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기사] 모친에 대한 분노, '얼음신사'가 된 이유"부모는 자녀를 잘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똑깍인형의 아빠는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계속해서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똑깍인형의 할머니)에 대해 가졌던 소망과 관련된 아동기 시절의 무의식적 갈등과 전위(Displacement, 예 :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투사(projection-자신에게서 나타나는 분노, 공격성, 편견 등 부정적인 모습들로부터 야기되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그러한 것들이 타인에게서 나타난다는 식으로 나타남)를 하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 지금 쏟아놓은 말들이 결국 본인의 응어리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과 불쾌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것도 지금 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룰 경우 똑깍인형의 아빠는 상담소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더 이상 상담을 받지 않게 되면 똑깍인형 또한 못오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똑깍인형이 자유로운 나비로 변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아빠 : "그렇게 살면 안되지요. 선생님과 어머님은 무슨 죄예요"나 : "무슨 죄라시면?"아빠 : "아니 자기 자식을 안키우니까 엉뚱한 사람이 고생하잖아요. 자식은 부모가 살아있으면 부모가 키워야지~"나 : "예~ 저 또한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내가 바로 이어서 말을 하지 않고 조금 뜸을 들이자 똑깍인형의 아빠는 급하게 나에게 물어온다.
아빠 : "무슨 생각이 든다는 겁니까?"나 : "오죽하면 또 자식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일까~"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에 힘을 주고 주먹을 쥐면서 다시 말했다.
아빠 : "오죽하면! 선생님 그건 아니지요. 부모가 오죽해서 애를 못키운다면. 어린 아이라서 아무것도 못하고 눈치만 봐야 하는 그 애는 어떻겠어요. 그 애 심정은 말로 다 못하지요."나 : "애의 심정은 어떨 것 같으신가요?"아빠 : "불안하고 두렵고 무섭고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혼자서 엄마 눈치만 보면서 엄마가 눈에 안보이면 '나 버리고 가버렸나, 안오면 나 혼자서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엄마니까 남들에게 엄마에 대한 안좋은 얘기도 못하겠고 미칠 지경인 거죠."나 :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엄마가 자기를 떠나 다른 곳으로 재가라도 하는 것을 눈치채면 아이는 어떨까요?"아빠 : "못가게 별 짓을 다하겠지요. 아파서 밥도 못 먹는 척 하거나 또는 엄마가 찾아다니게 숨어서 나오지 않거나 또는 미친 짓을 하겠지요."나 : "미친 짓요?"아빠 : "애가 자기만 남게 될게 뻔한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요. 시커먼 연탄에 얼굴, 손, 옷들을 비벼서 엄마가 자기를 닦아주면서 '애를 두고 가면 안되겠구나'라고 여기게 별짓을 다 하겠지요."나 : "혹시 엄마가 재혼을 해서 새로운 아빠와 함께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아빠 : "그건 안되지요. 저는 그런 집을 어려서 봤는데 또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요. 그럴 거면 힘들더라도 자식을 끼고 열심히 살아야지요. 그게 부모니까요."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자기를 놓고 재혼을 계획하는 것 같을 때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아빠 : "그거야 뻔하지 않겠어요. '죽어버릴까, 아니면 엄마와 같이 죽어 없어져 버릴까' 그러다 그것이 더 무섭고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점점 자라면서 엄마 속을 긇어놓겠지요. 그리고 엄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통해서 쾌감을 느끼고 그때야 직성이 풀리겠지요. 그래서 만나기만 하면 괴롭히고 말도 막하고 하다가 엄마와 떨어지면 엄마한테 한 말 때문에 후회하고 혼자 울고 그러겠지요. 그 애가 얼마나 마음이 괴롭겠어요. 또 내 얘기를 하기 싫으니까 친구들 만나는 것도 싫어지고 사람을 피하고 필요한 것이 있어도 낮에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싫어서 밖에 안나가고 깜깜해진 밤이면 돌아다니게 되고 늘 슬프고 우울하겠지요."나 : "똑깍인형의 아버님 말씀을 듣고 보니 고모인 저와 할머니는 조카를 위해서 잘 한다고 해도 조카의 부모님에 대한 빈 자리는 채워줄 수 없겠군요."아빠 : "누가 그 자리를 채워줄 수 있겠어요."이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 대상은 조카가 아닌 바로 내 앞에 앉아계신 똑깍인형의 아빠였다. 내 머리는 쉼없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해진 상담시간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때 바로 똑깍인형의 아빠와 모친의 관계에 대하여 들어가볼까, 아니면 진정이 되고 차분한 상태에서 저절로 모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나.' 아무래도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후유증 없이 도울 수 있겠기에 계속 조카 이야기와 관련지어 진행했다.
나 : "그러고 보니까 제 조카가 마음 고생이 많겠는데요. 할머니나 고모인 저에게 엄마, 아빠 얘기를 마음놓고 못하고~ "아빠 : "못하지요. 눈치만 보겠지요."나 :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조카가 부모님에 대한 궁금증, 그리움 등을 저에게 말할 수 있을까요?"아빠 : "직접 조카에게 물어보세요. 조카가 자기 심정을 제일 잘 알 거예요."내가 오른손을 펴서 손바닥을 위로 하고 똑깍인형의 아빠쪽으로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손짓으로 질문했다. 나 : "제 조카를 만나셨다면 어떻게 물어보시겠어요?"아빠 : "저라면~~ 음~~ '엄마 보고 싶니?'라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사실은 보고 싶으니까~ 그런 질문은 하나마나일 것 같구~~ '너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괜찮을 것 같네요."나 : "네~ 혹시 아버님은 똑깍인형의 할머님과 함께 살기를 원하시나요?"자동으로 튀어나온 그의 대답
아빠 : "아뇨, 절대 아니죠."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든 얼음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