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최송아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의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결국 구속됐다.
그의 구속으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단계로 진입할 전망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미수 혐의로 안 전 수석을 구속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은 영장심사에서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데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때 최씨와 공모해 53개 대기업이 최씨가 좌지우지하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앞서 안 전 수석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주도로 기업들의 자발적으로 두 재단에 출연한 것이라면서 청와대 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모금 과정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모금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기존 주장을 번복하면서 안 전 수석 주장의 신빙성이 약해졌다.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그가 이 전 부회장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한 것으로 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과 SK, 포스코, 부영 등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최씨 개인 회사인 더블루케이의 이권 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그는 올해 2월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이중근 부영 회장을 만나 70억∼80억 지원을 의논하는 자리에 동석했다. 이 회장은 기금을 출연을 할 수 있다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노골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또 포스코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 협조를 요구한 의혹도 받는다.
그는 최씨 개인 회사인 더블루케이 관계자들이 1천억원대 평창올림픽 시설 공사 수주를 노리고 스위스 누슬리사와 업무 협약을 맺는 자리에도 동석했다.
이 밖에도 그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더블루케이를 대행사로 선정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안 전 수석은 문화계의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차은택(47)씨 측근들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강탈 시도를 도왔다는 혐의(강요미수)도 받고 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차씨 주변 인물들은 포스코가 매각한 포레카를 인수한 중견 광고업체 A사 대표에게 "지분을 넘기지 않으면 당신 회사와 광고주를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안 전 수석의 자택과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다수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안 전 수석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개입 여부에 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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