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잘못된 정치를 바로 잡겠다고 나선 점에서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과 '박근혜 퇴진 촛불'은 닮은 구석이 많다.
28일 오후 2시. 충남 예산군 관작리 예산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는 동학농민혁명 122주년을 기념하는 내포동학문화제가 열렸다. 내포동학문화제는 올해로 열한 번째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황선봉 예산군수, 박형 예산군농민회장, 김시운 예산문화원장, 동학농민군 유족 등 20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했다.
박성묵 예산동학명기념사업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기치로 일어난 동학은 근대 역사의 물꼬를 튼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사리사욕과 탐욕이 득세하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은 122년 전 농학농민군이 봉기한 시점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7, 8명의 동학농민군 후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동학 유족으로 소개된 동학농민군 후손들은 80세 이상의 고령층도 많다. 이들은 동학농민혁명을 교과서가 아닌 구전으로 배운 마지막 세대이다.
동학농민혁명군 후손인 문형식(80)씨와 이우성(83)씨가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동학은 교과서 속의 오래된 역사가 아니다. 증조부와 조부가 경험한 산역사이기 때문이다. 이들 후손들은 '동학난'과 '비적'으로까지 폄훼됐던 동학이 혁명의 역사로 재조명되기까지 오랜 세월을 숨죽이며 기다려야 했다.
문형식씨 홍주(홍성의 옛지명)성 전투와 예산 관작리 전투에 참전했던 동학농민혁명군 문장준(1861~1945)의 증손자이다. 다음은 문형식씨의 말이다.
"우리 세대는 동학농민혁명을 경험자로부터 직접 듣고 배웠다. 한때 동학을 '난'으로 규정하고 왜곡했던 역사가 있었다. 역사가 왜곡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동학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양반을 죽이고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살기 위해 들고 일어났던 것이다. 민중들이 잘못된 정권에 저항해 들불처럼 일어났다는 점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와 동학농민혁명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이우성씨는 동학농민군 이원목(1868~1948)의 손자이다. 이원목은 충남 아산이 고향으로 24세때 동학에 입도한 인물이다. 이원목 또한 홍주성과 예산 관작리 전투에 참전했다. 다음은 이우성씨의 말이다.
"동학농민혁명,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요즘의 '박근혜 퇴진 촛불'은 모두 매한가지이다. 일본제국주의는 조선역사편수회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 축소하고 난도질 했다. 지금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우리 역사를 왜곡하려는 세력이 있는데 안 될 말이다. 게다가 일본은 현재까지도 우리의 역사를 지배하려 들고 있다. 역사 광복을 하는 날이 진정한 해방의 날이다."
이와 관련해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이번에 세 번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며 "행사에 올 때마다 뭔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뭉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포지역 주민들은 남다른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은미 간사는 경기도 포천이 고향이다.
이날 문화제에는 식전과 식후 행사로 홍성문화연대의 풍물놀이가 펼쳐졌다. 수능시험을 마친 덕산고등학교 3학생 학생 70여 명은 깃발을 들고 풍물패의 뒤를 따랐다. 흰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덕산고등학교 학생들은 122년 전 동학농민혁명군을 재현했다.
이들 학생들이 들고 나온 깃발에는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온 세상사람 섬김', '동학. 어두운 세상에 횃불이 되어'라고 적혀있다. 주어인 동학을 민중으로 바꾸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나오는 문구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