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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 Camping De Witte Plas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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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장
▲ Camping De Witte Plas 작은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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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여행에서 캠핑장의 매력은 늘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발견하게 된다. 항구에 정박하는 배처럼 헐레벌떡 육지에 고파 캠핑장에 자리를 잡는 밤에는 그저 그곳이 있음에만 감사하게 된다.

밤늦게 어렵게 찾았던 'Camping De Witte Plas'의 매력은 놀라웠다. 시골에 한적한 작은 마을 같았다. 넓디넓은 캠핑장의 자연과 이슬 머금은 맑은 공기도 놀라웠지만 수영장과 샤워장, 화장실, 아이들 놀이터까지, 모든 것이 깨끗하고 완벽했다. 캠핑카와 텐트를 사용하는 휴가족들이 머무는 장소를 살짝 돌아서면 마치 작은 별장 같은 집들이 오종종 들어서 산책로를 지킨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산책길에 들어선 동양인들을 별장의 주인들은 미소 가득한 인사로 맞는다. 천국 같은 평화로움이다. 몇 날 며칠이고 머무르고 싶은 곳이었다.

수퍼마켓
▲ Gaasper Camping Amsterdam 수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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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입구
▲ Gaasper Camping Amsterdam 캠핑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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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갈 길이 머니 다시 출발. 아쉬움을 가득 남긴 채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암스테르담 관광은 대중교통으로 해야 하기에 캠핑카를 안착시켜놓고 관광에 나서야 했다. 다시 또 다른 캠핑장을 찾았다. 우리가 머문 'Gaasper Camping Amsterdam' 캠핑장은 파리 외곽의 볼로뉴 캠핑장보다 더 대규모의 상업적 캠핑장이다. 세탁실에서부터 레스토랑, 슈퍼마켓까지 없는 게 없고, 암스테르담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전거까지 빌려주며 현대식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다. 덕분에 동전만 넣으면 손빨래가 아닌 세탁기 빨래를 할 수 있었다.

캠핑장 즐기기는 돌아와서 하기로 하고 암스테르담 시내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암스테르담역에 내리자마자 시내는 자전거로 가득차 있었다. 차보다 많아 보이는 자동차 행렬들은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관광객들과 그곳에 살며 출퇴근하고 볼 일 보는 사람들까지, 걸어서 다니는 사람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역 주변에는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곳곳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명한 자전거 대여소 '맥 바이크'의 자전거는 동이나 우리는 다른 곳에서 빌려야 했다.

자전거 투어 자전거 빌리는 곳
▲ 맥바이크 자전거 투어 자전거 빌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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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 군인이 보인다
▲ 담 광장 코스프레 군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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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맥 바이크'는 핸드 브레이크 자전거가 있는데 우리가 간 '스타 바이크'에는 핸드 브레이크 자전거가 없고 '풋 브레이크'(풋 브레이크는 발판을 밟다가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서는 것이었다) 자전거만 있다는 것이었다. 불길했다. 운동 신경 둔하고 겁 많은 내가 과연 탈 수 있을까 무서웠다. 낯선 곳에서 사고라도 나면 큰일인데 말이다. 모두 몇 바퀴 역 주변을 돌더니 문제없이 풋 브레이크에 적응했다. 문제는 나! 자신 없다는 말을 할 틈도 없이 자전거 관광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내..... 나는 내리막길에서 노천카페 테이블에 여지없이 충돌했다. 졸지에 민폐녀가 되어 다친 다리는 아픈지도 몰랐다. 그 시간 이후로 나에게 암스테르담은 악몽이었지만, 가족들을 위해 웃으며 여정을 계속했다.  

암스테르담의 중심, 담 광장에는 오래된 왕궁과 교회들이 즐비하다. 강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시내 길은 자전거로 넘쳐나고 강 위에는 유람선이 줄지어 지나간다. 강 길 한쪽 끝에는 안네 프랑크의 집이 있다. 안네 프랑크의 집 앞에는 그녀의 흔적을 보려는 사람들로 기나 긴 줄이 만들어져 있다. 들어갈까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안네 프랑크의 집 뒤쪽 사람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뒷골목에 홀로 안네 프랑크의 동상이 오롯이 서 있다. '반갑다. 안네야'를 외치며 안네의 다락방에 들어가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그곳엔 책장 뒤 비밀 방, 일기 등 유품들을 전시해놓았다고 한다.

시내 구경 중에 술 취한 네덜란드인을 만났다. 가뜩이나 자전거 사고 후유증으로 종일 우울한데 우리를 중국인으로 착각한 그는 '더러운 중국인 썩 꺼져'(물론 영어로)라면서 욕을 해댔다. 유색인종 혐오인지 중국인 혐오인지 기분이 꿀꿀해졌다. 자전거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네덜란드 특별 간식 감자튀김! 끝내주는 소스 맛에 하루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가 훅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역시 어디서든 잘 먹어야 하는 법이다.

소스맛이 일품. 꼭 먹어봐야할 간식
▲ 감자튀김 소스맛이 일품. 꼭 먹어봐야할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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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으로 돌아와 생일잔치를 했다. 아이들은 아빠 생일 특별 공연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은수의 진두지휘 하에 노래와 댄스를 준비하고 나는 생일을 위해 한국에서 특별 공수해온 인스턴트 잡채를 중심으로 한 저녁을 준비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달콤하다. 이 세상 어느 땅에 서 있든, 무엇을 하든, 무엇을 먹든 중요하지 않다. 가족들을 위해 다친 다리를 꾹 참고 돌았던 암스테르담 투어가 내게는 씁쓸한 기억이 되었지만 함께 있어 즐거웠기에 달콤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에게 암스테르담은 진한 에스프레소 캐러멜 같은 기억이 되었다. 

캠핑카에서의 행복
▲ 아빠의 생일 만찬 캠핑카에서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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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전거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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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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