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상균 "노동개악 반대한다" 지난해 12월 10일 조계사 관음전에서 24일째 피신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서 자진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위원장을 구속시키고 민주노총에 대한 사상유래 없는 탄압을 한다 하더라고 노동개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며 "노동자 서민을 다 죽이고 재벌과 한편임을 선언한 반노동 새누리당 정권을 총대선에서 전 민중과 함께 심판 할 것이다"고 말했다.
▲ 한상균 "노동개악 반대한다" 지난해 12월 10일 조계사 관음전에서 24일째 피신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서 자진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위원장을 구속시키고 민주노총에 대한 사상유래 없는 탄압을 한다 하더라고 노동개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며 "노동자 서민을 다 죽이고 재벌과 한편임을 선언한 반노동 새누리당 정권을 총대선에서 전 민중과 함께 심판 할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상균을 폭도라 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촛불을 든 100만 민중이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속하라고 하는데 이들도 국가전복 세력입니까. 맞는다면 100만 명 수용할 감옥은 어디에 짓고 있습니까."

11월 21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2심 결심이 열리는 서울중앙법원 서관302호. 판사를 향한 그의 단호한 질문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바로 직전, 검찰의 8년 구형에 분노했던 사람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이 2009년 쌍용차 투쟁으로 동일한 죄목이 있다는 점, 폭력시위를 기획하고 선동한 점, 최근의 평화집회를 안착시키기 위해 폭력을 엄벌해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1심과 같은 '징역 8년'을 구형(1심 재판부 징역 5년 선고)했다.

100만 시민이 촛불을 들었음에도 공안몰이 정권은 그대로였다. 검사는 최근 촛불집회에서 '평화'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는 요인으로 성숙한 시민의식과 동시에 폭력시위를 유도한 피고인(한상균)에 대한 엄벌을 꼽으며 "피고인에게는 징역 5년도 지나치게 가볍다"라고 말했다.

가볍고 무거운 것은 본디 상대적인 것이니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으나, 한 사람을 1825일씩이나 가두면서도 '지나치게' 가볍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아무 데서나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순적인 검찰의 논리

'민중총궐기 대회', 분노한 민중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세워진 경찰버스를 당기는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는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언론장악, 철도-의료-교육민영화,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개최한 대회다.
▲ '민중총궐기 대회', 분노한 민중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세워진 경찰버스를 당기는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는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언론장악, 철도-의료-교육민영화,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개최한 대회다.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검찰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를 금지한 이유로 토요일 오후 도심을 행진할 경우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 여러 정황상 폭력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피고인의 전력을 봤을 때 평택에서의 폭력사태(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에 맞선 점거파업)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려는 계획이 있었다고도 했다. 검찰의 논리는 단순하다. 우리가 이미 불법이라고 했는데 왜 '불순'한 의도를 가진 너희들이 광장에 모이려고 했냐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검찰이 '평화집회'의 모범이라고 한 올해의 민중총궐기가 검찰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2015년 11월 14일과 2016년 11월 12일 민중총궐기의 차이점은 오직 경찰의 선제적 차벽 설치와 물대포가 사라졌다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매년 11월 둘째 주 전태일 열사 기일에 맞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부터는 그 위상을 전 민중의 투쟁으로 격상시켜 '민중총궐기'를 기획했다. 지난해와 올해 집회 주최는 민주노총 중심의 '민중총궐기투쟁본부'로 같다.

무대 및 음향설치, 프로그램 준비, 전체 대오 인솔 등을 맡은 주최 단체만 같은 것이 아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참가자들의 주요 요구도 같다. 심지어 가장 문제가 되는 행진 경로 또한 '서울광장-종로-을지로-광화문'으로 똑같다. 이렇듯 시작은 같은데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민중총궐기에서는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었고, 700여 명이 검찰에 기소되고, 200여 명이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다. 반면 2016년 민중총궐기는 지난해의 10배가 넘는 규모였지만 별다른 충돌도, 단 한 명의 형사처벌도 없다.

검찰의 말대로 '심각한 교통 불편'이 불법 집회의 주요 요인이라면, 100만이 서울 도심을 완전히 마비시킨 올해의 민중총궐기가 더 위법하지 않은가. 한상균과 같은 '불순한' 혐의자가 문제였다면, 주최자와 참여자 집단(민주노총, 농민, 빈민 포함 시민 등)이 같은 올해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결국 폭력을 초래한 것은 갑호비상령까지 내리면서 철저히 집회를 봉쇄한 경찰이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의 질문, "1년이 지난 지금,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입장으로 왜 바뀐 것인지"(최후진술 중)부터 답해야 한다.

