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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서울시가 뉴타운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 강제철거를 퇴출하기로 하고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는 지난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서울시가 세입자 이주대책을 정비하고 사전협의 절차를 마련하는 등 나름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으나 최근에도 인덕마을(월계2구역), 무악2구역(옥바라지골목) 등에서 보듯 강제철거 및 철거 시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제철거가 이뤄지고 있던 무악2구역 재개발현장을 깜짝 방문해 공사를 중지시킨 바 있다. 이후 서울시는 전문가 자문회의와 국회의원, 변호사회와 공동토론회를 여는 등 숙의절차를 거쳐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전 기자설명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람은 결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강제퇴거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모든 법과 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은 '인내'를 강조했다. 즉 "도시는 부자도 살지만 가난한 사람도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는 식의 재개발이었다"며 "이해 당사자들이 인내를 가지고 온갖 협상을 벌여 강제철거가 없는 서울을 만들자"고 말했다.

사전협의체 구성시기 앞당기고, 구청장이 분쟁조정위 직권상정

서울시는 충분한 사전협의 없는 강제퇴거와 강제퇴거 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정비사업구역을 지정하는 '사업계획단계' ▲건축물 처분 등을 결정하는 '협의조정단계'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집행단계' 등 3단계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사업계획단계에서는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사람·인권 중심으로 더욱 강화해 갈등요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즉, 지금까지는 노후도나 세대밀도 같은 물리적·정량적 평가만으로 정비구역을 지정했다면, 앞으로는 거주자의 의향, 주거약자 문제, 역사생활문화자원 존재 여부 등 대상지 특성을 종합적·정성적으로 판단해 더욱 신중히 구역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것.

둘째, 협의조정단계에서는 지난 2013년 마련한 '사전협의체' 제도를 개선해 당초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보상금액이 확정되기 전인 '분양신청 완료' 시점으로 사전협의체 구성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보상금액이 결정돼 조합과 세입자 등 사업 당사자간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사전협의가 진행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졌다는게 시의 판단이다.

사전협의체는 분쟁이 있을 경우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 5명 이상으로 구성돼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소 5회 이상 대화를 거치도록 한 제도이다.

시는 이 제도가 그간 법령이나 운영기준 없이 행정지침으로만 운영돼오던 것에서 연내 조례제정을 통해 구성 주체를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변경하고 민간 전문가를 새로 포함시켜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 사전협의체에서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최하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도 현재는 분쟁 당사자가 신청할 때만 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운영이 저조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향후에는 구청장에게 직권상정 권한을 부여해 더욱 적극적인 분쟁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5월 17일 오전 옥바라지골목 구본장여관 앞에서 보존대책위 관계자들과 용역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오전 옥바라지골목 구본장여관 앞에서 보존대책위 관계자들과 용역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 김경년

재개발현장 용역깡패 단속... "차라리 경찰·군에게 요청하라"

셋째, 집행단계에서는 사전 모니터링과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이주단계(관리처분인가~착공 전)에 있는 사업장 45곳에 대해서는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강제철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미이주 세대를 중심으로 이주·철거 절차를 안내하고 사전조정활동을 실시한다.

시는 특히 불가피하게 인도집행이 이뤄질 경우, 감독 공무원을 현장에 입회시켜 '집행관'이 아닌 '조합측 고용인력(용역)'이 폭력을 행사하는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위법행위가 있을 경우 고발조치 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민사집행법상 철거 과정에서 조합측이 일방적으로 '용역깡패'들을 동원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집행관에게 강제력이 필요한 경우 차라리 경찰이나 군에게 요청하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사전협의체의 법적 근거 마련, 상가세입자 손실보상제도 보완 등 제도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국회와 협의하고, 대법원·경찰과도 적극 협의해 강제철거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25개 구청장들을 대신해 참석한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그간 조합과 세입자간 분쟁이 생겨도 구청이 개입할 관련 규정이 없었는데, 이번에 구청장이 분쟁위에 직권상정할 권한이 신설되면 양측의 공통분모를 찾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여건이 생긴다"며 환영했다. 

한편 이날 기자설명회에서는 박 시장은 '정비사업에서의 시민보호·인권보호에 관한 서울선언'을 읽은 뒤, 용산참사에서 남편을 잃은 전재숙씨 등 유가족 3명에게 선언문을 전달했다.


#박원순#강제철거#뉴타운#재개발#사전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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