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회사에서 지하주차장을 한 바퀴 도는데 웬 강아지 한 마리가 눈에 보인다. 어떤 몹쓸 인간이 버린 게 분명하다. 동짓달 칼바람에 데리고 나가봐야 내다 버리라고 할 것이 분명하고 강아지는 얼어 죽기 십상이었다. 못 본 척 하는 게 상책이다. 사람들 눈에 뜨이기 전에 어서 가라며 손짓 발짓으로 위협을 했다. 슬금슬금 피하는 모습이 우스워 얼른 자리를 뜨고 말았는데,

어라! 잠시 후 어디서 나타났는지 강아지가 바짓가랑이를 물고 서 있다. 할 수 없이 뭔 수가 나도 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강아지를 안고 경비실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팀장이 얼른 내다 버리란다. 개인 주택도 아니고 회사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인에게 버림받아 갈 곳 없는 강아지는 이제 얼어 죽었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결국 주차장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차장 입구에 내려놓고 왔다. 경비실로 돌아와 일지를 쓰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본관 대로변에 강아지 한 마리가 로드킬을 당했다는 것이다. 나를 따라오다가 사람들이 많으니 대로변으로 향한 게 분명했다.

강아지가 걱정이 돼 나도 모르게 쏟아지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차라리 내 눈에 보이지나 말지. 순찰이 끝나고 짧은 3시간의 휴식시간 내내 드러누워 끙끙 앓았다. 그래 본들 뭔 소용이 있으랴만."


2014년 12월 일어났던 일을 일기로 써놓은 글인데요,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안좋습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이와 똑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강아지가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은 같은데 이번 강아지는 사람을 피해서 잡히질 않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마침 녀석이 회사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보라매공원에 자리를 잡았기에 짚으로 튼튼하게 집을 지어주고 안에다가 낡은 조끼를 깔아주었더니 제법 개집 모양새가 근사합니다. 조석으로 물을 갈아주고 사료를 가져다준 지 열흘이 지났건만 발자국 소리만 나도 도망을 가기에 아직도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못 보았지요.

내가 특별하게 개를 좋아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내 눈에 안 띄었으면 모를까, 본 이상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않으냐 이거지요. 회사가 아닌 보라매공원에 (회사 땅에서 10cm 벗어난) 집을 지어줬지만 회사에서 알면 좋을 것도 없고요. 천만다행인 것은 녀석이 회사 안으로는 절대로 안 들어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는지 사람만 보면 저승사자 본 듯이 도망을 가니까요.

나에게는 이런 일이 왜 자꾸만 생기는 걸까요? 강아지를 생각해도 괴롭고 회사의 윗분들이 알면 어쩌나 눈치를 보며 녀석을 지켜보는 자체가 괴롭습니다. 아무튼 녀석이 회사 안으로는 안 들어오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