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계 은퇴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안희정은 문재인의 한명회"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문병호 전 의원도 안 지사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양측 간 공방이 이어질 모양새다.
안 지사는 전날 "손 전 대표께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달라. 더는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원칙을 훼손시키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대선을 앞두고 명분 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또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 석간신문에 "민주당에서 손학규 계 인사 10여명이 탈당한 뒤 1월말께 국민의당과 손학규 측이 합당에 준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온 뒤 올라온 글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안 지사의 발언과 관련해,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안희정 지사의 언행을 보고 있으면 530여 년 전 한명회가 떠오른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의 한명회가 되어,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려고 문 전 대표를 옹호하겠다는 모습이 한심해 보인다"며 "안 지사 본인의 정체성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안 지사는 충남 도지사인가, 대선 후보인가, (아니면) 문 전 대표의 대변인인가"라 물었다.
1453년 11월 10일 계유정난 때 수양대군(훗날의 세조)을 도와 조선 왕위에 등극시킨 한명회는 영의정까지 올랐지만, 단종 복위운동을 폈던 사육신(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성원·유응부)을 죽인 일 때문에 간신으로 평가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 비대위원장은 또 "문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야권을 분열시킨 장본인"이라며 "호남의 91%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패배한 데 대해 그 어떤 반성, 사과, 책임도 없었다. 안 지사는 계파패권 수장이자 대선 패배·야권 분열에 책임 있는 문 전 대표의 정계 은퇴부터 주장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당대표 출마한 문병호도 가세, "안희정은 문재인 호위무사"김 비대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안 지사의 발언은) 정치 금도에 어긋난다. 손 전 대표가 안 지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후배 정치인이 그렇게 선배에게 함부로 막말 말하는 거 아니다"라며 "(이합집산이라는 건) 본인의 생각이고 본인의 정치 방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희정 지사 측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며칠 남지도 않은 분의 말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안 지사의 지적이) 아프셨던 모양"이라고 한마디 했다.
한편, 국민의당 당 대표 출마에 나선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도 성명을 통해 안 지사를 비판했다. "(안 지사의 요구는) 손 전 대표가 중심이 된 헌법개혁 운동이, 문재인 패권 세력의 앞 길에 방해가 된다고 정략적으로 계산한 결과"라며 "(이는) 문재인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안 지사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