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추어 아이하고 어버이가 함께 누리는 미술놀이 이야기를 다루는 책 <아티스트맘의 참 쉬운 미술놀이>(길벗,2016)입니다. 이 책을 쓴 안지영 님은 스스로 '아티스트맘'이라는 이름을 쓴다고 합니다. 이녁이 예술가이기에 아티스트맘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지만, 아이들하고 즐겁게 미술놀이를 할 줄 안다면 누구나 아티스트맘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해요.
<아티스트맘의 참 쉬운 미술놀이>를 보면, 봄에는 테이프 그림, 동그라미 추상화, 휴지심 나무, 봄맞이 새 장식, 달걀판 거북이 같은 놀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여름에는 나만의 종이 인형, 여름 수채화 놀이, 종이 상자 인형의 집, 알록달록 꽃다발 같은 놀이 이야기를 다뤄요. 가을에는 풀로 그린 그림, 해질녘 풍경화, 풍선으로 나는 집, 호박씨 가을 나무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요.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수채화 눈꽃 리스, 겨울 실루엣 나무, 눈사람 콜라주, 습자지 창문 장식 같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미술은 아이가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미술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 안에서 행복한 자신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6쪽)저는 아이가 끄적이는 낙서 그림부터 함께하는 미술놀이까지 아이의 나이에 따라 파일로 정리를 해놓고 있어요. 가끔 펼쳐서 보면 아이의 성장이 보여서 참 뿌듯하지요. 아이들도 자기가 그렸던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23쪽)아이들하고 미술놀이를 하자고 얘기하는 안지영 님은 '우리 곁에 흔하게 있는 것'을 잘 살피기만 해도 미술놀이가 재미있다고 덧붙여요. 이를테면 '휴지심'으로 이모저모 멋진 미술품을 빚을 만하다고 합니다. 휴지심에 그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휴지심을 알맞게 잘라서 나무를 꾸미거나 호박처럼 빚거나 꽃처럼 엮을 수 있다고 해요.
동그랗고 긴 휴지심에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지만 글도 쓸 수 있어요. 연필이나 볼펜으로 글을 쓸 수도 있고, 알록달록 여러 빛깔로 노랫말이나 시를 적어 넣을 수 있어요. 한글놀이를 휴지심으로도 할 만합니다. 휴지심을 여러 가지로 잘라서 실을 이으면 천장에 붙여 모빌로 삼을 수 있을 테고요.
휴지심 나무는 아이와 엄마 모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미술놀이예요. 매주 한두 개씩 생기는 휴지심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활용하면 멋진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거든요. (49쪽)어머니나 아버지가 너무 바쁘다면, 아이가 하루 내내 유치원이나 학원이나 학교에서만 지내야 한다면, 이때에는 아이들하고 함께 즐길 미술놀이하고 멀어집니다. 그러나 어머니나 아버지가 너무 바쁘더라도 하루에 삼십 분쯤이라도, 또 한 주에 하루라도 틈을 내어서 아이들하고 함께 노는 자리를 마련해 볼 수 있으면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을 수 있어요.
어버이하고 아이가 나란히 종이를 펴고 그림을 그리지요. 어버이하고 아이가 나란히 가위랑 풀이랑 종이를 들고 이것저것 오리고 붙이면서 놀지요.
아이들은 미술학원에 가야만 미술놀이를 할 수 있지 않아요. 아이들은 학교에서만 미술 수업을 받아야 하지 않아요. 여느 어머니나 아버지도 얼마든지 그림놀이나 가위놀이나 종이놀이나 붓놀이를 할 수 있어요. 뛰어난 재주를 가르쳐야 하는 미술놀이가 아니라, 아이하고 온 하루를 기쁨으로 누리는 길에 함께하는 미술놀이예요.
미술놀이를 아이와 함께 해서 좋은 점은 생활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을 같이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가 직접 만든 물건을 사용하면 성취감과 자신감,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창조 욕구도 상승하는 것 같아요. (73쪽)<아티스트맘의 참 쉬운 미술놀이>에서는 골판종이로 된 빈 상자를 오리는 놀이를 제법 많이 다룹니다. 참말로 골판종이는 여러모로 미술놀이에 쓰임새가 많습니다. 저도 골판종이를 집에서 아이들하고 흔히 쓰는데, 이밖에 '과자 종이상자'라든지 '우유 빈 곽'도 흔히 써요. 종이상자나 빈 곽을 잘 말린 뒤에 넓게 펴지요. 이런 다음에 그림을 그려 넣고 가위로 오려요. 이렇게 하면 '종이인형'이 태어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새로운 책이나 만화나 영화를 보고 나면 흔히 새로운 종이인형을 오려요. 하얗거나 누런 종이상자나 곽에 찬찬히 그림을 그려 놓고는 천천히 가위로 오려요. 이리하여 종이인형은 멋진 소꿉동무가 되고 놀이동무가 됩니다. 종이인형을 오리는 동안 아이들은 즐겁게 꿈을 지으면서 놀아요.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그림을 즐기는 바탕이나 놀이를 이루는 발판은 늘 우리 곁에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티스트맘의 참 쉬운 미술놀이>은 어머니가 아이들하고 그림으로 노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는데,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아이들하고 그림으로 함께 놀 수 있다면 더욱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이들하고 몸으로만 뛰어놀아야 하지 않아요. 아버지도 아이들 곁에 차분히 앉아서 그림도 그리고 종이도 오리면서 신나게 꿈을 짓는 놀이를 물려주어 보셔요.
덧붙이는 글 | <아티스트맘의 참 쉬운 미술놀이>(안지영 글·사진 / 길벗 펴냄 / 2016.7.25.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