에 대한 저의 대처는 현명하고 슬기로워야 했다. 지금까지 허물은 여기 계신 총대원들께서 널리 덮어주시고 감싸주시고 사하여주기 바란다."

교단을 막론하고 목사들이 저지른 갖가지 비리나 성범죄에 대해 교단이 강력한 자정 의지를 가지고 처벌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진보를 자처하는 기장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그러나 기장도 이런 경향에서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1년 임기의 총회장을 마친 최부옥 목사는 이임사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기장 교단은) 한국 교회 안에서 '우리는 남다르다'는 묘한 자긍심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우리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안에 교만이 없지는 않았을까?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먼저 추스를 겸손함이 과제로 던져졌다. 자정 능력을 키우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내달 18일, 기장 서울남노회의 정기회의 등 아직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새롭게 지도부를 꾸린 기장이 김 목사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과거와는 다르게 자정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 총회와 노회에 감시의 눈초리를 거둬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김해성 목사#배태진 총무 #총회#권오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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