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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들이 압박을 가하여 이룬 탄핵 말고는 아무 성과가 없다. 오로지 대권주자에 줄서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일 뿐이다.

재벌 독점, 검찰 독점, 사법 독점, 관료 독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기득권자'들의 독점이며, 이로 인한 공정한 경쟁의 봉쇄와 시민의 진입 및 참여 금지다. 정치권 역시 철저하게 똬리를 틀고 정치를 독점하여 새로운 정치세력과 인물의 진입을 봉쇄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과 견주어 가히 '제왕적 국회'라 불릴 만하다.

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연동형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에는 미적거리는가? 끝까지 독점의 틀을 움켜쥐려는 재벌들의 모습과 뭐가 다를 것인가? 단 한 가지라도 자기희생의 정신과 자세를 보여줘야 하지 않는가. 이제 그만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민주를 위하여 정치의 장(場)을 개방하라.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것인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나쁜놈들' 발언 사과할 생각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서둘러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나쁜놈들' 발언 사과할 생각 없느냐" 질문받는 반기문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나쁜놈들' 발언 사과할 생각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서둘러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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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선거권을 비롯하여 결선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민소환제 문제 등등 과제를 하나 하나 실천해 나가고 의견이 갈리면 각 상임위에서 그리고 본회의에서 다수결 투표를 결행하라. 그렇게 하여 어느 누가 반대하고 어느 당이 추진하는가를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히 분명하게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 지금 개헌특위도 구성되어 있지만, 역시 허장성세, 그저 말만 무성하고 정작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 우선적으로 선거법 등 국회의원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에서 민주주의와 나라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지 않는가?

국회의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로서 이 국면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제발 "4당 체제라서"라든가 "여당이 나서지 않는다"라는 등등의 변명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까지 남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현 국회 체제는 앞으로도 계속 갈 텐데, 그렇게 남 탓만 한다면 집권을 한들 무엇이 바뀌겠는가?

촛불시민들도 모두 자신의 일이 너무 바쁘고 어느 것 한 가지 일도 결코 녹록지 않는 현실에서 힘들게 살고 있지만, 다른 핑계를 대지 않고 오로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이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에도 광화문 광장에 모이고 있다.

국회의원은 연예인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연예인이 돼서는 안 된다. 팟캐스트방송이나 SNS에 인기몰이식 몇 마디를 던지는 것이 그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열망을 담아 민주주의로 가는 정책과 법률 그리고 제도를 제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국회의 임무이다.

각 의원들이 자신들의 국회의원 선거운동 할 때의 반에 반만 힘이라도 쓴다면 대단히 많은 성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에게 비쳐지는 국회는 촛불시민의 열기를 발판 삼아 대권놀음, 오직 대선으로 가는 권력가도의 카펫으로 삼고 있는 모습뿐이다.

국민이 국회에 원하는 것은 대권 줄서기, 보여주기식 연예인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들을 시행하는 소박한 실천적 자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나 사드문제에 대한 일부 유력후보들의 어정쩡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인정하는 자세를 볼 때 지금 본인들이 목청 높여 외치는 정권 교체가 된들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에 대하여 솔직히 회의적이다.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까지 드는 현실이다.

애초 제기되었던 촛불 시민대표 선출론 등도 이미 국회의 이런 모습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견제세력이 봉쇄된 현실에서 국회는 적대적 공존으로 서로 반대하고 남 탓만 하면서 한결같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재생산한다.

견제받지 않으면, 그 어떤 권력도 위험하다. 좋은 권력, 착한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국민 위에 군림하여 폭군화한다. 이제 시민의 힘이 국회를 견제할 수 있도록 촛불정신을 계승하여 제도정치권 밖에 강력한 국민운동체가 건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가 예산 편성? 먼저 실력을 갖춰야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하여 국회가 예산편성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그런데 국회는 현재도 예산에 관한한, 거의 '통법부' 수준으로 그 능력이 취약하다. 사실상 의회가 예산을 편성하는 미국에서는 의회에 의회예산처가 설치되어 행정부 산하의 예산관리국과 경쟁관계에 있는데, 의회예산처의 예측이 더욱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의회가 예산도 편성하고 예산집행도 철저하게 감독할 수 있다.

우리의 국회도 '국회재조직법'을 제정하는 방식 등으로 예산을 비롯하여 정책능력 등 제반 분야에서 조직을 대폭 강화하여 그 실력을 키워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곤욕을 치렀던 시행령 관련 국회법도 물론 개정되어야 한다.

최근 국회의원 52명이 서명하여 제출했던 '한일군사정보협정 효력정지 특별법안'이 거의 좌절되었다. 그런데 그 좌절은 새누리당 탓도 아니고 황교안 행정부가 가로막은 것도 아니다. 바로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미 누차 제기한 바대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제도는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국보위 때 만들어졌으며, 국회의 정상화와 국회의원의 정상적 입법권 수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인식도, 의지도 없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먼저 자신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본연의 존재이유를 생각해야

언론은 모름지기 "사회의 목탁"이어야 할 터이다. 이른바 '기레기' 논란도 사회의 목탁으로서 권력을 비판하는 자세를 견지하지 않고 오히려 권력이 시키는 대로만 혹은 권력이 바라는 바를 앞장서서 추수하는 그 경향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도 마땅히 "이게 나라냐"는 촛불 시민들의 시각을 보도의 중심에 둬야 한다.

물론 누구를 지도자로 선출할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지만, 87년 이후의 우리 역사는 인물 중심의 지도자 개인에만 기대서는 절대로 진정한 민주주의와 사회 진보를 의미 있게 진전시킬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떠한 권력도 그것은 반드시 비판되고 견제되어야 하며, 그것이 곧 언론의 존재이유라는 점 역시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 개혁에는 눈을 감은 채 오로지 대선주자의 대권놀음만 좇고 대권주자만 따라다니는 언론의 모습 역시 또 다른 '기레기' 행태일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소준섭 박사는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반대 운동으로 수배, 구속된 바 있고, 서울의 봄 때 다시 수배되어 광주항쟁 전 과정을 <광주백서>로 기록하고 지하에서 출판 배포하기도 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태그:#소준섭, #자괴감, #선거법, #언론, #제왕적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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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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