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 한눈에
new
대략 4만 4천여 명의 소방관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1%에 해당하는 소방관들만이 국가직 공무원이고, 나머지 4만 3천 5백여 명은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지방직 공무원들이다.
소방관의 아픔과 복지를 이야기하는 곳에는 항상 그가 있다. 바로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최인창 단장이다.
요즈음도 그의 사무실에는 일주일에 4~5건씩 소방관들로부터 자문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만큼 그를 믿고 의지하는 소방관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하소연 할 곳 없는 소방관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소방관들의 든든한 맏형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4만 4천여 명의 소방관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1%에 해당하는 소방관들만이 국가직 공무원이고, 나머지 4만 3500여 명은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지방직 공무원들이다.
지방직 소방관들은 각 지자체별 예산에 따라 소방장비와 인력편성에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예산이 부족한 전북·전남·강원도의 경우 소방관 숫자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현장에서 소방관의 안전과 보건이 타협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화려한 캐치프레이즈 뒤에서 묵묵히 수고하고 있는 우리의 소방관들이 '국가직-지방직'이라는 이원화된 재난관리 시스템 속에서 안전과 보건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자세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현장활동으로 인한 부상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일에는 항상 반박자 늦어 선제적 대응이 어렵다. 벤젠·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가득한 화재와 구조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얻은 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병에는 해당 질병을 얻은 소방관이 직접 업무와의 연관성을 밝히라며 억지를 부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 속에 내동댕이쳐진 소방관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가 나섰다. 소방관을 위한 일이라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두 팔 걷어붙이고 달려온 지 벌써 20여년이 훌쩍 지났다.
소방관 처우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전국으로 다니는 그를 지난 12월 26일 서울에서 어렵게 만났다. 소방관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지 그를 통해 직접 들어보자.
"소방관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
- 맨 처음 어떻게 소방과 인연을 맺게 됐는지가 궁금하다. "1989년 <소방2000년> 이란 소방전문지가 창간될 때 기자로 입사하면서 소방과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 소방전문지 기자 출신이라는 것은 몰랐다. 몇 년 동안이나 기자로 활동했나?"그랬나? 기자로 활동한지는 약 12~13년 정도 됐다."
- 기자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소방과 지금의 소방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소방조직이 내무부 소속이었던 시절부터 지금의 국민안전처에 이르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을 소방과 함께 해 왔다. 그 당시와 비교해보면 1만2000여명 정도였던 소방관의 숫자가 지금은 4만 여명을 넘겼다는 것과 수당이나 급여 부분이 어느 정도 상향 조정된 정도의 미미한 변화는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 손과 발이 돼야 하는 소방조직은 여전히 집 없이 떠도는 서글픈 신세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아직도 정부로부터 소방조직의 예산과 인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생각된다."
-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어떤 단체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법정단체인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의 자회사다. 2015년 1월 29일 서울 당산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사업은 크게 6개 분야(미디어, 복지, 교육, 인적운용, 조달, 유통분야)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운용을 통해 수익금을 소방조직에 환원하고 전현직 소방관들의 처우개선과 복리증진을 위해 힘쓰는 것이 주된 목표이며, 대기업이나 민간단체와 협약을 통해서 소방퇴직자의 재취업도 추진하고 있다."
- 현재 소방관을 위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선 생각나는 것은 버려진 방화복을 리폼해서 만든 백팩(가방)을 판매해 암 등으로 투병중인 소방관 27명에게 지난 1년 동안 총 2700만 원을 기부하는 행사가 있었다. 법무법인과 협약을 체결해 소방관을 위한 무료 변론 등 법률지원 네트워크도 마련했으며, 의료, 리조트, 웨딩, 추모관 관계자와 협약을 통해 소방가족들에게 할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17년에 계획한 핵심 사업으로는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진행하는 119안전센터 내 소방관을 위한 휴식공간 마련 기부프로젝트가 있으며, ㈜좋은사람들과 함께 소방관 전용 언더웨어를 개발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하고 판매한 수량만큼 소방관에게 다시 돌려주는 원플러스원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로는 제주도에 소방가족의 힐링을 위한 리조트 설립, 그리고 재활치료센터 설립을 구상중이다."
- 소방관을 대변해서 쓴 소리를 하다가 주위에서 원망이나 오해도 많이 받는다고 들었다."열 번 잘해주다가도 한 번 못해주면 서운한 게 사람이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웃음) 그런 거 다 신경 쓰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다. 사실 나에게는 안티도 많다. 하지만 안티도 나에겐 큰 힘이 된다. 그들도 소방관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펴 볼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
"보고 싶다, 성웅아!"
