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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2014년 5월 8일(어버이날) 저녁 청와대 입구에서 밤샘 노숙을 한 가운데 9일 새벽 외아들 오영석(단원고)군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엄마 권미화씨와 아빠 오병환씨가 잠들어 있다.
▲ 꿈에서라도 만났으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2014년 5월 8일(어버이날) 저녁 청와대 입구에서 밤샘 노숙을 한 가운데 9일 새벽 외아들 오영석(단원고)군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엄마 권미화씨와 아빠 오병환씨가 잠들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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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의 날인 9일. 세월호 유족들이 두려움, 미안함, 고마움의 마음을 품고 국회를 찾는다. 그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참사 책임자'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지켜보게 된다.

유족들이 본회의장까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 몫으로 나온 '탄핵 표결' 본회의 방청권 40개를 모두 세월호 유족들을 위해 사용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본회의장 방청석 266석 중 100석을 각 정당의 의석수 별로 할당해 일반인들도 볼 수 있게 조치했다(166석은 국회 관계자와 기자석).

기자는 이날 오전 단원고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권씨는 "어제 잠 한 숨 제대로 못잤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 울다가 새벽에 겨우 잠들었어요. 지금 얼굴이 퉁퉁 부었어(웃음). 기대도 되지만, 솔직히 두려움이 더 앞섭니다. '또 (정치인들에게) 발등 찍히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요. 만약 부결되면, 이제 시민 분들을 자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면 또 광화문에서 큰 싸움이 될 거고요. 그럼 누구 하나 다치는 사람이 나올까봐…."

권씨는 "어제 5.18 유족 어머니께도 전화가 왔다"라고 전했다.

"요새 세월호 참사 때 영상이나 사진이 자주 나오잖아요. 내가 담요 덮고 울고 있는 사진, 그걸 방송에서 보셨나 봐요. 그래서 걱정돼 전화하셨더라고요. 어머니께서 '끝까지 싸우려면 건강 잘 챙기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어머님도 맨날 우리가 울고 있는 모습만 보이니 마음이 아리신 거죠. (그 전화 받고) 나도 마음이 아렸어요."

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5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이귀임씨의 손을 잡고 있다.
▲ 오월어머니 손 잡은 세월호 가족 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5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이귀임씨의 손을 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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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촛불의 염원 담아, 지켜보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에게 할당된 방청권을 전부 세월호 유족들에게 배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민망하고, 죄송하고, 어색하다"라는 소감을 내놨다.

유 위원장은 9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오후 기사를 보고, 본회의 방청을 할 수 있었던 과정을 알았다"라고 운을 뗐다.

"사실 저희도 박근혜 탄핵의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방청 신청이 너무 몰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7일 오후 박주민 의원실의 보좌관이 제게 전화해 40명 방청이 가능한데,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이게 웬일이지 하면서 얼른 방청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유 위원장은 "그런데 어제 오후 기사를 보고 더불어민주당에 배정된 40석을 모두 우리에게 준 거라는 사실을 알게됐다"라며 "일부만 우리에게 준 거라고 생각했는데, 순간 '너무 생각이 없었구나',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유 위원장은 "'우리 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그만큼 못 들어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우리를 먼저 배려해 준 더불어민주당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동시에 방청을 원하셨던 시민들께는 정말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 "대신 230만 촛불의 뜻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역사의 현장을 진중하게 지키겠다"라며 "80개의 눈동자에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표결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레이저'를 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 상정된 박 대통령 탄핵안에는 헌법 위배 사례로 세월호 참사가 적시돼 있다(관련기사 : "헌법 10조의 생명권 침해" 탄핵안에 세월호·뇌물죄 포함시킨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에게 할당된 방청권을 전부 세월호 유족들에게 배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민망하고, 죄송하고, 어색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에게 할당된 방청권을 전부 세월호 유족들에게 배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민망하고, 죄송하고, 어색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 유경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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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탄핵, #세월호,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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