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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남포동 광복로 패션거리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시국선언
 오후 4시 남포동 광복로 패션거리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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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패션거리'라 불리는 부산 중구 남포동 광복로에 29일로 파업 33일을 맞은 등산복 차림의 철도노동자들이 모였다.

'최순실 등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시민들이 시국선언을 위한 자리를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부산지역 청년·학생들과 시민단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함께 했다.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조직국장 이우백
▲ 사회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조직국장 이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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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백 조직국장은 "세월호와 굴욕적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백남기 선생 등 박근혜 정권의 지난 4년은 무능과 불통, 안하무인이었다. 그 4년은 비선실세에게 혼을 빼앗긴 4년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그러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비판했다. 또한 "민영화로 이어질 성과퇴출제를 막기 위한 파업 중이지만 박근혜 하야를 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고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아래는 참가자 발언과 철도노동자 시국선언문 전문을 옮긴 것이다.

부산 민중의꿈 상임위원장 고창권, 대학생 이예진
 부산 민중의꿈 상임위원장 고창권, 대학생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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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투쟁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동지들이 자랑스럽다. 파업 33일째인데 얼마나 힘드시겠나. 동지들의 꿋꿋한 투쟁에 많은 이들이 힘을 받고 있다. 얼마전 철도공사가 0원에 가까운 급여명세서를 집으로 발송했다는 소식을 듣고 철도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했다.대통령이 국기를 문란케 하고 국민을 우롱했다. 이것이 나라인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재벌들로 하여금 단 며칠만에 수백억을 상납하게 했다. 재벌들이 상납한 이 수백억은 박근혜가 성과퇴출제로 재벌들에게 고스란히 돌려 준 것이다. 우리 청년들이 아르바트 하며 밤잠 못자고 등록금 대출금 갚고 있을 때, 최순실은 재벌들에게 받은 수백억으로 딸에게 말 사주고 승마연습하며 돌아다녔다. 그 시간 우리 노동자들은 기차에 치어 죽고 스크린도어에 끼어 죽었다. 

최순실 사태를 바라보며 특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특검은 사실 은폐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의 손으로 끌어 내려야 한다. 그래야 성과퇴출제도 막을 수 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곧 홍순만 사장이 여러분들께 '제발 교섭하자, 제발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게 될 것이다." (부산 민중의꿈 상임위원장 고창권)

"지난 10월 26일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었던 대학생이다.(박수) 우선 성과퇴출제를 막고자 파업에 임하시는 철도노동자들께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 언론에서는 혼란, 불법, 지장초래 등 부정적 말로 여러분들의 파업을 흠집내고 있지만 그런 얕은 수는 이제 안 먹힌다.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우리는 개·돼지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민의를 받들라 얘기하고 싶었다. 이런 마음으로 국회에 갔다. 연행된 우리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경찰서로 항의전화가 엄청 많이 왔었고 댓글 응원도 정말 많았다. 박근혜 하야 정국을 만들 첫 역할을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대학생들이 움직이면 바뀌었던 역사를 잊지 않는다. 최순실에게는 국민을 농락한 죄를 끝까지 묻고 박근혜 대통령은 정신감정부터 받아야 할 것 같으니 일단 하야부터 하길 바란다." (대학생 이예진)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 장양덕
▲ 시국선언문 낭독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 장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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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동자 시국선언문

2013년 겨울. 멀쩡한 KTX를 분할한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 동일한 선로에 역을 공유하며, 차량 정비도 코레일에서 하는데 새로운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느닷없이 독일식 모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고속철도는 프랑스에서 도입했는데 독일식이라니, 독일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민영화 저지 파업이 시작되자 수서KTX(주)는 코레일의 자회사로 두고 경쟁시키겠다고 했다. 부모 자식 간에 경쟁하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대통령은 '민간에게 운영을 맡길 뿐 민영화는 아니'라는 이상한 말들만 늘어 놓았다.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고 경찰병력 5500명을 동원하여 민주노총을 침탈할 때 책임자는 강신명이었다. 지도부는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가 경찰조직을 웃음거리로 만든 강신명은 외려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파업을 마친 노동자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선량한 농민 백남기 어르신은 끝내 그들에게 타살됐다.

코레일과 통합운영하면 없어도 될 낙하산들이 만들어졌고 강남에 사옥을 짓네 하면서 혈세를 낭비했다. 수서KTX로 이직한 코레일 출신 기장들은 개통준비는 뒤로 하고 철도파업을 막기 위해 지금도 코레일 대체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다.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 모두가 비정상의 연속이었는데 대통령은 그것을 정상화라고 했다. 차라리 '대통령이 되고 보니 민영화로 맘이 바뀌었다'고 했으면 쉬웠을 것을 철도노동자들에게는 구속과 해고 탄압보다 대통령의 언어 이해가 더 힘들었다.

"부산을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도의 꿈"을 말할 때에도 이상했다. 민족화해의 상징으로 복원된 남북철도 운행을 중단시킨 대통령이 이미 유럽과 연결되어 있는 철도를 미래의 꿈이라고 할 때 아연실색했다. 북녘 땅을 거치지 않고 어찌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간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성과연봉제가 대체 무엇이길래, 대통령이 이렇게 집착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내뱉은 첫 마디는 중단 없는 노동개악이었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헌법을 지키라고 요구했지만 무조건 도입부터 하고 시행방식은 시행 후에 논의하자는 전후가 뒤바뀐 주장만 반복했다.

