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칼끝은 무뎠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일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 재벌에 774억 원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하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강요, 강요미수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공소장에 적시됐다.(관련기사:
공소장에 "박 대통령, 최순실과 공모"... 검찰, '피의자' 대통령 강제수사 검토)
하지만 뇌물죄는 빠졌다. 뇌물죄의 최대 형량은 무기징역이다. 특별수사본부가 '박 대통령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뇌물죄가 빠지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재벌들도 피해자가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수사를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에게 왜 뇌물죄 적용 안 했나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비서관이 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 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했다고 발표했다. 공소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특별수사본부는 "(재벌들이) 안종범 전 수석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출연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이 낸 돈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강요 속에서 재벌들이 부정한 청탁을 하기 위한 대가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독대를 한 후, 재벌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고 원하는 바를 얻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큰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현재 가치로 5900억 원의 손실을 입으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 이후 삼성은 두 재단에 가장 많은 204억 원의 돈을 냈다. 또한 정유라씨에게도 최소 35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롯데 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후원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날 이를 되돌려 받았다. 롯데가 낸 70억 원이 당초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한 대가였다는 의혹이 나왔다.
SK·CJ그룹의 경우, 총수 사면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광복절에 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때 대기업 지배주주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안하겠다고 공약했지만, SK·CJ그룹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사실상 최순실씨 소유다. 최씨가 추천한 인사들이 이곳 재단을 운영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민원을 해결해 달라는 재벌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고, 최순실씨에게 이득을 안겨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부정한 청탁'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포인트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돈이 뇌물이라기보다 강압에 의해 돈을 출연했다고 봐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를 적용했다. 공소장에 빠졌지만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대통령에게 면죄부 준 것"하지만 야권에서는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변죽만 울린 면죄부 중간 수사' 발표"라고 날을 세웠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최순실씨·안종범 전 수석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사실상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도 "최순실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등 뇌물죄와 관련된 혐의는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이 청와대의 압력에 축소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