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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또 따진다. 주판알 튕기는 소리만 요란하다. 이쪽에서 한 얘기 저쪽에서 토 달고, 저쪽에서 뭐라고 하면 다른 쪽은 딴소리를 한다. 시국은 엄중하고 시간은 없는데 투닥투닥 입씨름만 한다. 지금 야당이 이렇다.

"비박계와 손잡자" 이 대목에서는 한목소리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다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서로 딴판이다.

탄핵 전 총리 지명이 이뤄져야 한다, '선(先)총리 추천'은 야당 공조를 깰 수 있다, 탄핵 발의는 촛불집회를 더 지켜본 뒤에야 가능하다, 이와 관계없이 탄핵 발의에 착수해야 한다, 탄핵 찬성 의원 명단을 공개하자, 그 방법은 야당에게 불리할 수 있다, 기명 투표를 도입하자, 아니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먼저 각자의 입장, 우선 내게 유리한 구도를 내세운다. 게다가 탄핵정국이 대선에 영향을 줄 거라는 확신 때문인지 당내 각 계파 사이에도 이견이 표출된다.

중구난방인 야권. 그래도 의견이 일치하는 구석이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 어떻게든 비박계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핵 의결정족수인 200석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29석을 비박계로부터 끌어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비박계의 도움이 확실해야 한다. '확실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게 야당의 목소리다. 비박계가 말로는 찬성을 외쳐도 이것이 투표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해는 간다. 하지만 눈치보기가 도를 넘는다. 국민의당이 "제1야당이 먼저 나서라"고 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정장애'에 빠진 야당, 선수치고 나온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국민 배신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 김무성 "대선 출마 꿈 접고, 대통령 탄핵 앞장서겠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국민 배신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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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계 떠보기'에도 열심이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비박계가 국민들 앞에서 탄핵에 찬성한다는 공식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탄핵안 발의 때부터 여당(비박계) 의원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어떤 의원은 "찬성 의원 명단 공개라도 이뤄져야 비박계의 협조를 믿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한다.

국민의당도 "탄핵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비공식 접촉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비박계 설득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러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을 하면서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냥 해보는 발언이 아니다. 탄핵 국면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야당은 김 전 대표의 '선언'을 크게 반긴다. 비박계 30명 이상이 이 '선언'에 참여할 거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고민을 김 전 대표가 해결해주고 있는 셈이다. 야당이 결정 장애에 빠져있는 틈을 이용해 비박계 수장이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이다.

비박계가 탄핵 주도, 그 뒤에 야당?

비박계가 탄핵 주도, 그 뒤에 야당이 있다? 아주 이상한 구조다. 야당은 눈치보고, 떠넘기고, 망설이고, 아까운 시간만 끌더니 '촛불 민심'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촛불 시민들'은 친박 비박 할 것 없이 새누리당 전체를 '박근혜의 공범'이라고 본다. 맞는 얘기다. 비박도 툭하면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했고, 김 전 대표도 그동안 '대통령의 하수인' 노릇을 해왔다. 게다가 '최순실-박근혜'의 국정농단이 한창일 때 새누리당을 이끈 이가 바로 김 전 대표다.

'촛불'의 판단은 명쾌하다. 이미 판결도 내렸다. 비박계를 포함한 새누리당 전체가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이라고 규정했다. '공범'은 처단해야 한다. 손잡을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야당은 '공범'와 손을 잡으려고 안달이다. 빌미는 탄핵 가결.

잘못된 판단이다. 손잡지 않아도 충분하다. 왜냐면 '공범'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촛불'인 까닭이다. 내버려둬라. '공범들'은 알아서 찬성표를 던질 것이다. 그리곤 나도 찬성했다'며 촛불시민들 앞에 나와 선처해 달라고 읍소할 게 뻔하다. 

설령 탄핵이 부결돼도 상관없다. 촛불이 새누리당을 응징하면 그만이다. 광화문 '촛불'의 일부가 새누리당으로 향하면 '공범'들은 곧바로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촛불이 횃불될 것"
▲ 검찰 대면수사 거부하는 대통령 항해 "촛불이 횃불될 것"
ⓒ s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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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진정한 힘' 인식한 검찰, 야당보다 낫다

대통령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는 새누리당. 살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박근혜 퇴진 대오'에 동참하는 길뿐이다. 그래야 '한 집에 살았지만 못된 짓을 하는데에 적극 동참하지 않았다'라는 변명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야당의 상황인식이 검찰만도 못하다. 검찰은 대면조사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향해 "녹취록을 공개하면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태를 견인하는 중심축은 '촛불'이고, 촛불의 힘이 대통령을 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야당은 '공범'에 기대서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야당은 새누리당 공범들과 손잡지 마라. 그냥 탄핵을 발의해라. 새누리당에서 몇 명이 찬성표를 던질지 걱정할 필요 없다. 지금은 '촛불'이 권력이다. 새누리당도 촛불에 순응하는 것이 살 길이라는 걸 잘 안다.


태그:#비박계 탄핵발의, #김무성 탄핵 주도, #야당 비박계, #촛불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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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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