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가 다시 찾아왔다. 지난해 금강과 장남평야에서 무사히 월동하고 북상했던 흑두루미가 다시 찾아온 것으로 판단된다. 두 마리중 한 마리는 성숙하지 못한 유조 였던 상황이 변해 다시 성장하여 성조가 되어서 돌아왔다.
11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월동을 확인했다. 세종생태보전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올해 다시 두 마리의 흑두루미가 장남평야를 찾으면서 월동지로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참고 :
'멸종 위기' 흑두루미, 장남 평야에 오래 머물려면)
세종시가 개발되면서 농경지 면적이 1/3로 줄었다. 채식할 곳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현장은 유기농을 하고 있으며, 곤포사일리지(압축 포장 사일리지) 작업을 하지 않으면서, 낱곡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겨울 낱곡을 먹고 살아가는 멧비둘기들 수백마리가 흑두루미와 공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에 장남평야에는 흑두루미와 함께 수십마리의 고라니를 만날 수 있다. 장남평야를 뛰어다니거난 휴식을 취하는 고라니를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식공간인 장남평야는 세종시 개발로 국립수목원과 호수공원 조성으로 매립되거나 개발됐다. 현재도 보전되는 1/3면적의 농경지 주변으로 대규모 매립공사가 진행중이다. 공사장과 평야지대 사이에 우연히 조성된 갈대 등의 녹지공간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적절한 완충지대가 있어야 하며, 부족한 농경지 면적에 따른 먹이공급역시 필요하다. 흑두루미에게 안정적인 서식처가 되기 위해서는 채식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세종시 개발과정에서 보전결정이 내려진 농경지마저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멸종위기종인 뜸부기와 노랑부리저어새의 기착지로 이용됐다는 2015년의 기록을 감안하면 이런 개발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런 서식생태는 농경지에서 낱알을 확보하여 먹이로 삼는 흑두루미에 매우 위험하다. 오히려 부족한 먹이 공급을 위해 유기농 벼 일부를 관계기관에서 매입하여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남평야는 대규모 기러기 월동지이기 했다. 약 5000마리에 육박하던 기러기 무리가 월동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200마리 내외만 금강과 장남평야를 찾아온다. 기러기 무리의 월동지 복원을 위해서라도 먹이공급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또한, 금강정비사업으로 준설된 금강의 상황 역시 흑두루미 서식에는 악영향을 주고 있다. 깊이가 낮은 물에서 걸어다니며 먹이를 채식하거나 쉬어야 하지만 이럴 공간이 대규모 준설로 급감 했기 때문이다. 장남평야의 농경지와 금강의 습지를 연계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준설로 사라진 모래톱을 복원하거나, 휴식처를 조성해주는 방안 마련은 어쩌면 흑두루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의 월동은 생태 도시, 환경 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에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를 할 것이다. 국제자연보전맹에서 취약종으로 규정되어 있을 정도로 귀한 흑두루미는 절대적 보전이 필요하다.(참고 :
'장남평야' 찾던 귀한 손님 흑두루미, 계속 볼 수 있을까)
AI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환경에서 멸종위기종 조류를 보호하자는 말은 참 꺼내기 힘들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거나 겨울철새는 오히려 AI의 피해자이다. 실제 정부 주장대로 가해자라면 더욱이 서식처의 이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먹이공급등의 적극적인 보전조치가 필요하다.
개발로 사라진 환경은 복원이 어렵다. 대규모로 매립되거나 개발된 장남평야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남아있는 농경지는 철저히 보전이 가능하다. 대규모 농경지로 유지하면서, 금강의 습지와 연계된 적절한 보전대책 등이 마련된다면 생태환경이 우수한 세종특별자치시로서 위상이 높아지 것이다. 보전 할 수 있을 때 보전해야 한다. 떠나간 버스를 다시 돌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