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미지 실추를 걱정할 게 아니라 학교의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4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전북대 청소노동자 33명을 위해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섰다. 7일 오후 전북대 학생들 50여 명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대는 원청으로서 청소노동자 부당인사 및 임금체불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학생과 교직원, 시민 4500명의 서명이 담긴 항의서한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전북대 청소 용역을 맡고 있는 하청업체 ㈜대한안전관리공사는 지난 7월 한국노총 지역연대노조 소속 노동자 22명을 공대를 비롯한 신축 건물로 재배치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재배치 된 곳은 학생 수가 가장 많으며 노동 강도가 높은 곳으로 25명이 필요한 구역이었다.
황영신 지역연대노조 지부장은 "이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사측에서 들어주지 않았다"라면서 "이에 부당 인사를 규탄하며 기존 청소 구역에서 조합원들이 근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인사 배치를 거부하자 ㈜대한안전관리공사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 문제는 결국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다뤄졌고, 지노위는 '부당 배치'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항소하면서 현재까지 임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 노조는 매일 점심 대학 본관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이 연좌시위를 보고나서다. 처음 전북대의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한 정치외교학과 1학년 우숭민씨는 "점심 때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라면서 "짧은 시간동안 많은 학생들이 서명에 나서줬다. 그만큼 학생들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23일부터 시작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는 모두 4500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북대 사람들'이라는 명의로 ▲ 청소노동자 부당인사 및 임금체불 문제의 심각성을 전북대는 인지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 ▲ 전북대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할 것 ▲ 전북대는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노력을 철저히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전북대가 직접 나서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국문학과 1학년 심규원씨는 "원청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전북대학교는 노사문제에 개입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면서 "청소노동자들이 없다면 전북대는 유지될 수 없다. 이들도 우리 전북대의 가족, 직원이라 생각하고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엊그제 성사된 국회의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사례를 전북대도 살펴 보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라면서 "전북대도 나아가 청소노동자들의 직접 고용까지 추진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현재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노총 노조원 A씨는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고마움을 전하며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상황에서 4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해 너무 힘들다"라면서 "쌀이야 어떻게 구해서 먹을 수 있지만 각종 공과금은 해결이 힘들 정도이고, 돈이 없어 김장도 못하고 있다"라고 어려운 상황을 털어놨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우숭민씨는 "학교가 법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하지만, 전남대 등 비슷한 규모의 학교들은 청소노동자 직접고용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면서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남호 총장에게 학생들의 서명과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총장이 오찬 간담회로 자리를 비워 직접 전달하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