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말부터 1년 이상 추진해온 홍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문화재청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군민들은 지난해 12월 5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문제를 놓고 김석환 홍성군수와 면담을 가졌다. 이날 김석환 홍성군수는 홍주(홍성의 옛 이름)성 안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해야 한다는 군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다. 지난 18일, 문화재청은 "소녀상이 홍주읍성의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며 홍주성 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불허했다. 홍주성과 그 주변 지역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홍주성 안쪽에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홍성군은 최근 문화재청에 홍주성역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홍성군과 군민들이 의기투합해 추진해 온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뜻하지 않은 난항을 겪게 된 것이다. 문화재청의 '홍주성 내 소녀상 건립 불허 방침'에 대해 홍성군민들은 "문화재청이 홍주성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홍주성은 항일운동의 중심지, 소녀상 설치 장소로 적절해"민성기 홍성문화연대 대표는 "문화재청은 홍주성이 지닌 역사적인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홍주성은 일본에 저항했던 항일운동의 중심지"라고 말했다. 이어 "소녀상은 일본제국주의의 인권 말살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는 상징물"이라고 덧붙였다. 소녀상과 홍주성이 연관성이 없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주성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해 의병이 봉기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이에 반발한 홍주 사람들은 1906년 의병(의병장 민종식)을 조직하고, 그해 5월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것이 바로 역사에 기록된 홍주성 전투이다. 그 때문에 홍성 주민들은 홍주성을 이 지역 항일운동의 발원지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홍성 주민들은 홍주성 안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홍주성 역사박물관 주변은 일본이 신사참배를 했던 곳이다.
이와 관련해 홍성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김용일 공동대표는 "홍주성은 의병들이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장소"라며 "항일 운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홍주성 안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녀상은 일본이 신사참배를 했던 장소를 주시하고, 일본 방향인 동쪽을 향하게 건립해야 한다"며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의 '홍주성 내 소녀상 건립 불허 방침'을 뒤집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처분에 대해 불응할 경우, 처분 내용을 알게 된 지 90일 이내에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