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배기를 오르자 아름다운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수 안산동 부영여고 가는 길이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 집의 외관이 이채롭다. 아마도 오래전 이곳이 책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언뜻 보니 카페 같기도 하고 아무튼 외관에서 풍겨오는 이미지가 제법 멋스럽다.
이길 초입에는 막걸리집을 비롯하여 몇몇 제법 이름난 선술집이 있다. 하지만 이곳까지는 평소 잘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의 발견이다. 착한 고깃집이다. 60~70년대의 복고풍 분위기에 사람들의 온기가 넘쳐난다.
숯불에 고기 구워 한 잔 술 즐기기에 아주 그만
착하고 아름다운 고깃집의 주 메뉴는 돼지고기 특수부위인 갈매기살과 오돌뼈, 돼지갈비다. 갈매기살과 오돌뼈는 1인분 200그램에 1만원, 돼지갈비는 250그램에 1만원이다. 숯불에 고기를 구워내 한 잔 술을 즐기기에 아주 그만이다.
고기 주문은 기본 2인분부터다. 이후로는 1인분씩 자신의 취향대로 시켜먹을 수 있다. 구수한 된장국과 뚝배기 계란찜은 덤이다. 이곳은 비교적 한적한 주택가라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세상은 조용하기만 한데 실내는 활기로 넘쳐난다.
음식업에 입문한지 6년째라는 젊은 사장이 고기 맛있게 구워먹는 방법을 직접 알려준다. 갈매기살을 숯불에 굽는다. 잘 구워진 갈매기살 한 점을 기름장에 살짝 찍어 맛봤다. 입안에서 '와~'하는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갈매기살을 구워먹다 뭔가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덤으로 주는 돼지껍데기구이와 함께 먹어보라. 이 또한 색다른 맛이다. 고소한 갈매기살과 부드러운 식감의 돼지껍데기는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이집의 돼지껍데기는 불에 구우면 딱딱해지는 여느 집의 그 맛과는 근본이 다르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폭신한 식감이 제대로 살아있다.
"돼지껍데기는 하루 숙성해서 고기 주문하신 분에게 서비스로 나가요."숙성 육이어서인지 참 맛깔지다. 간과 맛의 황금비율을 잘 맞춰 입이 호강한다. 상추쌈을 해봤다. 이것 또한 괜찮지만 이집의 맛있는 고기는 그냥 먹는 게 더 좋다. 취향 따라 먹는건 자유겠지만 상추쌈은 이렇게 맛있는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닐 터. 하지만 맛있는 건 어떻게 먹어도 다 맛있다는 사실이다.
수제소시지, 매운맛이 살짝 미소 지으며 다가와 술을 불러
수세소시지도 별미다. 매운맛과 순한 맛 두 가지가 있다. 큼지막한 수제소시지 2개의 가격은 7천원이다. 겉을 먼저 구운 다음 적당한 크기로 가위질을 해서 또 다시 굽는다. 초장소스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언뜻 순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 맛을 능가한다. 뒤 끝에 매운맛이 살짝 미소 지으며 다가오는데 은근 술을 부른다.
이집 고기 맛 정말 특별하다. 고기 특수부위와 그 맛의 비결에 대해 주인장(35. 장영훈)에게 직접 알아봤다.
"생 갈매기거든요, 갈매기살은 돼지비계 제거 후 숙성했어요. 삼겹살하고 갈비 사이의 오돌뼈는 저희가 직접 만든 겁니다. 돼지갈비는 모두의 입맛에 맞게 간장으로 가볍게 간을 하고 덜 달게 했어요. 소제소시지는 목포에 사는 형이 공급해줘요."
하루 반나절을 숙성해 양념했다는 돼지갈비도 인기다. 수제소시지는 옛날식 삼겹살처럼 콩가루에 찍어 먹으면 그 풍미가 더 살아난다. 모든 음식이 저염식이라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다.
"돼지갈비 양념은 설탕과 간장 물의 배합이 중요하지요. 하루 반나절을 숙성해 간이 쌔지 않게 해요. 돼지갈비의 맛은 숙성하고 채소 양념에 양념세기예요."지인들은 이 맛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 여수 소호동 아저씨는 "꿀맛이그마~". 화양면에 사는 아저씨는 "추억의 맛이에요"라는 답을 내놨다. 대체적으로 그 맛에 대해 공감이 간다. 이집 갈매기살과 오돌뼈, 돼지갈비와 소제소시지가 참 맛있다.
가끔은 이곳 정거장에 잠시 멈춰 한잔 술을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다. 이렇듯 진짜 맛있는 고기 한 점에.
마무리 음식은 추억의 도시락이다. 소시지와 달걀부침 배추김치 볶은 김치를 잘게 잘라준다. 도시락을 들고 흔들어 내용물을 잘 섞어준다. 다양한 식재료와 고추장 참기름이 한데 어우러져 정말 맛있다. 도시락에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