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까지 개헌 반대했던 대통령이 저런 식으로 주도권 잡겠다고 나서면 야당이 찬성할 명분도 뺏은 격이다."정치권의 대표적인 '개헌 전도사' 이재오 전 의원이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카드'를 혹평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줄곧 견지하다가 갑작스레 개헌을 직접 제안하고 나서면서 스스로 천명한 '임기 내 개헌'은 더욱 어렵게 됐다고 짚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분권형 개헌'을 주요 정강정책으로 삼은 중도신당, 가칭 '늘푸른한국당' 창당준비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한 것은, (개헌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면 청와대·정부가 따라가겠다고 하면 될 것을, 마치 청와대가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것처럼 돼 버렸다"면서 "지금까지 내내 반대했던 이유가 자기들이 (개헌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된)'최순실 게이트'나 (청와대 민정수석인)우병우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고 정권이 넘어가기 직전 아니냐"면서 "지금 개헌을 얘기하니, 그것을 덮기 위해서 정략적으로 (개헌을) 꺼내든 것처럼 보이니 야당이 (개헌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즉, 박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을 천명했지만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비판이었다.
"1주일 전에도 '개헌 없다'고 했지 않았나. 임기 내 하기 힘들다"이와 관련, 그는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개헌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냐"는 질문에도 "지금 (개헌) 하면 '블랙홀' 아니고 작년에 (개헌) 하는 건 '블랙홀'인가"라며 "(박 대통령) 자기 말에 앞뒤가 안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또 "누가 봐도 급하니까, 정권이 무너지게 생겼으니까. 불을 끄려고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실제로 야당이 그렇게 반응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바로 1주일 전에도 청와대가 '개헌 없다'고 했지 않았나. 그래서 꼼수라는 것이다"면서 "정국 돌파용으로 위기 모면하려고 개헌 꺼낸 것밖에 안 된다"고도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이 더 어려워진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의 설명대로 대통령이 개헌안을 정부안으로 발의하더라도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여당만 찬성해서 되겠나"라면서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더라도 야당이 이래저래 시간을 끌 것이다. 임기 내에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헌이 각론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복잡한데 시간을 끌려고 한다면 명분도 충분하다"면서 "사실 이미 개헌안이 다 나와 있어서 여야가 합의하려면 금년 연말 안에도 (개헌안이) 나올 수 있었는데 대통령이 저렇게 나오니까 야당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그는 개헌 논의의 진전을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부터 확인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냈다는 정치권 안팎의 불신부터 불식시켜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개헌 얘기하면서 최순실·우병우 문제를 확실히 정리하고 나가면 진정성 있다고 보겠지만 그렇게 안 하면서 개헌만 하자고 하면 야당이 (개헌 논의를) 받아들이겠나"라며 "나야 박 대통령 반대할 때도 시종일관 개헌을 주장했기 때문에 야당에서 별 말이 없지만 이때까지 개헌 반대했던 박 대통령이 저런 식으로 (개헌) 주도권을 잡는다고 하면 야당이 찬성할 명분도 뺏은 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