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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공개로 유정복 시장 '도덕적 신뢰' 무너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 때 공개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보면, 유정복 시장(사진 맨 오른쪽)은 김기춘 전 실장 왼쪽으로 세 번째 의자에 앉아서 당시 검증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 유 시장 오른쪽은 한선교 의원이다.
▲ 유정복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 때 공개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보면, 유정복 시장(사진 맨 오른쪽)은 김기춘 전 실장 왼쪽으로 세 번째 의자에 앉아서 당시 검증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 유 시장 오른쪽은 한선교 의원이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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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 때 공개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일관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만 무너뜨린 게 아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영상에 '최순실 모르쇠' 유정복 인천시장도 등장했다. 유 시장은 그 동안 "최순실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했는데, 영상이 공개됨으로써 도덕적인 신뢰도가 크게 무너졌다.

해당 영상은 국회 청문회 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정윤회와 최순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자, 이를 지켜보던 한 누리꾼이 민주당 손혜원(서울 마포을) 의원 측에 제보했고, 이를 손 의원이 박 의원에게 먼저 폭로하라고 전달하면서 공개됐다.

영상을 보면 '최태민(=최순실 부친) 관련 의혹'에 대해 박근혜 후보에게 검증을 요구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의 이름이 수차례 언급되는데, 김기춘 전 실장은 당시 박근혜 캠프 법률지원단장으로서 박근혜 후보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친박'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시장도 등장한다. 유 시장은 김기춘 전 실장 왼쪽 세 번째 의자에 앉아서 당시 검증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

청문회 당시 영상이 공개되자 "최순실을 몰랐다"고 잡아떼던 김 전 실장은 말을 더듬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서… 착각했다", "기억나지만 연락할 정도로 아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더불어 유 시장도 더 이상 최순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유 시장은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던 지난달 초 인천경기기자협회와 진행한 간담회에서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경기기자협회보> 11월 28일자 보도를 보면 유 시장은 '이 사안을 잘 알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질문을 받고, "아마 그럴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다"며 "뭘 알면 시원하게 말이라도 할 텐데, 나도 답답하다. 지금은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세상이 아니지 않나. 휴대폰 통화기록만 조사해도 다 나오는데 이 시국에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답했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됨으로써 유정복 시장의 발언은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영상이 공개 된 만큼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영상 공개로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인천시정과 투자사업에 제기한 최순실 세력개입 의혹에 대해 유 시장이 선을 그었기에 논란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 모른다는 '차움VVIP'담당 출신 인천관광공사 본부장

가장 논란이 이는 곳은 인천관광공사다. 시는 사업성이 없는데도 엉터리 사업타당성 검토를 거쳐 인천관광공사 설립을 밀어붙였다. 공사는 경상경비의 50% 이상을 경상수입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수입이 없어 시 지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인천관광공사(사장 황준기)가 지난 10월 처장(2급)·단장(3급)·팀장(3급)을 팀원으로 강등 조치하고, 또 기존 3개 처를 모두 해체해 마케팅본부 산하 팀들로 재배치하는 비상식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너무나 비상식적인 개편이라 공사노동조합은 물론, 시 담당부서도 반대했으며, 시의회도 지난 11월 행정사무감사 때 '몰상식' 하다고 크게 질타했다. 하지만 공사는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 같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최순득 자매가 단골로 이용한 차움병원에서 VVIP고객 관리업무 이력을 지닌 마케팅본부장A씨가 주도했다는 의혹이 시의회에서 제기됐다.

A본부장은 차움병원에서 VVIP고객을 관리했고, 그 뒤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 대변인실 정책홍보팀장을 거쳐 2013년에는 차은택씨 개입 정황이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홍보부장을 지냈다.

A 본부장은 공사 황준기 사장의 친형이 대표이사로 있는 차병원그룹 계열사 (주)차바이오텍의 주식 2만주(시가 약 2억 2000만원)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본부장은 이때 차병원그룹 기획총괄브랜드전략실장으로서 차움병원 VVIP 마케팅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A 본부장은 지난 11월 행정사무감사 때 "최순실씨를 전혀 모르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는 공모를 거쳐 입사했으며, 차은택씨 전화번호는 휴대폰에 저장돼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송도테마파크와 검단스마트시티에 '의혹' 여전해

인천시가 직면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순실이 지난 2월 K스포츠재단을 통해 부영그룹으로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70억원을 더 뜯어내려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부영은 인천 연수구 옛 송도 대우자동차판매부지를 송도테마파크와 주택단지로 개발하는 업체다,

대우자동차판매부지는 테마파크부지(49만 9595㎡, 약 15만 2000평)와 도시개발사업부지(53만 8600㎡, 약 16만 3000평)로 구성 된다. 송도테마파크 사업은 원래 유원지로 개발하는 사업인데, 시는 테마파크개발을 전제로 도시개발사업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자 시는 지난해 2015년 12월 말까지 세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사업 인·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를 번복해 사업계획서 제출 시한을 2016년 6월 30일까지 연장해줬고, 올해 6월 시는 다시 2017년 12월말까지 연장해줬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달 6일 "(최순실이 돈을 뜯을 무렵) 부영은 세무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부영은 사업부진과 그룹 일가의 탈세 혐의로 곤경에 처해 송도테마파크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한 뒤 "그런데 시는 어떤 이유에선지 지난 6월 사업허가기간을 2017년 12월까지 연장해줬다"고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제기에 새누리당 인천시당이 "근거 없는 의혹제기"라고 대응할 뿐, 시가 공식적으로 대응한 적은 없다.

다만, 검찰이 K스포츠재단에 연루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아,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부영은 한숨 돌리게 됐다.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검찰이 일단 기업을 '피해자'로 해석하긴 했지만, 특검 수사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산 된 검단스마트시티도 최순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해 3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에 맞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 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고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지난 8일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 때 차은택씨가 같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 시장은 '제2의 중동 붐'을 인천에 조성하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오일머니 5조원 투자유치 사업은 1년 8개월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유 시장이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할 때 투자유치 부서가 아닌 시장 비서실 주도로 베일에 싸여 추진되면서 숱한 의혹이 제기됐고, 또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동행한터라 이른바 '청와대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지난 17일 "사업 성공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부처에 수없이 협조를 요청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청와대 수석·장관·LH 사장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게 당연하다"며, 청와대에서 꾸민 일이 아니라 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초기에 시장 비서실이 추진한 배경에 대해서는 끝내 해명하지 않아,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최순실, #김기춘, #유정복, #송도테마파크, #인천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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