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마천루 '엘시티' 사업 특혜 논란이 지역 정관계에 긴장감을 던져주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건의 열쇠를 쥔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0) 회장이 구속되며 검찰의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회장이 입을 굳게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 시민단체는 그동안 흐지부지됐던 과거 수사를 거론하며 이번만큼은 이대로 물러서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잠적 석 달여 만에 검거된 이 회장을 둘러싸고 지역에서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인사는 "이 회장이 인맥도 넓고, 돈도 잘 쓰는 편에 속했다"면서 "나 역시 과거 그에게 돈을 받은 적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엘시티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의 간부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검찰도 이 회장의 이러한 전방위 로비가 엘시티 사업의 비리와 특혜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엘시티가 부정한 경로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만큼 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리다.
최순실까지 등장한 엘시티 특혜 의혹
사업비만 2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엘시티는 최고 높이 101층짜리를 비롯한 초고층 빌딩을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건설하는 사업이다. 애초 60m 이상은 지을 수 없는 고도제한에 묶여있었지만 엘시티는 예외가 됐다. 아파트도 지을 수 없었지만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8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허가를 받아냈다.
아파트, 호텔, 쇼핑센터가 입주하는 만큼 가뜩이나 심각한 해운대 지역의 교통대란이 우려되자 부산시는 시민의 혈세로 인근의 도로 확장 공사를 해주었다. 지역 금융권도 초반에는 사업성이 없다던 평가가 지배적이던 엘시티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댔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인 이 회장이 챙겨둔 비자금만 최소 500억 원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을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회장이 국정농단 파문을 불러온 최순실씨와 친목계를 꾸려왔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며 변수는 더해지고 있다.
시민단체 "유착고리와 책임 명백히 밝혀야"
아직 이 회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될 경우 검찰의 수사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 1990년대 말 이 회장이 관여한 부산 다대·만덕 택지전환 특혜 의혹을 다룬 수사에서도 인허가 과정에 정관계 로비가 작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 회장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는 이 회장의 신망을 두텁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이 회장의 돈은 받아도 탈이 없다"는 말이 부산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오를 내릴 정도다. 검찰은 앞서 3일 부산시청과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청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지난 7월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석 달도 넘어 들이댄 칼날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엘시티 사업에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해왔던 시민사회단체는 철저한 수사를 거듭 요구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아래 부산참여연대)는 14일 낸 성명에서 "엘시티 사업의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핵심적인 고리는 이영복,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전문가들"이라면서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도 반드시 진행해 그 유착고리와 책임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부산참여연대는 "검찰은 특히 부산지검은 여러 차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수사를 벌였지만 제대로 된 수사 한번 없이 수사를 종결시켜왔다"면서 "이번 수사마저 앞의 수사처럼 대충 진행하거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지 못한다면 부산지역에서 더 이상 검찰에 대한 권위와 신뢰는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