- 올해 암으로 생을 마감한 고 금성웅 소방관과는 각별한 사이로 알고 있다. 그의 죽음 이후 심경의 변화라든지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힘들겠지만 한 말씀 부탁드린다. "20여 년 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고등학교 선배를 만나러 동대문소방서 구조대를 방문했다가 당시 신임 소방관이던 금성웅 후배를 만나게 됐다. 그 이후로도 동대문소방서를 방문할 때마다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가끔씩 연락을 이어오다 어느 날 금성웅 소방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암으로 투병중인 사실을 알게 됐다. 남양주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다시 성웅이를 만났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대가가 고작 암인가 싶기도 했고 나 몰라라 하는 정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많은 뉴스와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됐고, 그 이후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도 쏟아졌다. 이를 계기로 국회와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 지난 9월 표창원 의원실과 함께 국회에서 '고 김범석 소방관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최한 배경은?"매일 습관적으로 소방관련 뉴스, SNS, 그리고 정부의 홈페이지 등을 검색한다. 고 김범석 소방관의 사연은 서울에 근무하는 한 소방관의 페이스북을 통해 접하게 됐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와 있던 김정남님(고 김범석 소방관 부친)의 호소문을 읽으면서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표창원 의원실에 연락을 해 관련 회의를 하게 됐는데, "정상이 아닌 거 같습니다. 함께 바꾸어 보시죠"라는 표창원 의원의 답변에 힘입어 지난 9월 20일 국회에서 '고 김범석 소방관법'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 현재는 관련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일명 '구조머신'으로 불리던 강한 체력의 고 김범석 소방관은 8년차 소방관이었다. 혈관육종암이란 희귀병으로 7개월간 투병하다가 올해 31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현재 그의 유가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사망을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 기자 말)
- 지금 이 시간에도 부상이나 질병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소방관들이 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조언을 해 준다면?"항상 주장해왔던 이야기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방관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회성, 선심성, 홍보성 정책만으로는 효과적이지 않다. 또한 그들을 일반직 공무원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방식도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순간 사선을 넘나들며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고위험성 직군을 감안해 정부에서도 심도 깊게 접근해 이들을 보호해 줘야 한다. 정부에서 보호해 주지 못해서 소방관들이 아프면 국민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지난 12월 14일 소방동우회와 함께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12명의 소방관을 찾아가 각각 100만 원씩 전달했다고 들었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전남 목포소방서 오영택 소방관과 대장암으로 투병 중인 광주 서부소방서 좌상두 소방관 등 12명에게 각각 100만 원씩을 전달했다. 물론 의료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소방관은 어떻게 보면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질병과의 업무연관성을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소방동우회와 복지사업단은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소방관과 그 유족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지원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소방관은 영웅이 아닌 우리의 이웃입니다"- 흔히들 소방관을 가리켜 영웅이니 또는 슈퍼맨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영웅이란 화려함 뒤에 가려진 슬픔과 아픔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자리를 빌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기본적으로 소방관의 핏속에는 일반인이 가지지 못한 희생의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소방관의 숨겨진 희생을 측은함이나 동정하는 마음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예우하고 인명안전 전문가라는 존경의 대상으로 봐 주셨으면 한다."
- 언제까지 소방관의 복지와 처우개선을 위한 활동을 계속할 생각인가?"소방공무원들의 염원인 국가직 전환과 소방의 독립청, 그리고 소방동우회가 명실상부하게 국가단체로써 위상이 잡히고 더불어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사업 중에 소방관을 위한 복지사업이 없어지는 날이 오면 후회 없이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 주위의 소방관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전국의 소방관들과 소방을 사랑하는 소방인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아직은 미약하지만 내년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약하려고 한다. 왜곡된 시선이 아닌 응원과 관심의 시선으로 바라 봐 주셨으면 좋겠고 아울러 고견과 충고도 언제든지 환영한다."
- 최인창 단장의 향후 계획이나 꿈을 들어보자."사실 저희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 할 일은 많고 사무실 인원과 재정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사업단의 일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여러 부문에서 조력자들이 나타나 힘이 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뭐 별다른 계획이 있겠는가?
향후 소방동우회와 함께 전현직 소방관들과 소외된 소방인들의 복지향상과 처우개선에 전력을 다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소방관 신분의 국가직 전환과 소방이 독립청으로 거듭나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재난전문 조직으로 재도약 할 수 있도록 국회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가운데 함께 해주는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식구인 홍준성 본부장, 김태훈 본부장, 그리고 배형순 과장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 오늘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소방관을 위한 멋진 활동 기대한다.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최인창 단장은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소방조직 발전을 위해 다시 환원하고 있으며, 소방관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노력하는 전국구 명예소방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