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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지난 5일 새벽 부평공장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노동조합 간부의 유서 복사본을 6일 오후 공개했다.

한국지엠지부는 숨진 A씨가 5일 목숨을 끊기 전 새벽 2시 무렵 부평공장에 들어와 부품서열장 관제실에서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부가 시신 수습 후 관제실 쓰레기통에서 유서를 쓴 뒤 깨끗한 종이에 옮겨 적고나서 찢어 버린 유서가 발견됐는데, 이를 복구해 유족이 보관중인 유서와 맞춰보니 내용이 거의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지부가 유족한테서 받아 공개한 유서를 보면, 유서는 알려진 것처럼 A4 두 장으로 돼 있다. 앞장은 가족과 노조 지부장, 회사 부장, 대의원 선거구 조합원, 동료에게 남긴 내용이고, 뒷장은 검찰을 향해 남긴 내용이다. 아래는 유서 전문이다.

5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A씨가 가족과 지부, 회사, 직장 동료, 검찰 등을 향해 남긴 유서.
▲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유서 5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A씨가 가족과 지부, 회사, 직장 동료, 검찰 등을 향해 남긴 유서.
ⓒ 사진제공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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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못난 가장 역할 못해서 정말 미안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oo지부장님
그 고된 사항에서 전 조합원들에게 최선을 다하신 모습 정말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oo부장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서협의사항 꼭 해결해 주십시오, 특히 코일장 인원!

현장. 말. 말. 말.
정말로 짜증 확실하지도 않은 유언비어 및 헛소문 제발 하지 마십시요.

선거구 조합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난 24년 동안 대의원 활동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피해주면서 이제까지 살지 않았습니다.

특히 oo형님
조선소부터 인천까지 와서 힘들게 고생하셨는데 꼭 쾌유하셔서 현장으로 복귀 간절히 빌겠습니다.

지금까지 저한테 도움주신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검찰
제발 이 시점에서 잘 마무리 해주십시오. 신입사원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지엠 채용비리 관련 수사를 7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새벽 부평공장에서 현직 노조 대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고인의 겉옷에서 A4용지 두 장으로 된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현 지부장과 회사 부장에게 감사하다는 내용, 그리고 말미에 검찰수사와 관련한 심경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비리 관련한 검찰수사가 전·현직 지부 간부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부평공장 현장에선 고인이 검찰수사에 심리적인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경찰은 유족의 반대로 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지엠지부와 유족은 검찰이 '수사대상이 아니었다'고 했음에도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추측성 소문이 부평공장 현장과 인터넷 등에 등장하자, 확산을 막기 위해 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지부는 유족이 "직원들 사이에서 고인의 죽음에 대해 뚜렷한 근거 없이 갖가지 추측성 소문이 떠도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고인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유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고인이 죽음을 앞두고 쓴 내용들이 있는 그대로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입장을 노동조합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지부는 6일 오전 합동간부회의를 연 뒤 "검찰수사와 현직 대의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유가족의 뜻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심사숙고 끝에 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유서 내용 중 "현장. 말. 말. 말. 정말로 짜증 확실하지도 않은 유언비언 및 헛소문 제발 하지 마십시오."를 보면, 고인이 한국지엠 내 채용비리와 관련한 소문에 심적 부담을 느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 제발 이 시점에서 잘 마무리 해주십시오. 신입사원들이 너무 힘들어 합니다"라고 유서를 남겼다.

한국지엠지부는 "유서를 보면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노조 간부와 대의원, 그리고 2012년 이후 입사한 478명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때문에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지엠지부는 또 "장기간의 검찰수사가 조합원들에게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아무리 결백하다고 해도 어떤 한 사람이 검찰에 의혹을 제기하면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표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지난 5일 고인이 채용비리와 관련한 수사 대상자가 아니었고, 소환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수사 일정에는 변화가 없으며, 자수하는 직원에 대한 방침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지부, #채용비리 , #검찰, #한국지엠, #비정규직 발탁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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