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우리가 바라는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이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 잠깐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촛불민심에도 봤듯이 가만히 있으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은 서부경남에 공공병원이 들어서는 그날까지 흔들리지 않고 투쟁해 갈 것이다."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한 말이다. 박 지부장을 비롯해, 14일 저녁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공공의료의 희망> 출판기념회와 후원의 밤'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염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홍준표 지사가 2013년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뒤부터 4년간 투쟁기록을 담아 <공공의료의 희망>을 냈다. 400여쪽에 걸쳐, 투쟁 과정과 의미 등을 기술하고 현장 사진을 담아 놓았다.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와 '재개원' 투쟁은 처절했다. 경남도청 앞 노숙농성 276일, 기자회견 150건, 보도자료 48건, 성명서 189건, 토론회 20회였다. 4년간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투쟁이 벌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이후 이날까지 1388일 동안,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재개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또 다른 시작'을 다짐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대선 공약으로"사회를 본 박윤석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 조직부장은 "책을 출판하면 투쟁이 끝나는 것이냐는 말을 들었다. 우리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며 "진주의료원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홍준표 지사 심판 투쟁은 계속 되어야 한다.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진주의료원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진주의료원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되어야 하고, 그러나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진주의료원은 부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세현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진주의료원엔 그들이 있습니다'는 제목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최 대표는 "돈보다 생명을 외치며 여기까지 함께 걸어 왔던 우리들, 그들의 아픈 상처 어루만지며 또 그렇게 함께 해야지요. 진주의료원엔 여전히 여리디 여린 그들이 있습니다"라 했다.
강수동 공동대표는 "아직 기념할 일이 아니다. 좋은 시기가 분명히 오고 있다. 내년 조기 대선을 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큰 항쟁을 해야 하고, 그 결과가 정치에 반영되어야 한다"며 "지금 마산의료원은 있는데 왜 진주의료원은 없나. 서부경남에 공공병원은 분명히 생길 것"이라 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진주의료원 투쟁은 의미가 크다. '돈보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석영철 전 경남도의원은 "홍준표한테 분노하지 않으면 투쟁이 안 된다. 분노해야 하고, 그 부역자들을 처단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은애 진주시의원은 "가슴이 아프다. 슬프다. 우리가 제대로 못 싸워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너무 강해서 그랬던 것인지. 왜 우리는 진주의료원을 못 지켰는가"라며 "우리의 간절함이 더 부족했던 것 같다. 진주의료원을 다시 살리는 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두 여성 조합원이 경남도청 앞에서 단식농성할 때 찾아갔던 적이 있다. 너무 힘들어 하기에 그 자리에서 노래를 세 곡 불러 드렸던 적이 있다"며 "진주의료원 투쟁할 때 문재인, 안철수, 김한길, 이목희, 김용익 (전) 의원 등이 다녀가기도 했다. 앞으로 있을 대선 국면에서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중요한 공약으로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용 지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로 진주의료원 재개원 투쟁이 1388일째 되는 날이다. 진주의료원 투쟁,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어느 정도 기억이 잊힐만도 한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폐업 발표, 삭발, 철탑 농성, 도의회 해산조례안 저지 투쟁, 276일간 도청 앞 노숙농성,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 우리가 이렇게 많은 투쟁을 했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를 포함한 조합원 24명은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거짓과 공권력으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홍준표에 대한 분노와 그리고 공공의료와 진주의료원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한 여러분의 힘으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에 '진주의료원 재개원'이란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