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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세월호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창원촛불'팀이다. 대학생부터 주부, 노동자 등 15~20여명이 모여 수요일 저녁마다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28일 저녁, 올해 마지막 촛불이 밝혀졌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진상규명 서명'을 받기도 하며, 지나는 시민들한테 노란리본을 나눠주기도 했다.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9명 아이들을 소개한 펼침막은 빛이 바래 보였고, 들고 있는 손팻말도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그만큼 오래 됐다는 증거다.

지나던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다가와 서명을 하면서 "수고 많으십니다"는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개 저녁 6시30분부터 시작해 1시간 가량 활동한다.

'세월호 창원촛불'팀은 28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세월호 창원촛불'팀은 28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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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촛불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뒤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은 그해 6월 10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이곳에서 촛불을 들었다가 이후부터는 수요일 저녁마다 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춥거나, 명절에도 이들은 수요일 저녁마다 이 자리를 지켜 왔다. 이들한테는 수요일 저녁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참가자는 "요즘 국회 청문회 등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어떻게 보면 최순실이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정희(41)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게 더 많다. 왜 일어났는지, 왜 구조를 못했는지, 9명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지 말이다"며 "곧 1000일이 다가오는데, 별로 진전된 게 없다는 사실이 더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선체 인양이 진상규명의 첫 출발이 될 것이다. 빨리 인양해야 하는데 왜 자꾸 늦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해, 그는 "대통령과 청와대는 기억이 안 난다거나 모르겠다고 한다. 아마 모든 국민들은 2014년 4월 16일, 그 날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다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사람들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리고 대통령의 개인 사생활 이야기를 하는데, 개인도 아니고 대통령이지 않느냐. 사생활 운운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살리기 대책위' 정책홍보팀장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그런데 대통령 7시간에 집중되고 있다. 구조가 왜 되지 않았는지라든가 인양 문제, 미수습자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성준(20)씨는 "촛불을 드는 것은 진실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며 "그 진실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

김철영(46)씨는 "수요일은 이 시간에 이곳에 오는 게 제일 중요하고, 다른 일이 있어도 이 시간만큼은 비워둔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빨리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촛불을 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창원촛불'팀은 28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세월호 창원촛불'팀은 28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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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와 함께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4·16 세월호 참사 진실은폐 중단하라. 국민의 힘으로 진상규명"이라는 제목으로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서명을 통해 "온전하고 조속한 세월호 인양과 9명의 미수습자 수습, 희생자 유해유품 수습", "인양 과정 및 인양 후 선체 훼손 절단 반대와 선체 정밀 진상조사 보장",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 대한 성역없는 조사와 수사 보장",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과 명예회복" 등을 내걸고 있다.

곧 1000일이다. 새해 1월 19일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 창원촛불'팀은 이날 오후 창원문화원 강당에서 '분노를 기억하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 1000일 강연회'를 연다.

오현주 416단원고약전 발간위원이 "416 단원고약전 소개와 교실 이전을 통해 본 기억 이야기", 김탁환 소설가가 "나는 <거짓말이다>를 이렇게 썼다", 김광배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팀장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어디까지 왔나"에 대해 강연한다.

이들은 "세월호 활동가와 일반시민, 수도권과 지역사회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보 인식의 차이가 큰 편이다"며 "강연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거짓 프레임을 깨고 이제까지 밝혀진 진실을 구체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태그:#세월호 참사, #창원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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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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