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삼성공화국, 돈 앞에 법은 없다.' 결국 영장은 기각됐다. 19일 새벽 SNS상에는 '그가 수의를 입고 구속되는 장면을 보고나서야 잠들 수 있겠다'며 밤새 뜬눈으로 보낸 누리꾼들의 탄식과 비난이 쏟아졌다.
양대 포털 사이트의 19일 오전 실시간 검색어 역시 '조의연 판사', '이재용 구속', '기각' 등의 단어들로 도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51, 사법연수원 24기)는 19일 새벽 고심 끝에 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전날 심문부터 18시간 동안 '마라톤 검토'를 끝낸 뒤 19일 새벽 5시께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 법원의 신중한 판단에 대해 섣불리 논평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마디 하자"며 이재용 영장 기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 교수는 "구속영장은 범죄의 상당성(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과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필요성이 있는 경우 발부된다"고 밝히며 "뇌물죄 성립여부에서 중요한 대가성 및 부정청탁의 유무는 재판단계에서 증거에 의해 입증되는 것이고, 구속단계에서는, 그 정도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제출된 증거에 의해 법관이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만 있으면 된다. 이 사건에서 그 정도 소명도 안 되었다는 말인가?"라며 사법부의 영장 기각 판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박 교수는 "나는 영장청구 기각으로 인해 특검의 수사의지가 꺾이지 않길 바란다. 특검이 잘 판단하겠지만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증거를 보강해 다시 영장청구를 해야 할 것이다. 특검, 힘을 내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영장 기각에 SNS에 성토 이어져... "430억이 뇌물 아니라니"익명의 또 다른 법조인은 이같은 우려가 이미 수사팀 구성에서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일 오전 SNS를 통해 "특검이 한편의 잘 연출된 쇼로 촛불을 우롱했다. 아니 어쩌면 특검 선정부터 상호 예정하고 있었던 쇼였는지도 모르겠다. 참 나쁜 자들이다. 촛불을 이렇게 가벼이 대하다니... 징후는 오래되었다. 이재용 심문 특검보 선정에서 다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영장 기각 결정을 내린 조의연 부장판사를 향해서는 분노에 찬 항의가 빗발쳤다. 영장심사가 진행된 18일부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린 조 부장판사의 과거 영장심사 결과를 놓고 누리꾼들은 이번 사안이 예견된 일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검찰이 1700억 원대 횡령·배임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영장 심사를 진행한 판사다. 당시 조 부장판사는 신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리상 다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 결론에 화난 누리꾼들은 19일 조 부장판사를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삼성장학생 아니냐', '퇴직 후 삼성 법무팀 예약됐나', '이 사람 퇴직 후 삼성에서 어떠한 이익도 취하지 않는지 평생 감시해야 한다' 등 삼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 제기부터 '부끄러운 줄 알아라. 역사가 너를 기록할 것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네가 다시 견고하게 이었다. 제2의 우병우 탄생이네' 등의 댓글로 항의했다.
이번 기각 결정이 향후 다른 재벌그룹을 향한 특검의 수사 활동 위축이나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한 누리꾼은 "이거 구속이냐 아니냐에 박근혜 뇌물죄가 걸려 있는건데 법 위에 삼성, 정의 위에 삼성 있구나. 430억이 뇌물이 아니면 도대체 얼마를 줘야 뇌물이냐"라고 비판하며 "만약 특검이 이재용에 대한 다른 고려, 경제니 뭐니 한다면 우리는 광화문에서 모두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것이다. 재벌이 그 몸통임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때까지"라며 이번 주말 촛불집회 참석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 전날 버스기사가 2400원을 횡령한 죄로 해고된 뉴스와 비교하며 "수백억 뇌물은 봐주는 나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인건가? 정의구현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촛불집회를 법원에서 해야겠네" 등의 반응을 표출하기도 했다.
박근혜 최순실의 부역자 삼성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하거나 특검이 영장 재청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이재용 부회장 불구속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냉정을 되찾고 향후 재판과정을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SNS를 통해 "축!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이 영장 보면 기절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는 글을 게재했다.
김 의원은 또 "일은 그렇게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폭언, 밤샘조사, 수사권 일탈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건가? 여기가 아직 나라구나 느끼게 해준 담당 법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