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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1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오전 부산 감만부두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2천 여명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1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오전 부산 감만부두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2천 여명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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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강경으로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하고 있다. 경찰은 일주일 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본부장을 비롯해 조합원 70여명을 연행했고, 국토부는 대화보다는 화물연대 요구를 깎아내리는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2003년 이후 파업 중 가장 온건하고, 요구 또한 지금까지 파업 요구 중 가장 소박한 것들이다(19일 오전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파업 철회 결정은 오후 총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 편집자 말).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오직 공권력으로만 대하는 것을 보면 불통 정권의 막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물론 육상 화물운송 산업이 소비재 산업이 아니다보니 화물연대 요구에 대해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어렵고, 정부 정책에 대해 화물 노동자들이 저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반대를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이해하는 만큼 경제민주화의 방향도 보인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육상 화물운송 산업은 한국 재벌 경제의 모순이 가장 추악한 형태로 응축된 곳으로 경제 민주화 개혁의 가늠자로 삼아야 할 표본이다.

'이중적'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이뤄진 육상 화물운송 시장

첫째, 우리나라의 육상 화물운송 시장은 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중적' 다단계 하청 구조로, 화물연대의 요구들은 이를 개혁해 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화물차는 이른바 지입차로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같은 운송회사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화물차를 운전하는 기사가 소유한 것이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가 부품이나 완성차를 운반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에게 화물을 맡기면, 현대글로비스가 규모가 작은 ○○운송업체들에게 운반을 아웃소싱하고, 이 소규모 운송업체들이 또 △△알선업체들을 통해 화물차를 수배하는 식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화물차를 소유한 화물노동자가 부품과 완성차를 운송한다.

화주(현대자동차)-운송사(현대글로비스)-하청운송사(○○운송업체)-알선업체-화물차로 이어지는 짧게는 2단계, 길게는 5단계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최초 화주가 지불한 운송비는 작게는 20%, 많게는 30~40%까지 중간에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진다.

물량을 떠넘기는 다단계 하도급이야 건설업이나 제조업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육상 화물운송 시장이 황당한 것은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화물차 번호판까지도 다단계 하청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화물 노동자가 화물차를 소유하지만 이상하게도 운송업을 할 수 있는 노란색 번호판은 대부분 운송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탓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운송업체가 정부로 부터 50개의 번호판을 허가받아 소유했는데, 자신이 직접 계약할 화물차 20대를 제외하면 30개의 번호판이 남아, 이를 B운송업체에 돈을 받고 임대한다. 그리고 B운송업체는 이 30개의 번호판을 중간 번호판 매매 업자에게 임대하고, 또 중간 번호판 매매 업자가 화물 노동자에게 번호판을 다시 임대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다단계로 번호판이 임대 또는 매매되며, 결국 화물노동자는 운송을 위해 이 번호판을 수천만 원을 주고 임대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화물차의 노란색 번호판은 상당수가 여러 방식으로 매매된 번호판들이다.

요약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물량도 다단계, 운송허가증(영업용번호판)도 다단계로 매매되며, 이 모든 비용을 시장의 바닥에 있는 화물 노동자가 책임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화물에 손끝하나 대지 않는 중간업자들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화물차를 화물기사가 스스로 구매해야 하는 지입제도도 세계적으로 흔치 않지만, 아예 운송허가증도 이렇게 다단계로 매매되는 시장은 세계에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모든 다단계의 꼭대기에는 당연하게도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같은 재벌 운송사들이 자리한다.

화물연대가 내세운 파업 요구들은 지입제를 폐지하라는 것이고, 지입제를 당장 폐지할 수 없으면 다단계 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화물연대가 10년 넘게 요구하고 있는 표준운임제는 실제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의 수입을 기준으로 화물운임체계를 법적으로 정하라는 것이고(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제와 같이), 운송사가 일방적으로 화물차노동자에게서 번호판을 빼앗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호를 강화해달라는 것이며(임대차보호법과 같이), 다단계 중간 수수료 제도를 유지한 체 화물노동자 간 경쟁만 과열시키는 수급조절규제 완화 정책을 폐지하라(점포의 입점 거리 제한 제도 같이)는 것이다.

