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청산의 '데드라인'을 정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30일 여의도 당사 기자간담회를 통해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들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특히 내년 1월 6일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전국위원회에서 추대된 비대위원장이 인적청산을 위해 자신의 거취를 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패권적 행태를 보이고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실망을 준 사람들은 오늘 이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라면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될 분도 계시다. 정치적 책임은 자진 탈당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 그렇다"면서 "인적청산 없이 비대위원을 구성해서 무엇을 하겠는가. 1주일이 될지, 2주일이 될지, 한달이 될지도 모르는 비대위원 임명해서 무엇 하겠는가"라고도 말했다.
서청원·최경환·이정현·김진태 등 15명 이상 청산 대상으로 해석 가능해구체적인 대상 기준도 제시했다. 먼저 인 비대위원장은 "과거 4년 박근혜 정부와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새누리당에서 지난 4년 동안 책임 있었던 자리에 있었는데 제대로 역할을 못한 사람, 당대표나 정부의 중요한 자리에 당원으로서 들어간 사람"을 첫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또 "4.13 총선 과정에서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패권적 행태를 보여 국민에게 실망을 준 사람"과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며 무분별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람들"도 함께 꼽았다.
앞서 비박(비박근혜) 측이 탈당 전 '최순실의 남자들'로 지목하며 출당을 요구했던 '친박 8인(서청원·최경환·이정현·조원진·이장우·홍문종·윤상현·김진태)'보다 훨씬 넓은 범위다.
일단,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을 맡았던 인사들은 첫 번째 기준에 해당된다. 이정현 전 대표와 원유철 전 원내대표, 조원진·이장우·최연혜 전 최고위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친박계의 맏형인 서청원 전 최고위원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도 이 기준을 피해갈 수 없다.
게다가 이 기준에 따르면 '진박(眞朴)' 초선의원들도 청산 대상에 포함된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던 곽상도 의원,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던 추경호 의원, 산업통상부 장관을 지냈던 윤상직 의원,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민경욱 의원이 바로 그 대상이다.
"4.13 총선 과정에서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패권적 행태를 보인 사람들"로는 김성회 예비후보를 상대로 출마 지역 변경을 회유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폭로된 바 있는 윤상현 의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람들"로는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김진태 의원과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등에서 논란을 일으킨 이완영 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1월 8일 보고할 때 제 거취까지 말하겠다"다만, 인 비대위원장이 이들 모두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철저한 반성, 무엇을 잘못했는지 국민들께 명확히 밝히고 2선 후퇴하는" 도의적 책임으로 충분한 이들이 있고 "자진 탈당"이라는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는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이 분들의 상담역을 하겠다. 과하다고 생각하면 말릴 것이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더 생각해보시라고 말씀드릴 것"이라며 각자 져야 할 책임의 형태를 가르는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이미 2선 후퇴 의사를 밝힌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경우에는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뉘앙스였다. 실제로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청원 의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 분들이 2선 후퇴를 여러 번 말했다. 한 번 더 후퇴하려면 1선에 있었다는 의미인데 그건 아니지 않느냐. 상식적 판단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인 비대위원장은 "제가 아무개 아무개라고 지정했으면 좋겠지만 여러 차례 생각했다"면서 "본인 스스로 결정해라. 어린애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몇 선씩 한 사람이고 자기가 무슨 책임이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것이 명예롭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자생력을 기르지 않으면 이 당이 또 비대위 체제를 만들어야 하고 애매한 사람 불러다가 또 악역을 시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그는 "제가 27년 전에 경실련을 창립한 사람인데 영구제명 당했다. 평생의 제 명예도 잃은 사람이다"라며 "(스스로 인적 청산 대상이라 생각되는 분들은) 1월 6일까지, 스스로 당에 말하던지, 저에게 말씀하던지 국민 앞에 직접 말씀하시던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진 탈당 등을) 표현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이어, "1월 8일 오후 제가 이 자리에 서겠다. 여러분 앞에서 이 모든 결과에 대한 말씀을 드릴 뿐만 아니라 제 거취까지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 비대위원장의 요구가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 대다수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 비대위원장도 이를 예상하면서도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는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것 안다. 이 문제 때문에 분당이 됐다"면서도 "억울하겠지만 애당심과 애국심이 필요한 때다. 그분들이 훌륭한 결단을 하셔서 새누리당이 살았다, 이 어려운 국정의 혼란이 빨리 수습됐다는 것을 국민들도 안 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