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일요일 오전, 용산 주민들이 강바람이 매섭게 부는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 '학교 앞 도박장 절대 반대' 피켓을 들고 섰다. 이미 '입장권 판매 마감' 입간판이 내걸린 화상경마장으론 예매를 한 경마객이 계속 입장하고 있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아래 대책위)의 반대 투쟁은 이날로 1362일째를, 천막노숙농성은 만 3년을 맞았다. 2014년 1월 22일, 그 날도 이날처럼 유독 추웠다. 하지만 대책위는 노숙농성을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
도박장 건설을 반대한다는 17만 명의 서명을 받고,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2천 명이나 참석하는 대규모 문화제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않는 마사회에 맞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천막농성 뿐이었다. 여태껏 농성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주민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벌써 4년째로 접어들었다.
한겨울에 시작한 노숙농성은 꽁꽁 언 물을 냉장고에서 녹여야 할 정도로 춥고 힘들었다. 이불을 덮고 있어도, 이불 밖 손이나 얼굴은 곧 얼 것만 같았다. 여름 노숙농성이라고 쉬웠던 것은 아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비닐하우스같이 푹푹 찌는 천막에선 선풍기를 돌려도 더운 바람만 나왔다. 모기와 시끄러운 차 소리는 파김치가 된 몸을 잠 못 들게 만들었다.
이날도 피켓을 들고 있으니 거리 청소하시는 분이 "이런다고 안 되는데..." 하고 지나가신다. 그 때 '저런 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우리가 반드시 해내자'고 다짐했다. '학교 앞, 주거지 앞 도박장'이라는 비상식과 이렇게 오랫동안 싸워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4년을 돌아보니 비정상이 판치는 대한민국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화가 난다. 2017년에는 상식이 바로 서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학교 앞 도박장'이라는 비상식을 타파하는 싸움에서 승리해서 정의가 한 번 쯤은 승리하는 것을 함께 보고 싶다.
그런 염원으로, 이날은 기자회견 후에 설 차례도 지냈다. 2013년 5월 '학교 앞 도박장 반대운동'을 시작하고 설과 추석에는 꼭 차례를 지냈으니 올해로 벌써 설 차례만 네 번째다.
우리가 차례를 지내면서 비는 소원은 오직 하나다. 학생들을 어릴 때부터 도박환경에 빠뜨리고 주민들이 손쉽게 도박을 접하게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일. 아쉽게도 개장을 막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희생과 노력으로 현재 마사회는 용산에서 5개 층 574석 운영하고 있다.
18층 전층, 수천 명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걸 이 정도로 막아낼 수 있었던 건 주민들의 4년 희생의 결과다. 하지만 이에 머무를 수는 없다. 마사회가 주인인 건물에 영업 층과 좌석 늘리는 것은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박장은 1개 층을 운영하더라도 도박장이기에, '학교 앞 도박장'을 가만히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도박장이 없는 마을에서 안전하게 아이들을 기르는 일, 그 소박한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는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 추석에는 도박장 없는 이곳에서 기쁨의 차례를 지낼 수 있으리라. 간절히 구하면 이루어진다는 드라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