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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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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이르면 12월 2일, 늦어도 12월 9일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는 야당의 계획을 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탄핵 절차를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야당이 탄핵을 발의해서 하겠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야당의 주장대로 허겁지겁 12월 2일, 12월 9일 대통령 탄핵을 처리하겠다는 것을 저는 답안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인 것이다. 당 비주류(비박근혜)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처럼 12월 초 탄핵 절차 착수에 반대 의사를 밝힌 정 원내대표가 "협상 전권을 위임해달라"고 요구하자, 이에 맞서며 즉각적인 탄핵 착수를 주장했다. (관련 기사 : "탄핵 협상 전권 달라"는 정진석에 제동 건 여당 비주류)

그러나 이것이 곧 새누리당의 탄핵 절차 착수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이정현 당대표와 염동열 대변인 등 일부 당직자를 제외한 당 주류(친박근혜) 대다수가 불참한 채 열린 '반쪽 의총'이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이는 68~69명 정도였다. 탄핵 절차 착수 등에 대해 직접 의견을 표명한 의원은 이 중 23명 정도였다.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인 비주류 모임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에 중립 또는 일부 친박 의원들만 참석했다. 비주류와 날을 세워왔던 조원진, 이장우, 김진태 의원과 '친박 중진' 서청원, 최경환, 원유철, 유기준, 정갑윤, 홍문종 의원 등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 비주류가 요구해서 소집된 의총을 보이콧한 이들이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서는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주류가 주로 참석한 이날 의총에서 '개헌-탄핵 연계론'이 점화된 것도 주목된다. 이는 탄핵을 고리 삼아 개헌을 달성하려는 의도는 물론, 12월 초 탄핵 논의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국정조사와 연계해서 논의해야", 내년 3월 이후에나 탄핵 발의?

정 원내대표의 설명도 새누리당의 의석수가 적어서 야당의 탄핵 발의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탄핵(절차 착수)을 반대, 회피하는 건 절대 아니다. 탄핵 발의되고 정상적인 법에 따라 찬반 의사할 것이다. 당론으로 탄핵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도 '12월 초 탄핵 절차 착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야당이 예정대로 탄핵을 한다고 했을 때 차기 대선이 빠르면 내년 3월 말에서 4월에 치러질 수 있다. 그러면 그 기간 동안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선후보 선택을 위한 준비는 충분히 보장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헌 논의도 병행될 수 없다. 12월 2일이나 9일 탄핵이 발의되면 개헌 작업 없이 대선정국으로 돌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질 수 있고 앞서 제기됐던 개헌 논의 역시 그 동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12월 초 탄핵 발의를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정 원내대표는 "(탄핵 발의 시점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네"라면서 "조기 탄핵·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국정 위기 수습을 위한, 국민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명쾌한 해법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탄핵 발의 시점에 대해서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드시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시기는 최소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와 연계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내년 2~3월까지 진행되는 국정조사 활동기한에 맞춰서 탄핵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게 되면 탄핵이 발의되더라도 (헌재에서의) 심리 지연으로 차기 대선 시기가 우려와 달리 4월 이후로 미뤄지지 않겠느냐"는 반박에는 "그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상충된 답변을 내놨다. 그는 "형사소송 사건이 동일 사건일 경우 헌재 심판을 유보하고 연기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 1년 이상 (탄핵 심리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 두 가지 경우(조기 대선과 1년 이상 심리 지연 가능성)를 야당에서 검토하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이처럼 12월 초 탄핵 발의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배경에는 개헌을 탄핵에 연계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 절차에 따른 탄핵 소추에 성실히 응하겠다"면서도 탄핵안 발의 전 개헌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12월 초 탄핵 발의의 전제조건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12월 초 탄핵 발의로) 이르면 내년 4월 대선을 치르면 1월부터 4월까지는 대선 준비 기간이다. 개헌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겠나"라면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개헌특위를 연내에 구성하고 그 뒤에 (탄핵을) 표결하는 것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엄중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절차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전제를 놓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니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 원내대표처럼 탄핵에 개헌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날 의총에서 간간히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탄핵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개헌특위 구성 등 구체적으로 여야 간에 합의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 보이콧으로 눈치 보는 의원들 압박?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 발언 거부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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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주류 의원 대다수는 이날 의총에서 즉각적인 탄핵 절차 돌입을 주장했다.

김영우 의원은 "개인 의견이지만 탄핵 절차나 시기를 늦춘다든지 회피하는 그 어떤 모습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민이 원하고 있고 탄핵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정해진 절차를 밟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헌·탄핵 연계론'에 대해서도 "탄핵 국면인데 개헌을 갖고 돌파하긴 어렵다. 그리고 최순실 사태는 개헌과 관계 없다"면서 "대통령의 권한이 작고 크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대통령으로서의 소양문제이고 시스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태경 의원도 "조기 탄핵을 반대하면 새누리당이 국민한테 깔려죽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개헌 얘기는 특정 정치세력의 바람일 뿐이다. (의총에서) 개헌과 탄핵을 동시에 해야한다는 주장은 소수였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탄핵은 야당에서 주도해 절차를 진행 중이고 우리는 의원 개개인의 헌법적 양심에 따라서 표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정을 하루 빨리 안정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보여주기 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게 탄핵인데, 이에 대해 '된다, 안 된다'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새누리당이 탄핵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친박 측의 집단 불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 의원은 "(친박의 의총 보이콧은) 비정상적이다. 중차대한 시기에 간만에 하는 의총 아닌가"라면서 "새누리당이 예의를 갖추되 치열한 논쟁을 하면서 몸부림이라도 쳐야 하는데 '반쪽 의총'이 돼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 측의 의총 보이콧이 가장 현실적인 탄핵 봉쇄라는 관측도 있다. 야당에 의해 12월 초 탄핵안이 발의될 경우, 국회 본회의에 집단 불참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무기명 투표인 탄핵 찬반 여부가 사실상 본회의 참석으로 가려지게 돼, 아직 입장을 유보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분명히 말하지만 (본회의) 보이콧은 없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정치적 결정"이라며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당론에 의해서 집단으로 입장 안 한다, 이런 모습은 절대 보여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정현 대표도 (본회의 보이콧 없다는 입장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원내대표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만 답했다.


태그:#탄핵, #박근혜, #새누리당, #개헌,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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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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