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5일 오후 4시 34분]더불어민주당이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개헌 보고서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중인 가운데 민주연구원 내부에서 친문재인 성향의 부원장이 보고서 발행 자체를 반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부 언론은 "보고서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편향적으로 기술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2017년 대선국면에서 우리 당 후보가 답해야 할 16가지 '빅 퀘스천'(Big Question)을 선정했는데 개헌 이슈도 그 중에 포함됐다. 그러나 뒤늦게 보고서 초안을 받아본 진성준 부원장은 이 보고서 발간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아직 탄핵 국면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 부원장은 '이런 보고서를 굳이 낼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었지만, 보고서를 쓴 문병주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의 정국 전개를 가치중립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당이 개헌 이슈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맞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4일 사의를 표명한 김용익 원장은 "대선공약 개발은 연구소의 원래 업무 아닌가? 개헌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문 연구위원에게 일을 맡겼다"며 "그러나 진 부원장은 개헌 보고서 작업이 진행중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보고서 내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고 확인했다.
2010년 민주당 전략기획국장, 2012년 19대 국회의원과 민주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진 부원장은 '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고, 문병주 연구위원은 열린정책연구원 2기로 들어온 이래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연구원의 보고서를 도맡아 책임 집필해왔다.
진 부원장은 보고서 발행을 계속 보류하려고 했지만, 김용익 원장이 문 연구위원의 설득을 받아들여 보고서를 내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 '비문재인'에 가까운 연구원이 쓴 보고서가 불필요한 풍파를 일으킬까봐 친문 성향의 부원장이 막았다는 게 정설인데, 외부에는 거꾸로 '연구원이 문재인 쪽에 기울어서 편향된 보고서를 냈다'고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문 "왜 문재인에게만 인편으로?" - 김용익 "받는 쪽이 편리한 방식으로"신문의 첫 보도(3일) 뒤 보고서 전문을 읽어본 의원들사이에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친문재인 성향의 한 의원은 "당내 비문재인 진영을 자극한 <동아일보> 기사도 오보를 인정하고 '친문끼리 돌려봤다'는 (온라인 기사) 제목을 바꾸지 않았냐? 보도의 큰 줄기가 잘못됐는데, 자꾸 몇몇 표현을 문제 삼아 헐뜯는 분들이 있다"며 "보도 당일 진상규명하라고 성명서 낸 의원들 일부도 뒤늦게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서명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비문재인 성향의 또 다른 의원(수도권)은 "부분적으로 편향된 표현들이 없지 않지만, 보고서 자체가 '개헌 저지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느낌을 전했다.
한편, 김 원장은 "보고서를 문 전 대표 측에만 인편으로 전달하고, 비문 진영에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비문재인 의원들의 항의에 대해 "각 캠프별로 상의해서 인편으로 달라는 쪽에는 인편으로, 메일로 달라는 쪽에는 메일로 준 것이다. 보안이 지켜지고, 받는 쪽이 편리한 방식으로 보내면 된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은 안규백 사무총장은 5일 오전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처리 방침을 정해 추미애 대표에게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