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는 첫 얼음이 얼었다, 출근길 복장을 따뜻하게 하시라' 등 연일 추위를 알리는 뉴스들이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는 여전히 영상 20도 이상의 기온에 바람 한 점 없는 가을 날씨다. 특히 서귀포 같은 경우에는 햇살도 제법 따뜻한 것이 마치 봄 날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기온으로는 체감하지 못하는 계절의 변화를 우리는 다른 루트로 느끼고 있다. 제주에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감귤 축제와 방어 축제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특히 방어 축제는 관광객보다는 제주 도민들이 더 기다릴 만큼 제주의 겨울을 상징하는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때가 되면 행사장인 모슬포항 근처 도로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차량들로 가득 차 주차장이 되어버릴 정도다.
한겨울 제철 방어 맛 보러 몰려드는 사람들
최근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방어가 남하하지 않고 동해에 머무는 탓에 예년에 비해 어획량이 다소 줄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방어는 제주, 그 중에서도 마라도 근방에서 잡힌 것을 최고로 친다. 그때문에 한겨울 제철 방어 맛을 보려는 제주도민들과, 산지에서 직접 방어를 맛보기 위해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까지 겹쳐 모슬포항 근처 음식점들이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살이 오르고 기름이 차오른 겨울 방어는 기름지면서도 쫄깃한 특유의 식감을 선사한다. 방어를 회를 떠 놓으면 마치 참치 회와 비슷하기도 한데, 참치에 비해서는 훨씬 쫄깃하고 담백하다. 방어와 구별이 힘들어 거의 동일 어종으로 취급 받는 '히라스'(부시리) 역시 식감과 맛이 거의 비슷한데, 제주 분들에게 그 차이를 물어보니 방어의 사이즈가 대(大) 자로 넘어가면 방어가 더 맛있지만, 사이즈가 작을 경우에는 히라스가 더 맛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식당에 가서 방어를 시켰는데 히라스가 나온다 해도 화낼 필요가 없단 소리다. 사실 우리 같은 일반인은 그 두 어종을 구별할 방법 자체가 없지만.
지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열린 방어 축제에는 약 2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제주도 전체 인구가 65만 명 내외인 걸 생각하면 관광객을 감안한다 해도 엄청난 숫자가 축제를 즐긴 것이다.
사실 방어 축제라고 해서 꼭 방어를 먹기 위해 올 필요는 없는 듯하다. 방어야 겨울철이 되면 근처 식당가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축제거리에 오픈하는 다양한 이동상점과 먹거리, 그리고 메인 행사장에서 진행되는 무료 시식과 낚시 체험, 맨손 잡기 체험, 경매 등을 구경하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다. 특히 어린이와 성인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되는 방어 맨손 잡기 체험은 꽤나 박진감이 넘치니 기회가 된다면 꼭 구경하길 추천한다.
이렇게 축제를 구경하고 방어회와 바비큐 맛까지 보고 난 후 기왕지사 서귀포까지 온 김에 근처 해변과 안덕 계곡까지 한 바퀴 산책을 즐겼다. 내일 모레면 12월인데 서귀포 햇살은 아직도 등을 따뜻하게 덥힌다. 역시나 제주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만 방금 전 토실토실 살이 오른 방어를 맛 보았으니 이를 부정하기도 힘들다.
아, 이제 얼마 후면 제주 칼 바람에 두터운 옷을 꺼내 입고 발을 동동 구르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이 올 때까지라도 이 따뜻한 제주의 햇살을 좀 더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