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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가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세금을 들여 설치한 새 안내판의 내용이 엉망이다. 안내판을 본 사람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제보를 받고 27일 오후 현장을 찾았다. 주남저수지 둑에 60여 개의 안내판이 새로 설치되었는데 내용이 엉망이라는 제보였다.

확인 결과, 창원시 환경정책과는 최근 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새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그런데 '학명' 표기를 잘못해, 글자가 들어가 있는 부분만 새로 제작하고 주말 사이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흑꼬리도요' 안내판으로 '도요과'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도요새과'라 해놓았고, '시베리아 동부, 한국'이라 해야 할 것을 '시베리아 동부한국'이라 해놓았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흑꼬리도요' 안내판으로 '도요과'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도요새과'라 해놓았고, '시베리아 동부, 한국'이라 해야 할 것을 '시베리아 동부한국'이라 해놓았다. ⓒ 윤성효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댕기물떼새' 안내판으로 '물떼새과'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물때새과'라 해놓았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댕기물떼새' 안내판으로 '물떼새과'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물때새과'라 해놓았다. ⓒ 윤성효

동식물 학명은 앞에 이탤릭체와 뒤에 영문으로 표기한다. 이탤릭체는 오른쪽으로 5~15도 정도 기운 글자체다. 그런데 처음에 세워놓았던 모든 안내판에는 이탤릭체가 없어 모두 영문으로만 되어 있었다.

창원시는 지난 주말 사이 학명 표기 앞부분을 이탤릭체로 바꿔 다시 붙여 놓았다. 모든 안내판을 새로 수정했다. 그런데 수정된 안내판 상당수에 오류가 발견되었다.

먼저 설명 순서에 있어 통일성이 없다. 가시연꽃을 비롯한 일부는 '분류-구분-크기-분포지' 순서이지만, 쥐방울덩굴과 다른 새는 '분류-분포지-크기-구분' 순서다.

쥐방울덩굴은 '식물'이라 분류해 놓았다. 다른 식물과 새의 표기 방식대로 한다면 쥐방울덩굴의 분류는 '쥐방울덩굴과'라 해야 한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쥐방울덩굴' 안내판으로 '쥐방울덩굴과'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그냥 '식물'이라 해놓았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쥐방울덩굴' 안내판으로 '쥐방울덩굴과'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그냥 '식물'이라 해놓았다. ⓒ 윤성효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중대백로' 안내판으로, 마침표 자리에 쉼표가 되어 있고, '백로 중에서'를 '백로중 중에서'라 해놓았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중대백로' 안내판으로, 마침표 자리에 쉼표가 되어 있고, '백로 중에서'를 '백로중 중에서'라 해놓았다. ⓒ 윤성효

대개 동물 분류 표기는 '목-과-속' 순서로 하게 된다. 그런데 다른 새의 분류 '목-과'를 모두 표기했지만, 황조롱이는 '매목'은 없이 '매과'라고만 해놓았다. 흑꼬리도요의 경우 '도요과'라 해야 하는데 '도요새과'라 해놓았다.

댕기물떼새 안내판에는 '물떼새과'라 해야 하는데 '물때새과'라 해놓았다.

분포지에서 나라 표기를 하면서 묽닭 등 여러 곳에서 '미얀마'를 '마안마'라 해놓았다. '미안마'라는 나라는 없다. 분포지의 나라 순서도 통일성이 없다.

또 분표지에서 '시베리아 동부, 한국'이라 표기해야 할 것을 '시베리아 동부한국'이라 해놓았다.

곳곳에 오탈자 보인다. 흰죽지 설명에는 '1~2m 깊이'라 해야 할 것을 '1~2m 깉이'라 해놓았다. '노란색'이라 해도 될 것을 '오렌지색'이라는 단어를 써놓기도 했다. 또 마침표(.)을 써야 할 자리에 쉼표(,)를 해놓기도 했다.

홍머리오리를 설명하면서 "암컷은 다른 오리류의 암컷에 비해 적갈색을 날개덮깃은 흰색이며 앉아 있을 때는 불확실한 가로줄로 보인다"고 해놓아, 중간에 탈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흰죽지' 안내판으로, 설명에 '깊이'를 '깉이'라 해놓았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흰죽지' 안내판으로, 설명에 '깊이'를 '깉이'라 해놓았다. ⓒ 윤성효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재두루미' 안내판으로, 그 위해 다른 새의 캐릭터를 붙여놓아 관람객들한테 혼동을 주고, 한 문장(원안)에 같은 단어가 두 개가 들어 있어 매끄럽지 못하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재두루미' 안내판으로, 그 위해 다른 새의 캐릭터를 붙여놓아 관람객들한테 혼동을 주고, 한 문장(원안)에 같은 단어가 두 개가 들어 있어 매끄럽지 못하다. ⓒ 윤성효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홍머리오리' 안내판으로, 설명(붉은선 안 문장)이 잘못되어 있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홍머리오리' 안내판으로, 설명(붉은선 안 문장)이 잘못되어 있다. ⓒ 윤성효

또 안내판 위에는 단감과 코스모스, 새 등의 문양을 만든 캐릭터를 붙여 놓았다. 그런데 안내판 위에 붙어 있는 캐릭터가 해당 꽃과 새와 달라 관람객들한테 혼동을 주고 있다.

한 관람객은 "아마도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교육용으로 안내판을 세운 모양인데, 틀린 표기가 많이 보이고, 설명에 오탈자도 더러 보여 읽기가 불편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환경정책과 직원은 이날 오후 취재가 시작되자 모든 안내판을 철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창원시는 수정 작업을 거쳐 다시 부착할 예정이다.

현장을 살펴본 한은정 창원시의원은 "창원시가 예산을 들여 안내판을 세우면서 제대로 검토했는지, 감수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다"며 "해당 꽃과 새의 사진도 좋은 게 많은데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설명에 있어 통일성도 없다"고 말했다.

창원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안내판을 업자한테 맡겼는데 제대로 검토를 거치지 못했다"며 "수정해서 다시 세우도록 하겠다. 같이 붙여 놓아 혼동을 주는 캐릭터는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흰뺨검둥오리' 안내판으로, 그 위해 다른 모양의 캐릭터를 붙여 놓아 관람객들한테 혼란을 주고 있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흰뺨검둥오리' 안내판으로, 그 위해 다른 모양의 캐릭터를 붙여 놓아 관람객들한테 혼란을 주고 있다. ⓒ 윤성효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해오라기' 안내판으로, 나라 이름에 '미얀마'를 '미안마'(원안)라 해놓았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해오라기' 안내판으로, 나라 이름에 '미얀마'를 '미안마'(원안)라 해놓았다. ⓒ 윤성효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노랑부리저어새' 안내판으로, 그 위에 다른 새의 캐릭터를 붙여 놓아 관람객들한테 혼동을 주고 있다.
창원시가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노랑부리저어새' 안내판으로, 그 위에 다른 새의 캐릭터를 붙여 놓아 관람객들한테 혼동을 주고 있다. ⓒ 윤성효

 창원시가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새, 식물 안내판을 설치했다가 일부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27일 오후 관계자가 철거작업하고 있다.
창원시가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새, 식물 안내판을 설치했다가 일부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27일 오후 관계자가 철거작업하고 있다. ⓒ 윤성효

 철새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철새들이 찾아왔지만 연꽃이 저수지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큰고니 등 서식에 지장을 주고 있다.
철새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철새들이 찾아왔지만 연꽃이 저수지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큰고니 등 서식에 지장을 주고 있다. ⓒ 윤성효



#주남저수지#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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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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