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논란에 휩싸여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이주노동자의 대부' 김해성 목사가 담임으로 시무하던 중국동포교회 주일 예배에서 김 목사의 복귀를 주장하는 설교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김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주일 예배에서 이 교회 배태진 목사는 "지난 몇 주 간 제 인생에서 그렇게 많은 기도를 올렸던 적은 없었다"면서 "중국동포교회 성도님들은 반드시 김해성 목사님을 정한 기간 내에 다시 불러 써주실 걸로 믿고, 그 날이 빨리 오기를 인내하면서 간절히 기도하기를 바란다"고 교인들을 독려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9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김 목사가 '10년 전 지구촌사랑나눔에서 활동했던 직원이 성관계 했던 사실을 미끼로 2억 8000만 원을 갈취했다'고 경찰에 고소했고, 중국동포교회 여집사 A씨를 승용차 안과 목사실에서 두 차례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이후 김 목사는 "10여년 전 찾아온 봉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고, 교회 성도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했다"면서 "관련 직책을 다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지난 달 13일 성추문 사실을 인정한 김 목사가 관련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언급한 지 불과 20여 일 만에 교회 안에서 김 목사의 복귀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배 목사 "중국동포교회는 목자를 잃었다"이날 오전 예배에서 배 목사는 여러 차례 김해성 목사를 언급했다. 그는 "중국동포교회를 통해서 주님으로부터 오는 참된 소망을 얻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쁨을 얻고, 법적인 지위문제도 해결이 되고, 자녀들의 교육문제도 해결됐지만 (중략) 갑자기 우리 중국동포교회는 목자를 잃었고, 지구촌사랑나눔은 대표지도자를 잃었다. 알 수 없는 불길이 목사님을 꽁꽁 묶어 버렸다. 참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배 목사는 이어 "앞으로 이 땅에 사는 이주민들이, 중국동포들이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이 교회에 나오고, 지구촌사랑나눔에 나올 텐데 목자와 지도자 없이 어떤 유효한,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날 설교에서 김 목사를 한 알의 썩은 밀알에 비유한 배 목사는 "물길 돌아오듯이 우리의 목자와 지도자를 다시 돌아오게 해 달라"면서 "우리 교회와 목사님을 궁휼히 여겨주시고, 우리 목사님을 훈련시켜주시고, 단련시켜주시고 깨끗이 씻어 주셔서 (중략) 반드시 귀하게 써주실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배 목사가 교회와 김 목사를 위한 기도를 당부할 때마다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김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이 교회 집사 A씨는 이날 배 목사의 설교에 대해 아주 부적절했다며 분개하고 있다.
A씨는 "배 목사뿐만 아니라 중국동포교회의 다른 목사도 '여기서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 '왜 죄인이 죄인을 용서하지 않느냐'면서 교인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특히 A씨는 배 목사가 중국동포교회가 소속된 기독교장로회(기장) 총무로 재직하고 있던 지난 5월 김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도 이를 소극적으로 처리하려 했다는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성추행 문제를 무마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우려했다.
A씨는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것은 개인적인 분풀이 차원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김 목사를 교회 안에서 제대로 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면서 "하지만 배 목사의 설교를 들어보면 교회공동체가 김 목사 성추행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커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