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어린이 문학은 아이들을 꿈꾸게 합니다. 가지고 있는 주제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건, 비극으로 끝이 나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권선징악의 교훈이 들어있건 없건, 가슴이 쿵쾅거릴만한 감동이 있건 없건, 중요한 것은 그 책을 읽고 아이들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으로 꿈을 꿀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어린이 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꿈이라면 뭐, 과학자가 된다거나 의사가 된다거나 판사가 된다거나... 어른들은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겠지만 사실 꿈이란 것은 무엇을 하며 사는가보다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그 핵심이 들어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우리 삶의 목적은 사는 동안 '행복'하자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토미 웅거러'의 작품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는 작품에서 일관되게 '함께함', '평화', '공존'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강도>는 개과천선한 무시무시한 강도 세 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검정 망토와 높다란 검정 모자로 온몸을 가리고 돌아다니는 세 강도, 각자 나팔총과 후춧가루 발사기, 빨간 도끼를 들고 다니는 이들은 컴컴한 밤이 되면 훔칠 것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그들을 보면 용감한 남자들까지도 달아났지요. 그들은 말의 눈에 후춧가루를 뿌려 마차를 세우고 도끼로 바퀴를 부수고, 나팔총으로 사람들을 위협해서 돈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빼앗은 물건들을 산 위의 어느 동굴로 옮겨놓지요. 강도들은 금, 돈, 시계, 반지, 보석들로 가득한 궤짝을 여럿 가지게 됩니다. 다 쓰지도 못하면서 모으고 모으고 또 모으지요.
참 닮았습니다. 많아서 다 쓰지도 못하면서 남의 것을 자꾸 뺏는 못난 어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랑 말입니다. 가진 자들의 욕심은 '자족'하지 않습니다. 항상 더 더, 부족하다고 느끼지요. 때로는 무엇 때문에 쌓고 쌓고 또 쌓는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움켜쥐고 놓지도 않습니다.
강도들의 무한 욕심 행각이 계속해서 이어지던 어느 날, 지독히도 깜깜한 어느 날 밤에 강도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마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그 마차에는 아무것도 가져갈 것이 없었습니다. 오직 한 가지 '티파니'라는 고아 소녀가 앉아 있었지요.
소녀는 '고아'라 어쩔 수 없이 '심술궂은' 숙모네로 살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티파니는 강도들을 만나게 된 것이 기뻤지요. 강도들은 티파니를 데려갑니다. 이쯤 되면 어른들은 뭔가 다른 범죄의 현장을 상상하게 되겠지만 강도들은 티파니를 데려가 폭신한 침대에 잘 재웁니다.
다음날 아침 티파니는 잠에서 깨어 보물 궤짝들을 보며 이야기합니다.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예요?"강도들은 지금껏 그 돈들을 어디에 쓸지 몰랐지만 티파니의 질문으로 '각성'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네 보물을 쓰려고 길 잃은 아이, 불행한 아이, 버려진 아이들을 모조리 데려옵니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살 아름다운 성을 삽니다.
성에 대한 소문은 온 나라에 퍼지고 날마다 세 강도네 문가에는 누군가 데려다 놓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서 결혼을 하고 마을은 점점 커집니다. 마을에는 인정 많은 양아버지가 된 세 강도를 기리려고 높은 탑 세 개가 생기지요.
끔찍한 강도 세 명이 고아 소녀를 아주 잘 키워 시집을 보냈다네요. 그것도 모자라 다른 고아 아이들까지 멋지게 키워냈다네요. 현실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슬프게도 현실의 강도들은 끝없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고아 소녀를 꼭두각시 공주로 만들어 자신들의 명예욕을 채우지요.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온다지요. 티파티가 욕심 많고 악랄한 세 강도를 변화시켰듯 그래서 평화로운 동네가 만들어졌듯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제 좀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예요?"라고 말할 물건들을 제발 좀 그만 쌓아놓고, 그만 발견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제발 좀 귀를 기울이고 올바른 용도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예요?" 말할 용기도 제발 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네요. "이게 다 뭐예요?" 말하는 광화문의 촛불들이 걱정입니다. 싸늘해진 나라를 데워주는 촛불들인데 말입니다. 동화 같은 세상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