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 부지를 확정해, 이르면 30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일째 단식중인 박보생 김천시장과 배낙호 김천시의회 의장이 강한 투쟁을 예고했다.
박 시장과 배 의장은 지난 27일 단식에 들어가기 전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방부는 김천시민이 철저히 배제된 일방적인 성주골프장 사드배치를 추진함으로써 김천시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천시민에게 충분한 사전설명 없는 일방적인 사드 배치 발표는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김천과 성주의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자 더욱 강한 투쟁을 예고하며 재검토를 다시 요구했다. 김천시청 2층 회의실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박 시장과 배 의장은 29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먼저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박보생 시장은 "국방부가 성주CC를 처음부터 계획하고 여론몰이를 하는 것 같다"며 "인근에 혁신도시를 포함해 2만여 명이 넘는 김천시민이 피해를 당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국방부를 찾아가 호소하고 여야 정치권을 찾아갔지만 방법이 없다"며 "막상 발표가 된다니까 걱정스럽지만 지역주민들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지역 주민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할 것을 요구한데 대해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사드 찬성을 정했지만 당원들에게 물어보고 정한 게 아니다"라며 "당원으로서도 반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작정치 하듯 한다"... 시민들 격려 방문 이어져배낙호 김천시의회 의장도 "성주 롯데골프장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며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의장은 "국방부가 우리의 얘기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다"며 "김천은 배제시키고 성주와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김천에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 롯데골프장은 행정구역만 성주군이지 사실상 김천시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배 의장은 국방부가 김천시민들을 상대로 사드 홍보를 하는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충분히 할 수도 있는데 뒤에서 숨어서 공작정치 하듯 한다"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짓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배 의장은 새누리당이 사드 찬성 당론을 결정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당론을 정할 때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 결정했는지 모르지만 일반 당원들과는 상의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물어 당론을 결정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따르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탈당하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탈당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배 의장은 "단식은 무기한 할 것"이라며 "앞으로 사드 배치를 발표하면 이보다 더한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말했다. 정부가 김천시민들과 먼저 대화를 하고 주민들이 동의한 후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단식을 격려하는 시민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김천시청을 찾아 박 시장과 배 의장을 위로한 뒤 "정부의 일방적 사드 배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 28일 김천시를 찾아 박 시장과 배의장, 성주CC사드배치반대김천투쟁위 관계자 등을 만나 위로하고 주민들의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