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5.8 강도의 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되면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경북 영덕군이 건설 예정인 천지원전을 지질조사가 나올 때까지 모든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 건설이 백지화될지 주목된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7일 영덕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규원전 예정지역에 대한 조속한 지질조사를 촉구하고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전건설 추진을 중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영덕군의원과 도의원을 비롯해 40여개 사회단체장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지난 9월 12일 경주 지진으로 국민 모두가 놀랐고 신규원전 예정지인 우리 군민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다"며 "그동안 활성단층이 아니고 안전하다고 했던 우리 지역이 왜 흔들렸고 한수원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안전하다고 주장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이 군수는 "2010년 원전을 유치할 당시의 상황과는 너무나 다르게 변해버렸다"며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 군민들의 안전"이라고 강조하고, 신규원전 건설 중단과 양산 활성단층 지질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군수는 또 "오늘부터 정부건의와 동시에 10대 제안사업 협의 등 모든 원전에 관한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며 "원전고시 지역 내 삶의 터전에서 어려움을 감수하고 국책사업에 동참해온 주민들을 위해서 다각도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군수는 마지막으로 "지질조사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원전 신청 당시와는 다르게 다양한 방법으로 군민의 의견을 묻겠다"며 "그 뜻에 따라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덕군민과 정치권도 신규원전 업무 중단 환영이날 이희진 군수가 원전 건설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신규원전 건설에 반대했던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등 지역민들과 야당은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범군민연대는 "이 군수의 기자회견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절감한 군민들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며 환영하고 "정부는 영덕핵발전소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범군민연대는 "1년 전 주민투표에서 우리는 민심을 확인했다"며 "영덕의 민심은 핵발전 반대와 거부, 핵발전 없는 청정영덕"이라고 강조하고, 이 군수의 이날 선언은 핵발전소 유치 신청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박혜령 범군민연대 사무국장은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군수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다행"이라며 "하지만 조금도 끈을 놓지 않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업을 백지화하고 지정고시를 철회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도 성명을 통해 영덕군의 원전 건설 업무 중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군수의 결정은 영덕발전소통위원회의 영덕원전 건설 중단 건의를 받고 난 뒤 수렴한 영덕군민 전체의 민심으로 보여진다"며 "영덕군의 원전건설업무 전면중단 선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주에서 울진까지 건설되어 가동 중인 원전설비지역에 대한 정밀지질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전 추가 건설은 중단되어야 마땅하다"며 "또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하여 원전비중을 줄이고 신재생 설비용량을 늘리는 국가에너지정책의 전환을 동시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중기 경북도당 위원장은 "원전은 결코 전력생산 비용이 경제적이지 못하다"며 "지역발전 지원비용과 핵폐기물 처리비용, 노후 원전 해체비용까지 계산하면 하루라도 빨리 탈핵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덕군이 지난 2010년 신규원전을 신청하자, 정부는 2012년 9월 신규원전 부지로 확정해 고시하고 오는 2027년까지 신규원전 2기를 건설하는 내용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원전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영덕원전유치찬반주민투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11월 직접 주민찬반투표를 벌여 91.7%가 반대하기도 했다. 이들은 투표 1주년을 맞아 오는 11일 영덕군청 앞마당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