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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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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하루 밤을 잤습니다. 자랑스러운 시위를 뿌듯하게 즐기고 난 후, 민주주의의 현장을 조카들과 함께 나누고자 울진에서 원정을 감행한 동생네 가족과 숙소를 잡았거든요. 아이들에겐 쉽지 않은 현장이었겠지만, 분명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였을 것이라 믿습니다.^^

아침을 먹고 동생네 가족이 울진까지의 먼 길을 떠나고 난 후, 저도 다시 포항으로 복귀할 준비를 합니다. 그냥 떠나기엔 아쉽기도 하고, 버스 시간도 여유가 있기에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어요. 마침 숙소가 인사동이었고 어제도 청와대 앞까지는 가보지 못했으니, 오늘은 광화문를 거쳐 청와대 근처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수문장 교대식에 몰려든 관광객들의 인파를 뚫고 지나가려니, 어제 하루 종일 이 길에 빼곡하게 세워져있던 버스의 차벽이 꿈만 같습니다.

푸른 가을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광화문을 지나니,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보입니다. 어제는 차벽으로 막혀있었던 지하철에서의 4번 출구가 연결되는 길입니다. 경복궁의 담을 손으로 훑어가며, 따스한 가을의 햇살을 등에 지고 걸어갑니다. 이때까지는 기분이 참 좋았는데 말이예요. ^^

눈 앞에 검문소가 나타나고, '이 구역은 특별 경계구역입니다. 검문에 응해주세요.' 라고 써있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도, 제복을 입은 경찰인지라 조심스럽게 다가서서 "들어가면 안되나요?" 물었더니, "아닙니다. 잠시 가방만 보여주시면 됩니다"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메고 있던 가방을 열고 하루를 보내느라 이것저것 챙겨온 자질구레한 짐들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진 괜찮았죠. ㅎㅎ 근데, 어제 광화문에서 집어온 유인물들을 꺼내보시네요.

"내용 좀 봐도 될까요?" "네"

유인물들을 펼쳐보는 검은 선글라스의 표정이 읽히지 않으나, 이미 들어갈 마음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게나 국민이 '폭도'로 보이는 것인가, 서운하기도 하구요.

"정치적인 내용이 포함된 유인물은 가지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제가 맡아 놓아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안 들어가겠습니다."
"제게 맡기시면 되는데요."
"아닙니다. 예전에는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네. 들어가셔도 됩니다. 유인물만 빼시면요."
"아닙니다. 안 들어가겠습니다."
"아, 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와대까지 걸어가 보려던 계획은 거기서 중단되었습니다. 전화기의 앨범을 뒤져보니, 2014년 11월에 북촌에서 산책삼아 걸어갔던 청와대 대문이 나오는데, 요즘의 시국은 푸른집의 그들도 두렵긴 두려운 모양이네요. 휴우... 국민이 두려운 지도자에게 국민은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돌아나오는 발걸음도 무거웠고 기분도 무척이나 우울해졌습니다. 국민에겐 '과하게' 단호하고, '친위세력'에게만 다정한 대통령을 갖고 있다는게 실감이 났습니다. 억울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인데 말이예요!

돌아나오며 화가 나서, 괜히 그 앞을 지키는 분들에게 서운한 티를 냈네요. 그분들도 분명 당신들의 일을 하고 있었던 것 뿐이고, 우리가 좀 더 좋은 지도자를 세울 수 있었다면, 좀 더 뿌듯하게 그 일을 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죄송해요. 우리는, 우리 국민들끼리는 더 이상 싸우지 말아요. 화이팅~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이깁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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