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문화재는 아니지만 조선시대와 구한말에 세워졌던 비석들이 행정관청의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거나 일부는 행방을 알 수 없어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일 강창원(천부인권)씨는 '진해 비지정 문화재 비석 관리 문제'를 정리한 자료를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그는 자료에서 창원 진해구 안골동과 청남동 일대에 있었던 비석들의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옛 진해시(2010년 창원마산진해 통합)가 1996년 발행한 <진해의 비문>이란 책자에 실려 있는 일부 비석들에 대해 주민들은 현재 행방을 모르고 있다는 것.
주민들이 행방을 모르고 있는 비석은 '안골포 만호 김재홍 선정비'(1650년), '신문별장 이원배 선정비'(1677년), '신문별장 유세휘 선정비'(1757년), '별장 손상민(어모장군) 선정비'(1681년), '어모 장군비'(청안동), '이경팔 영세불망비'(1904년)다.
확인 결과, 이들 비석 가운데 4개는 창원시 진해구청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4개는 진해구청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2개는 여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강창원씨는 "안골동 비석 4기의 경우 원래 안골포 입구 바닷가에서 발견되어 마을회관에 옮겨 두었다가, 마을회관이 매각되면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며 "주민들은 현재 비석의 행방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래된 비석을 구청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며 "창원 용지공원에 보면 도시개발하면서 옮겨온 비석을 한데 모은 '비석군'이 있다. 진해에 있는 공원이나 구청 정원 등에 세워 놓아야 할 것"이라 말했다.
2개 비석은 개발 현장에 밀려 창원 진해구 두동 일대 개발로 인해 2기의 비석에 대한 보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정대부 전 웅천군수 김재형 시혜비'와 '배종경 유적 기념비'다.
'김재형 시혜비'는 공사장 임시 사무실 입구에 방치되다시피 해 있고, '배종경 유적 기념비'는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마을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강창원씨는 "두 비석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불분명한 상태다"며 "마을이 완전히 철거되면 땅 속에 묻힐 수도 있을 것 같다. 보존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청 관계자는 "두 비석은 문화재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 가치 등에 대해 파악해서 보존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창원씨는 "다양한 비지정 문화재는 대부분 '스토리텔링'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역사를 바르게 세우는 역할도 하며 역사 속의 인물들을 어떤 형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재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의 실존 인물과 만날 수 있는 이런 비석들은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 비석은 이미지, 글, 이야기 등을 통해 소설, 영화, 희극 등 창조적인 이야기의 재생산은 물론이고 감동과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신선한 소재들이다"며 "이런 영역들이 미래 세대의 먹거리가 된다는 측면에서 보존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격동을 하고 있는데 과거의 유적, 유물들을 지금 챙기지 못하면 없어진 다음에 후회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