화물차 과적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이유

 10월 10일로 성과,퇴출제에 반대하는 공공기관노조의 총파업이 14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공공운수노동조합 수도권지역 조합원 1만여명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서 '공공운수노조 3차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 를 개최 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어올리며 응원하고 있다.
 10월 10일로 성과,퇴출제에 반대하는 공공기관노조의 총파업이 14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공공운수노동조합 수도권지역 조합원 1만여명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서 '공공운수노조 3차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 를 개최 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어올리며 응원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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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우리나라의 육상 화물운송 시장은 규제도 별로 없고, 있는 규제도 지키지 않는 무법천지 시장으로 화물연대 요구는 제발 있는 법이라도 지켜질 수 있게 정부가 나서 달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바로 과적 규제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으로 화물차가 과적을 하고, 이에 따라 사고도, 도로파손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물노동자가 과적을 요구하는 화주의 요구를 거부할 수가 없고, 이를 단속할 정부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과적 기준과 단속 기관이 이원화되어 있어서다. 현재 도로법 상 과적은 바퀴 축을 기준으로 10톤, 전체 총 무게를 중심으로 40톤을 상한선으로 해 도로관리청이 단속하고, 도로교통법 상 과적은 화물차의 종류에 따라 정해진 '적재중량 및 용량'(적재정량)에 따라 지방경찰청이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적재중량 단속을 해야 하는 경찰은 장비도 없고, 경험도 없어 실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단속되어도 범칙금이 몇 만원에 불과해 과적 억제 효과가 없다. 또한 도로관리청 단속은 규정이 허술해 효과가 없다.

다음으로, 화주의 무리한 과적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다단계 도급 구조 탓이다. 화주가 5톤 트럭에 10톤 화물을 싣는 것을 조건으로 운송사와 계약하고, 그 운송사가 주선사를 통해 소개받은 화물노동자에게 그 짐을 싣는다. 화물 노동자가 이를 거부하면, 주선사가 운송사에게로, 운송사가 화주에게 뭐라 하는 꼴이 된다. 3~4차 하청 공장인 안산의 조그만 플라스틱 공장에서 납품가를 올려달라고 최고 원청 삼성전자에 가는 일을 상상할 수 없듯, 이마트의 PB상품을 아웃소싱으로 생산하는 업체에서 이마트에게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것이 상상 불가능하듯, 화물노동자가 화주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도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화물연대는 과적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실질적인 과적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비하고, 장비와 경험이 풍부한 도로관리청이 적재정량도 단속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화주 및 운송회사에 대한 과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 참으로 허망한 이야기인데, 화물연대는 정부에게 '법'을 제대로 집행해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그 대가로 공권력에 의해 탄압을 당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재벌운송사, 경기 어려운데도 지난해 대비 이익 22%↑

어쨌건, 이중적 다단계 구조와 무법천지 시장으로 인해 우리나라 육상화물운송 시장은 재벌 운송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심지어 경기 침체로 화물 운송량이 줄어도 재벌 운송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화물 운송에 필요한 고정 비용을 모두 화물노동자가 짊어지기 때문이다.

재벌 운송사에는 고정적 감가상각비와 유지비가 들어가는 화물차가 없고, 고정 임대료가 필요한 차고지도 없으며, 고정적 임금이 지급되는 운전기사도 없다. 이 모든 것은 화물노동자가 책임진다. 물동량이 줄면 공급과잉 상태인 운송시장에서 바닥을 향한 경주가 심해져 운임이 더 빠르게 삭감되고, 결과적으로 재벌 운송사가 지불해야 할 운임이 매출보다 더 빠르게 감소한다. 따라서 이익이 느는 정말 기적 같은 일도 발생한다.

실재로 2015년보다 올해가 더 경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글로비스, CJ대한통운, 한진 같은 재벌 운송사들은 올해 상반기 이익이 작년보다 16~22% 증가했다. 반대로 화물노동자 순수입은 작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필자가 실재 화물노동자의 수입지출 영수증을 분석해 본 결과 파업 직전 8월 순수입은 70만원에 불과했다. 바로 이런 게 그야말로 재벌 경제가 만들어 내는 디스토피아 중에 하나일 것이다.

요컨대, 화물연대 요구가 바로 경제민주화다. 화물운송시장은 재벌 경제의 막장이다.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국민이 화물연대를 지지해줘야 한다. 정부의 탄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화물연대에 연대를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한지원 기자는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



#화물연대#공공운수노조#현대글로비스#CJ대한통운#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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