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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중에 체격이 아주 왜소한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냥 가냘파 보였습니다. 그랬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보디빌더가 되겠다며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동안은 별로 표 나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쉬는 시간에도 운동기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수업시간에조차 악력을 기른다며 손에서 스프링으로 된 악력기를 놓지 않았습니다.

가슴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운동이 있고, 복근이나 대퇴근을 발달시키는 운동법이 각각 있다고 했습니다. 부위별 근육을 발달시키려면 나름대로 그 근육에 맞춘 운동법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기초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은 기본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6개월쯤 시간이 지나자 달라진 몸매가 조금씩 겉으로 드러났습니다. 밋밋했던 가슴패기 쪽이 팽팽해지고, 팔다리 쪽으로도 굴곡진 근육이 잡혔습니다. 1년쯤 지나자 은근슬쩍 뱃가죽을 드러내며 왕자 근육을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MT를 가 물장난이라도 하려면 왜소해 보이는 몸이 드러나는 게 싫다며 몸매를 숨기던 친구였습니다.

2년쯤 후, 그 후배가 보디빌더대회엘 참가하느라 드러낸 근육을 봤습니다. 옷 속에 가려져 있던 근육은 대충 보며 어림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암팡졌습니다. 뾰족한 뭔가로 콕 찌르면 툭하고 터질 것 같은 긴장감마저 느껴질 만큼 탱탱해 보였습니다.  

그랬습니다. 근육이라곤 없을 것처럼 보였던 그 친구 몸에 근육의 뿌리가 있었습니다. 본인조차 창피해 할 만큼 미미하기조차 했던 근육이지만 쉼 없이 운동하고, 끊임없이 연습을 하니 어떤 우람한 체격을 가진 친구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멋진 근육을 자랑할 수 있는 보디빌더가 돼 있었습니다.  

사람의 몸, 사람의 근육만 운동과 연습으로 좋아지거나 발달하는 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 마음으로 담을 수 있는 행복도 그렇습니다. 

<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 자애>

<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 자애> / 지은이 샤론 샐즈버그 / 옮긴이 김재성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7년 1월 9일 / 값 15,000원
 <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 자애> / 지은이 샤론 샐즈버그 / 옮긴이 김재성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7년 1월 9일 / 값 15,000원
ⓒ 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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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 자애>(지은이 샤론 샐즈버그, 옮긴이 김재성, 펴낸곳 조계종출판사)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잠재돼 있는 행복, 인식조차 못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개개인의 마음에 분명 뿌리로 존재하고 있을 행복을 발달시키거나 성장시켜 줄 또 다른 형태의 마음운동법을 안내해주는 가이드북입니다. 

붓다가 법(Dharma)을 가르치려고 한 이유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붓다가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 괴로움의 실체를 직시해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입장과 여건에 맞게 설하고 환경과 개인차에 맞춰 설한 게 붓다가 남긴 수많은 가르침입니다.   

책에서 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로 전하는 테크닉은 메따, 자애(Lovingkindness)입니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일깨워 주는 게' 메따(mettã)의 본질입니다. 사랑은 빌려주거나 빌려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존재하는 것을 일깨워 발달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관성 제일 큰 것은 마음

샤론 샐즈버그.  Sharon Salzberg.
1952년 뉴욕 출생. 뉴욕주립대학을 다니던 중 유년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1971년 인도행. 명상을 통해 좌절감에 휘둘리지 않고 쉽게 시련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법 깨우침. 이후 미국 볼더시 나로파 대학에서 명상 지도. 조지프 골드스타인, 잭 캔필드와 함께 '선 명상협회' 공동 설립. 자애 명상 분야의 탁월한 지도자.
'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계속 움직이려하고, 정지해 있는 것은 정지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관성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관성이 가장 심한 게 사람의 마음이 담고 있는 사랑입니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은 멈춰서있는 차를 밀어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차는 아주 작은 힘으로도 쉽게 움직입니다. 작은 내리막이라도 만나면 속도를 더해가며 탄력까지 붇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야 낯설고 힘들지 모르지만 마음에서 일기 시작한 자애는 무게와 부피를 더해가며 점점 커져갑니다.

몸을 늘 앞으로 숙이고 걸으면 등이나 목, 다리가 정말로 아프겠지요. 우리 상황도 이와 같습니다. 특정한 물건이나 사람 혹은 행복을 위한 관념에만 의존한 채 그런 기울어진 모습으로 앞을 향해서만 밀고 나간다면, 우리는 정말로 상처받을지도 모릅니다. 일시적으로 스쳐가는 경험에만 매여서는 결코 평화로워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손을 내밀어 또 다른 경험을 붙잡아야 합니다. -<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 자애> 99쪽-

책에서는 붓다의 가르침과 선지자들의 사례, 저자의 경험으로 기초체력을 키워주듯 행복해 질 수 있는 기초 마음을 다져줍니다. 그리고 자애와 연민, 함께 기뻐함과 평온을 가질 수 있는 토대를 23장으로 마련된 수행연습을 통해 익히며 발달시켜 줍니다.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고,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가를 알며 행복을 위한 씨앗을 뿌리는 방법을 익혀갑니다. 행복을 싹 틔우고 행복을 키워나가는 기술도 연습합니다. 행복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혐오와 분노까지 다루는 법을 연습하며 익히다 보면 어느새 옥토가 된 마음에서 시나브로 영글어가는 행복을 느껴갑니다.

책 자체가 행복하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지렛대가 정지된 차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큰 힘을 덜어주듯 너무 오랫동안 마음에 정지돼 있어 싹조차 틔우지 않을 것 같은 자애를 꿈적이게 하는 시발력에 도움이 돼 줄 겁니다.

그리고 한번 구르기 시작한 돌이 탄력을 더해가듯 따라 익혀가는 수행연습은 마음에서 움틔운 자애가 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원초적 기동력을 더해 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 자애> / 지은이 샤론 샐즈버그 / 옮긴이 김재성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7년 1월 9일 / 값 15,000원



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 자애

샤론 샐즈버그 지음, 김재성 옮김, 조계종출판사(2017)


태그:#행복을 위한 혁명적 기술 자애, #김재성, #조계종출판사, #샤론샐즈버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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