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또 무죄를 선고받았다. 행정대집행 때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던 70대 할머니가 3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인 산 속에서 움막을 지어놓고 공사에 반대했다. 경찰과 밀양시, 한국전력공사가 움막 철거를 위해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당시 경찰․공무원과 주민들 사이에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주민들을 연행해 조사한 뒤, 여러 명을 기소했던 것이다. 이들 가운데 이번에 박아무개(74) 할머니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박 할머니는 "행정대집행 당시 밀양 부북면 장동마을 입구 움막 근처에서 경찰들에게 인분이 든 생수병을 집어던지고 이를 제지하는 여경의 손등을 물고 머리채를 손으로 잡아당기는 방법으로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에 따르면, 3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형사1단독 이준영 판사는 박 할머니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준영 판사는 "피고인(박아무개)이 경찰관들에게 인분이 든 생수병을 던지거나 인분을 뿌렸다는 피해경찰관들의 진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최초 진술에서 오락가락하거나, 서로 엇갈려 이를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 이 판사는 "피고인이 경찰관의 머리채를 잡아당긴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매우 긴급한 경우에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찰관들의 강제조치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를 두고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실제로 박 할머니는 별다른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경찰 7~8명으로부터 강제 고착을 당하였고, 그 과정에서 왼발에 골절상을 입어 고통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머리채를 잡아당겼을 뿐"이라 주장해 왔다.
이준영 판사는 박 할머니에 대해 밀양시청 공무원을 폭행·협박한 사실이 없으므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로써 행정대집행과 관련해 기소되었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주민은 2명이다. 행정대집행과 관련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되었던 주민 배아무개(평밭마을)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그리고 밀양송전탑 반대투쟁과 관련해 다른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던 주민은 2명이 있다. 이로써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은 주민은 4명으로 늘어났다.
대책위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자행된 국가 폭력의 한 정점이었던 2014년 6월 11일,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사건 당시 공무집행방해로 연행된 주민에 대해 두 번째 무죄 선고가 나왔다"고 했다.
대책위 법률간사 정상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시골 노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수천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테러작전을 수행한 박근혜 정부의 국가 폭력에 대한 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다"이라며 "주민 2명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를 계기로 당시의 끔찍한 경찰 폭력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정대집행에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김수환 당시 밀양경찰서장은 이후 청와대 25경호대장으로, 이철성 경남경찰청장은 경찰청장으로, 이성한 경찰청장은 퇴임 후 한국전력 상임감사로 재취업했다.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을 막았다고 해 경찰 73명이 포상, 10명이 특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