'1년 먼저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무죄다

종로거리 가득메운 노동자들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노동자, 농민, 시민 수만명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인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대학로 서울대병원까지 가면을 쓰거나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 종로거리 가득메운 노동자들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노동자, 농민, 시민 수만명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인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대학로 서울대병원까지 가면을 쓰거나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015년,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도 10만 국민의 '박근혜 퇴진' 목소리를 가둔 정권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토록 숨기려 했지만 100만 촛불을 불러온 진실, 바로 '재벌의 정부'를 세우기 위함이었다.

최순실-박근혜가 세운 정체불명의 두 재단에 최저임금 인상에는 인색했던 재벌들이 774억 원을 꽂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재벌이 입금하면 바로 다음날 박근혜는 노동개혁 5법을 포함, 서비스발전 기본법, 원샷법, 기업활력제고법 등 허울 좋은 이름의 재벌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나섰다.

국무회의,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주문하는 것도 모자라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위한 관제 서명운동까지 동원했다. 경제를 살리라고 했더니 재벌만 살리는 정부를 보고 80만 노동자의 대표가 무엇을 해야 했겠는가.

노동개혁은 노동개악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재벌이 아닌 노동자, 민중을 살리자고 뛰어다니는 것이 당연했다. 민주노총 총파업과 민중총궐기는 그런 절박함이었다. 한상균 위원장 말대로 "검은돈을 대가로 재벌과 공모한 박근혜 정권에게는 2천만 노동자와 절박한 청년들의 일자리는 애당초 관심조차 없는 일(최후진술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권에 맞서 누구보다 먼저 박근혜를 퇴진시키자고, 재벌의 정부가 아닌 노동하는 모든 이들이 존중받는 국가를 만들자고, 최저임금 1만 원과 모든 노동자의 노조 활동 권리로 세상을 바꾸자고 하던 이들이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지난해 민중총궐기 참석자들이다.

지상파부터 종편까지 입 모아 박근혜를 퇴진시키자고 말하기 1년 전에, 재벌 세상-나쁜 정권을 끝내자고 외쳤던 사람들이다. 100만이 나올 수 있는 마중물이 된 10만 명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런 패악질이 정의로 둔갑하는 걸 막아낸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정당(최후진술 중)"하다. 1년 먼저 거리에 광장에 나선 한상균은 무죄다.

이제, 피고 한상균을 민중 곁으로 돌려달라

조계사 나온 한상균 위원장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한 혐의로 수배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출두를 위해 24일간 피신중이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나오고 있다.
▲ 조계사 나온 한상균 위원장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한 혐의로 수배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출두를 위해 24일간 피신중이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나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한상균 위원장은 2심에서 또다시 징역 8년을 구형받았지만, 역사의 심판을 받을 자들은 결국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이 즉각 퇴진하라는 민중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민주노총은 정치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며, "포승줄 풀어야 할 것은 이 법정"이라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오는 11월 30일을 시작으로 박근혜 퇴진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1500개 넘는 단체들이 모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을 중심으로 범국민적 저항은 날로 커지고 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말과 달리, 박근혜 퇴진 촛불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은 헌법 위에 있다는 것이 곧 증명될 것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그간 법정 진술과 편지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잘못된 정권을 끌어내릴 수 있다면 몇 년을 더 감옥에 살아도 괜찮다고 했다. 잘못이 있다면 그 책임은 민주노총 위원장인 자신이 모두 지겠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처음으로 "그 길에 이 피고도 함께할 수 있도록, 본 법정이 정의로운 판결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최후진술 중)"했다.

"대통령 권한을 사익에 쓰지 않고 99% 민중을 위해 쓴다면 헬조선을 사람 냄새나고 인간이, 노동이, 평화가 존중받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최후진술 중)"이라는 확신에 찬 말이었다. 누구보다 절박하게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거리의 촛불과 만나고 싶다는 말이었다.

이제 한상균을 노동자, 민중의 곁으로 돌려줘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친 박근혜는 즉각 구속하고, 노동자, 서민의 편에서 줄곧 싸워온 한상균을 거리의 촛불과 만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촛불의 승리다. 그래야 진짜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한상균 위원장 2심 선고는 그가 구속된 지 꼭 1년 되는 12월 1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들고 법정에 함께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교육선전실 차장입니다.



#한상균#민중총궐기#징역8년#촛불집회#민주노총
댓글3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