철도노사는 성실교섭하기로 합의하고 단체교섭에 들어간 직후 사측은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강행했다. 우리가 4개월 동안 교섭을 촉구하고 적법한 조정절차를 거치고 파업을 예고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많은 노조들이 성과연봉제를 막기 위해 파업에 돌입했으나 유독 철도노조만 불법이라고 했다. 밑도 끝도 없이 불법만 외치는 정부 하에서 지도부는 스스로 사법당국에 출석하여 모든 것을 소명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불법이라고 한다.

저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군대를 훈련시켰으며, 파업을 기다렸다는 듯이 전격적으로 특전사를 투입했다. 코레일 사장은 파업이 6개월이 가더라도 조합원들 없이 철도를 운영하겠다면서 군대와 MOU를 체결하자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기 위해 군대를 이동시킨 것은 단언컨대 헌법부정이다.

성과연봉제가 헌법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 사람은 정녕 대통령이었나. 전경련의 청부입법 쉬운해고와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공공부문이라도 비틀어서 800억 원에 대한 보은을 하려는 사람의 지시는 아닌가. 철도노조만 깨면 투쟁 전선은 무너질 것이고, 공공부문이 뚫리면 민간으로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게 아닌가.

우리의 오랜 궁금증은 지도부가 경찰조사를 마치고 나온 다음 날 모두 해소됐다.
그러하기에 오늘 우리는 9월 27일 발표한 총파업 선언문을 다시 읽는다.

오늘날 한국사회 안보위기와 경제위기의 진앙지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지금 우리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역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모든 거짓과 미신과의 투쟁이다.
자랑스러운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 동지들이여
우리 모두의 자유와 평등,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자.
우리에겐 새로운 대한민국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내일 민중의 복지이다.

총파업 33일차,
전 조합원의 뜻을 받들어 역사와 국민 앞에 파업 1일차의 마음으로 총파업 선언문을 다시 읽는다.

2016년 10월 29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청년·학생들이 앞장서고 철도노동자들이 뒤를 이은 행진이 시작되었다.
 청년·학생들이 앞장서고 철도노동자들이 뒤를 이은 행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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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며 관심있게 지켜보는 시민들과 엄청난 취재진
 환호하며 관심있게 지켜보는 시민들과 엄청난 취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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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하야하라" 구호를 외치며 남포동 거리를 행진하는 노동자들
 "박근혜는 하야하라" 구호를 외치며 남포동 거리를 행진하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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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동자들과 함께 한 광복로 거리행진은 오후 5시 30분경 마무리 되었다. 이어 오후 6시부터는 부산역 광장의 '백남기 부산시민분향소' 앞에서 추모대회가 열렸다.

"우리가 백남기다!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우리가 백남기다!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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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차츰 늘어나 결국에는 분향소 앞을 완전히 감싼 참석자들
 차츰 차츰 늘어나 결국에는 분향소 앞을 완전히 감싼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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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다솔, 부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박철, 전교가르멜수녀회 강데레사
 대학생 이다솔, 부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박철, 전교가르멜수녀회 강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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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벡스코에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며 기습시위를 벌인 대학생 중 한 명인 이다솔씨는 큰 박수를 받으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다솔씨는 부산의 '백남기 실천단'이 서울대 병원에서 몸에 쇠사슬을 감으며 경찰의 침탈을 막아냈던 이야기들을 담담히 풀어 냈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난 28일부터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한 박철 위원장은 '고 백남기 농민의 영전에 바칩니다'라는 조사를 통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백남기 농민의 죽음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가 처벌되기 까지 우리 모두가 백남기 농민이 되어 끝까지 싸우자. 당신이 가신 길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강데레사 수녀는 "'최순실 게이트'라고 하면 박근혜가 묻히니 '박근혜 게이트'라고 부르자"고 발언했다. 그뒤 "울부짖는 이들을 외면한 자들에게 예수께서는 '이 위선자들아'라고 하셨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노동자와 농민들의 절규를 들어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강데레사 수녀는 발언 말미, 눈물을 흘리며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를 위해 함께 울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추모공연
 추모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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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잊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 "최순실의 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 세월호를 잊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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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을 마친 후 눈물을 훔치며 분향소를 나서는 학생들
 조문을 마친 후 눈물을 훔치며 분향소를 나서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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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선생님의 영정을 한참 바라보며 서 있던 학생들이 분향소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백남기 선생님의 영정을 한참 바라보며 서 있던 학생들이 분향소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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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거리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문 행렬에 동참한 교복 차림의 학생들
 주춤거리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문 행렬에 동참한 교복 차림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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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대회 이후 조문행렬은 더 늘어났다.
 추모대회 이후 조문행렬은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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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부산대책위 관계자는 당일 집회를 '세월호 때와 흡사했다'고 표현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는 추모와 애도의 분위기가 강했다면 오늘 집회는 분노의 기운이 더 강했음을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우연히 부산역을 지나던 사람들도 분향소 앞에서 걸음을 멈춘 뒤 추모대회가 파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시대의 거짓과 미신에 맞서 싸우려는 민중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태그:#박근혜_하야, #백남기, #철도노동자, #민주노총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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