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면을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특검팀에 의해 포착된 가운데, 과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 회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사실이 이목을 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8월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UN이 해결하고자 하는 전 세계 여러 문제를 풀어가려면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사회적 기업의 표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또 다른 보도를 통해서는 반 총장의 발언이 이렇게 소개되기도 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유엔 사무총장 2기 5년 동안에는 정부·기업·시민사회의 견고한 3각 파트너십 형성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UNGC 이사회 일원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같이 기업인들이 사회적 책임에 적극 나서는 선봉 역할을 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당시 언론들로부터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얻었던 반 총장의 이같은 칭찬이 아들 우현씨가 SKT에 채용되고 약 7개월 지난 시점에 나온 점이란 것도 눈길을 끈다. 우현씨는 2011년 1월 SKT 미주법인 뉴욕 사무소 직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두고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특히 지난 달 26일 이와 같은 의혹을 제기한 <시사저널>은 "반 총장은 2010년 11월 13일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초청으로 방한해 당시 이 협회 상임이사였던 최 회장을 만난 바 있다. 우현씨가 SKT 뉴욕 사무소에 채용된 것은 이로부터 약 한 달 반 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보도를 종합하면 반 총장과 최 회장이 만난 2010년 11월 UNGC 초청 간담회 이후 우현씨가 SKT에 입사했고,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른 2011년 8월 열린 UNGC 초청 간담회에서 반 총장이 최 회장을 칭찬한 것이다.
UNGC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2000년 발족한 자율적 국제협약기구로, 최 회장은 2009년 재벌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제이사에 선임되는 등 UNGC 활동에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었다. 2008년 7월에는 UNGC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을 촬영하는 최 회장의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UNGC 간담회를 통한 두 사람의 교분은 2011년 8월 이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얼마 후, 반 총장이 사회적 책임의 모범으로 평가했던 최 회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은 결국 2014년 465억원을 횡령한 죄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이와 관련 SKT는 <시사저널>을 통해 "필요한 업무에 맞다고 판단해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됐으며, ICT(정보통신기술)와 금유 분야의 매력적인 경력을 갖췄다"고 우현씨 채용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반 총장도 <시사저널>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