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이제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로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이 미사 안에서 기도하고 모든 부패 세력이 주님의 은총 속에서 회개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 28일 저녁 천주교 부산교구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에서 주례를 맡은 김영호 신부가 미사에 앞서 바람을 전했다. 천주교정의구현부산교구사제단(아래 사제단)이 준비한 이날 시국미사에는 신부와 수녀, 신자 등 800여 명이 성당을 가득 채웠다.
이날 시국미사는 특별히 노동자와 농민, 세월호 희생자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강론에 나섰다. 이의용(안드레아) 부산지하철노조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비판했고, 고 백남기씨의 동료인 농민 최강은(안드레아)씨는 국가폭력에 쓴소리를 보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 오홍진(안셀모)씨도 참가자들과 만났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나라, 국민이 우선이 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년 7개월 동안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에 나왔고, 포기도 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이렇게 왔다"고 인사를 건넨 오씨에게 큰 박수가 쏟아졌다.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오씨는 "엄마, 아빠를 부르며 죽어가는 아이들을 왜 구하지 않았으며 국민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뭐했는지 밝혀내는 게 아빠가 살아갈 이유"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성당 곳곳에서 낮은 훌쩍거림 들렸다.
"국민들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시국미사에서 참가자들은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망가진 민주주의 회복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부당한 권력 행사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위해 손을 모아 함께 기도했다.
시국미사의 끝자락에는 사제단의 시국선언을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시국선언을 통해 사제단은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공정의 원칙을 짓뭉개며 전체 시민을 개돼지로 취급해온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미련 없이 탈출해야 할 악의 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제단은 "누구나 존중받고 품위 있게 살아가는 공생공락의 나라가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삶의 바탕"이라며 "절대로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으려는 박근혜씨와 사생 결단, 그 이상의 시민적 선의가 뭉쳐지지 않으면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더 큰 불행이 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국미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성당을 빠져나와 광복로 일대 도심에서 촛불 행진을 벌이며 "박근혜를 비호하는 새누리당 해체하라", "국민들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제단은 다음달 12일 또 한 번의 시국미사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